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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 A씨 부부는 주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거래은행에서 신용대출을 알아봤지만 기대했던 한도를 받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신용점수가 900점을 웃돌지만 추가 자금 마련을 위해 저축은행과 카드사 대출 조건까지 확인하고 있다.
# 수도권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B씨는 잔금 마련을 위해 여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조건을 확인하고 있다. 분양 당시 세웠던 자금 계획과 달리 은행별 대출 한도와 취급 물량이 줄면서다. 잔금일은 정해져 있지만 대출 실행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워 인터넷은행까지 신청 가능 여부를 알아보는 중이다. |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신용점수 900점대 차주들이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2금융권의 대출 한도를 확인하는 일이 늘고 있다. 지난 7월 900점대 차주의 2금융권 대출 한도 조회는 150만6760건에 달했다. 한 달 전인 6월 147만8187건보다 2만8573건 증가했다.
은행에서 실제 대출을 받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도 높아지고 있다. 신용도가 높을수록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 쉽다는 기존의 대출시장 공식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속에서 흔들리는 모습이다.
은행권에서 실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의 신용도는 최근 두 달 사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은행연합회 집계를 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차주 평균 신용점수는 지난 4월 915.2점에서 6월 926.2점으로 상승했다. 같은 달 전체 가계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도 944점에 달했다.
마이너스통장 이용자 역시 고신용층에 더욱 쏠렸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차주 평균 신용점수는 4월 958.8점에서 6월 962.6점으로 상승했다. 특정 점수 아래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실제 대출이 실행된 차주의 신용도가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점은 확인된다.
◇ 은행 대출자 신용점수도 ‘상향 평준화’
이와 동시에 고신용자의 2금융권 이용이 늘고 있다. 대출 비교·중개 플랫폼 핀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용점수 900점 이상 차주가 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건수는 831건으로 집계됐다. 1분기 693건과 비교하면 20% 증가했다. 신용점수가 1000점인 차주의 2금융권 대출도 52건 있었다.
은행 대출 이용자의 평균 신용점수가 상승한 시기에 고신용자의 2금융권 이용까지 함께 늘어난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되면서 은행이 취급 한도와 물량을 조절하자 일부 대출 수요가 은행 밖의 다른 금융회사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900점 이상 차주의 2금융권 대출 증가분 전체를 은행 규제에 따른 이동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개인별 대출 한도나 기존 부채, 자금 용도 등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은행에서 실제 대출을 받은 차주의 신용점수가 높아지고 고신용자의 2금융권 이용도 동시에 증가했다는 점은 대출시장 내 자금 이동을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 300만원 이하 소액대출 역대 최대
2금융권에서는 소액 자금 수요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FISIS)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1조4466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2146억원보다 19.1% 증가했다. 관련 통계가 공개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2021년 8825억원과 비교하면 63.9% 늘었다.
300만원 이하 소액신용대출은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서 제외된다. 금융위원회는 DSR 적용 대상에서 정책서민금융상품과 300만원 이하 소액신용대출, 현금서비스 등을 예외로 두고 있다.
카드업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지난 6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9093억원으로 전월 43조2534억원보다 3441억원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7842억원으로 2804억원 늘었고,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도 322억원 증가한 6조8321억원을 기록했다.
카드론은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단기적인 자금 조달 수단인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의 잔액은 증가한 셈이다. 카드론에서 다른 상품으로 수요가 그대로 옮겨갔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대출 공급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단기 자금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 고신용자 내려오면 저신용자는 어디로
문제는 은행에서 밀려난 대출 수요가 저축은행·카드사 등 2금융권의 기존 차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다.
고신용자의 2금융권 이용이 늘 경우 기존에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을 주로 이용했던 중·저신용자의 자금 조달 여건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대부업 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양호한 차주의 유입과 저신용자의 대출 접근성 저하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올해 발표한 ‘저신용자 대상 설문조사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를 이용하던 저신용자 가운데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인원은 5만9000~11만9000명으로 추정됐다. 이용 금액은 7600억~1조5500억원으로 추산돼 2024년 3800억~7900억원보다 약 두 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같은 조사에서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의 대부업 대출 승인율은 2024년 9.6%에서 지난해 9.1%로 낮아졌다. 반면 대부업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차주가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비율은 5.2%에서 7.5%로 상승했다.
은행에서 고신용자가, 2금융권과 대부업에서 중·저신용자가 각각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구조가 굳어질 경우 가계대출 규제의 부담이 신용도가 낮은 차주에게 순차적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계대출 총량을 조인다고 자금 수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은행권에서 막힌 수요가 저축은행·카드사 등 다른 업권으로 이동할 경우 차주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고신용자의 2금융권 이용 증가는 은행권의 대출 공급을 조이는 것만으로는 가계의 자금 수요를 모두 흡수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출 총량 관리와 함께 은행에서 밀려난 수요가 어느 업권으로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차주의 금리 부담과 신용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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