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상문 세무사)
◆ 시행은 확정 국면, 남은 것은 납세자의 준비
지난 7월 말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상자산 과세를 추가 유예 없이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8월 초 발표된 세제개편안에도 유예안은 담기지 않았다. 세 차례 유예를 거치며 시장에 퍼진 "이번에도 미뤄지겠지"라는 기대는 이제 접어야 할 시점이다.
물론 제도 자체를 둘러싼 논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미국·영국처럼 자본이득세 체계가 아닌 기타소득 분류를 택한 점, 손실 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는 점 등은 국회에서도 지적되었고, 정부 역시 "시행 후 필요하면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보완은 시행 이후의 일이다. 납세자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제도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확정된 규칙 아래에서 무엇이 과세되고 세금이 어떻게 계산되는지를 정확히 아는 일이다. 실무에서 오해가 가장 잦은 두 지점, '교환'과 '총평균법'을 중심으로 짚어보겠다.
◆ 과세대상은 양도·대여, 그리고 '교환'...현금화하지 않아도 과세된다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하고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연 250만 원 공제 후 20%(지방소득세 포함 22%)의 세율로 분리과세됩니다. 첫 신고·납부는 2028년 5월이다.
여기서 많은 투자자가 놓치는 것이 '양도'의 범위다. 세법상 양도에는 매도만이 아니라 교환이 포함된다. 원화로 현금화하지 않았더라도 보유 코인을 다른 코인으로 바꾸는 순간, 세법상으로는 기존 코인을 교환 시점의 시가에 양도한 것이 된다. 이더리움을 테더(USDT) 같은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는 것도, 비트코인마켓에서 알트코인을 비트코인으로 갈아타는 것도 모두 과세 이벤트다.
예를 들어 2,000만 원에 취득한 이더리움이 5,000만 원이 된 상태에서 전액을 USDT로 교환했다면, 손에 쥔 현금은 한 푼도 없지만 그 순간 3,000만 원의 소득이 실현된 것이다. 이후 USDT 가치가 그대로여도 이미 발생한 소득은 사라지지 않는다. "원화 출금만 하지 않으면 과세되지 않는다"는 속설은 세법 앞에서 통하지 않는다.
'대여'도 놓치기 쉬운 항목이다. 거래소나 플랫폼에 코인을 맡기고 이자 성격의 대가를 받는 렌딩·예치 수익 역시 법문에 명시된 과세대상이다. 스테이킹 보상이나 에어드랍 등 다양한 수익 형태가 어느 범위까지 포섭될지는 시행 이후 유권해석이 쌓여야 할 영역이지만, 적어도 대여의 대가가 과세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 취득가액은 '총평균법'...내가 아는 매입단가와 세법의 단가는 다르다
두 번째 복병은 취득가액 계산 방법이다. 거주자의 가상자산 취득가액은 총평균법으로 평가하며, 계산 단위는 거래소별·지갑별이 아니라 '거주자별'이다. 여러 거래소와 개인지갑에 나누어 보유하고 있어도, 같은 종류의 가상자산은 전부 합산하여 하나의 평균 취득단가를 산출한다는 뜻이다.
참고로 비거주자·외국법인에는 가상자산주소별 이동평균법이 적용되므로, 거주자와는 계산 구조 자체가 다르다.
숫자로 보면 차이가 선명해진다. A거래소에서 비트코인 1개를 5,000만 원에, B거래소에서 1개를 1억 원에 취득했다고 가정하겠다. 이후 B거래소의 코인만 9,000만 원에 팔았다면, 투자자는 "1억 원짜리를 9,000만 원에 팔았으니 1,000만 원 손실"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세법의 계산은 다릅니다. 총평균 취득단가는 7,500만 원이므로 양도차익은 1,500만 원이다. 본인은 손실 거래로 기억하는데 세금 고지는 이익으로 계산되는, 직관과 어긋나는 결과가 생기는 것이다.
총평균법의 특성상 유의할 점이 하나 더 있다. 평균단가에는 해당 과세기간 중의 취득분이 함께 반영되므로, 연초 매도 거래의 손익이 그 후의 추가 매수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매도 당시에는 이익이라 여겼던 거래가 연간 정산에서는 다른 숫자가 될 수 있다. 결국 손익 관리는 거래 건별이 아니라 연 단위로 해야 하고, 연말까지의 매수 계획까지 함께 보아야 정확해진다.
◆ 지금 점검해야 할 위험요인 다섯 가지
첫째, 납부 재원 리스크다. 코인 간 교환이 잦은 투자자일수록 현금 없이 소득만 쌓이는 구조가 되기 쉽다. 세금 낼 원화가 없는데 납부할 세액만 확정되는 상황을 피하려면, 교환 시점부터 예상 세액만큼의 유동성을 따로 관리해야 한다.
둘째, 평균단가 착시다. 거래소 앱이 보여주는 '내 평균 매수가'는 그 거래소 기준일 뿐이다. 세법상 단가는 모든 거래소·지갑을 합산한 총평균이므로, 여러 곳에 분산 투자하는 경우 본인의 인식과 세법상 손익이 달라질 수 있다. 거래소별 자료를 통합해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취득가액 입증 실패다. 폐업한 거래소, 해외 거래소, 개인 간 거래로 취득한 코인은 취득가액 자료를 지금 확보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입증이 어렵다. 취득가액을 인정받지 못하면 필요경비 공제에서 크게 불리해져, 실제보다 훨씬 많은 소득이 잡힐 수 있다.
넷째, "해외는 모른다"는 기대다. OECD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에 따라 내년부터 수십 개국 과세당국 간 해외 거래소 정보가 교환된다. 국세청의 가상자산 통합분석시스템 구축도 진행 중이다. 해외 거래와 탈중앙화거래소(DEX) 이용 내역도 스스로 정리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다섯째, 시행 전 보유분의 증빙이다. 시행 전에 취득한 가상자산은 실제 취득가액과 2026년 12월 31일 시가 중 큰 금액을 취득가액으로 인정는다(의제취득가액). 오래전 낮은 가격에 산 코인일수록 올해 말 시가가 절세의 출발점이 되므로, 연말 거래소 잔고와 시세 자료를 반드시 보관기 바란다.
◆ 제도는 보완되어도, 기록은 소급되지 않는다
가상자산 과세는 이제 시행 여부가 아니라 시행 이후를 준비할 단계에 들어섰다. 기타소득 분류나 이월공제 문제는 정부가 예고한 대로 시행 후 보완 논의가 이어지겠지만, 납세자의 거래 기록은 다르다. 교환 시점의 시가, 거래소별 취득 내역, 연말 잔고 증빙은 그때그때 확보하지 않으면 소급해서 만들 수 없다. 제도의 빈틈을 논쟁하는 사이에도 과세 인프라는 완성되어 가고 있다. 남은 5개월, 투자자와 실무자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모든 거래를 '연 단위 합산'의 눈으로 다시 보고, 입증자료를 지금 모아 두는 것이다.

[프로필] 김상문 세무사
•세무법인 케이앤피 대표세무사 · 세무학 박사
•한국세무사회 회계솔루션개발위원회 위원장
•서울북부지검 조세범죄 전문수사자문위원
•경리박사(경리아웃소싱서비스) 대표세무사
•세무플랫폼(택스톡, 택스뱅크, 쉐어택스) 총괄기획
•가상자산 투자클럽 자문위원
•<저서> 확 바뀐 부동산 세금, 프랜차이즈 세금길잡이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2
3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