(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대법원이 '프리랜서로 계약했더라도 실제로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2년 넘게 일해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됐다면, 같은 부서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직원의 임금체계가 적용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김남헌 PD가 춘천 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2026다200014)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 중 김 PD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6월 11일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실관계를 보면 김 PD는 2011년 4월~2022년 2월 약 11년 동안 춘천 MBC의 방송프로그램 제작 업무를 담당했다. 조연출과 코너 연출을 비롯해 촬영·편집 보조, 방송 송출을 위한 마무리 작업 등을 맡았다.
그의 마지막 계약은 2021년 2월 체결한 ‘AD(조연출) 프리랜서 업무계약’이었다. 계약기간은 2021년 3월~2022년 2월이었다. 춘천 MBC는 2022년 1월 김 PD에게 “2월 28일 자로 프리랜서 계약이 만료돼 종료된다”는 내용의 안내서를 보냈다.
김 PD는 이름만 프리랜서였을 뿐 실제로는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였다고 주장했다. 또 2년 넘게 일해 이미 기간제법상 무기계약 근로자가 됐으므로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내보낼 수 없다며 2022년 소송을 냈다.
1심은 김 PD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회사가 방송할 프로그램을 정하고 소속 메인 PD가 구체적인 기획을 맡았기 때문에 김 PD가 회사의 기획 의도와 방침에 따라 일할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했다. 김 PD가 맡을 프로그램이나 코너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도 없었다고 봤다.
김 PD는 2011년 이후 다른 회사에서 일하지 않았고, 수입도 모두 춘천 MBC에서 받은 보수였다. 1심은 이런 점을 종합하면 김 PD가 독립된 프리랜서가 아니라 회사에 종속돼 일한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회사가 보낸 안내서에는 계약이 만료된다는 내용만 있을 뿐 구체적인 해고 사유가 적혀 있지 않았다. 1심은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위반했으므로 해고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회사에는 해고 이후 22개월분의 임금 4,603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도 김 PD가 근로자이고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됐다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계약 만료 통지 역시 무효인 해고라고 봤다. 다만 김 PD에게 회사의 일반직이나 업무직 근로자와 같은 임금체계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춘천MBC는 무기계약 근로자를 공개채용을 거쳐 입사해 호봉제를 적용받는 ‘일반직’과, 계약직에서 전환되거나 공개채용돼 연봉제를 적용받는 ‘업무직’으로 나누고 있었다.
항소심은 김 PD가 일반직·업무직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업무직으로 전환된 적도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기존 프리랜서 계약에서 정한 주급 43만원을 기준으로 임금을 계산했다. 여기에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등을 더해 회사가 지급할 금액을 6,775만원으로 정했다.
이에 대해 김 PD는 대법 판례에 배치되는 판결이라며 불복했고 상고심은 결국 김 PD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김 PD에게 같은 부서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근로를 제공하는 일반직·업무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의 근로조건이 그대로 적용될 여지가 크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기간제법 4조 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하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있을 경우 달리 정함이 없는 한 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법리를 재확인했다.
기간제법상 무기계약 전환 근로자로 인정된 근로자도 같은 부서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근로를 제공하는 일반직·업무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김 PD와 동일한 부서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일반직·업무직 근로자를 비교해 보면 실제 수행한 업무의 내용 등에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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