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한국은행이 13년 만에 금 투자에 다시 나섰다. 과거처럼 금괴를 직접 사들이는 방식이 아니라 해외 증시에 상장된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외환보유액 운용 포트폴리오에 새로 담았다. 여기에 국내에서 생산되는 실물 금을 매입하기 위한 체계까지 마련하면서 2013년 이후 중단됐던 금 투자가 단계적으로 재개되는 모습이다.
1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한국은행의 보유주식 보고서(Form 13F)를 보면, 한은은 지난 6월 말 기준 SPDR Gold Trust(GLD) 67만9765주를 보유했다. 당시 평가액은 2억5041만달러, 원화로 약 3500억원대다. 3월 말에는 없던 자산으로 2분기에 처음 포트폴리오에 들어왔다. 한은의 1분기 SEC 보고서에는 3개 종목, 총 41억3359만달러 규모의 자산이 신고돼 있었으며 GLD는 포함되지 않았다.
GLD는 실물 금 가격 움직임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금 가격에 투자한다는 점에서는 실물 금과 유사하지만 한은의 외환보유액 통계에서 처리 방식이 다르다. ETF는 유가증권으로 분류되는 만큼 이번 투자액이 공식 외환보유액의 ‘금’ 항목에 더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금 ETF 매입 규모가 늘더라도 그 자체로 한은의 실물 금 보유량이나 금 보유비중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투자 방향에는 변화가 감지된다. 한은은 지난 3일 국내 생산 금을 매입하기 위한 관계기관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금 ETF를 통한 간접 투자에 이어 실물 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통로까지 마련한 것이다. 실제 실물 금 매입이 이뤄지면 ETF와 달리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 보유량에도 반영된다.
이는 불과 2년 전 한은이 내놓았던 평가와도 온도 차가 있다. 한은은 2024년 외환보유액의 금 운용과 관련해 2013년 이후 추가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가격 변동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유동성, 이자·배당 등 현금흐름이 없다는 점을 제약 요인으로 들었다. 외환보유액은 수익성보다 안전성과 유동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금 ETF 편입이 곧바로 한은의 외환보유액 운용 전략이 금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은 역시 ETF 매입 규모를 소규모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13년간 추가 실물 매입을 멈췄던 상황에서 금 가격에 연동되는 자산을 먼저 편입하고 실물 금 매입 기반까지 마련했다는 점에서 운용 대상 다변화의 폭이 넓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는 점도 한은의 이번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된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앙은행과 공공기관의 금 순매입량은 288.9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7.9t보다 62% 늘었다. 1분기 56.5t까지 줄었던 매입량도 큰 폭으로 회복됐다. 반면 같은 기간 글로벌 금 ETF에서는 44.8t이 순유출됐다. 민간 ETF 자금 흐름과 별개로 중앙은행의 실물 금 매수세는 이어진 셈이다.
금 가격 자체는 올해 큰 폭의 등락을 거쳤다. WGC가 집계한 런던금시장협회(LBMA) 금 가격은 2분기 평균 온스당 4506.3달러로 1분기보다 8% 낮았지만 지난해 2분기보다는 37% 높은 수준이었다. 금값이 조정을 받는 동안에도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이어진 것인데,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외환보유액 다변화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의 다음 행보는 실물 금 매입 여부와 규모가 될 전망이다. 금 ETF는 필요할 때 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는 유가증권이라는 점에서 실물 금보다 운용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반면 국내 생산 금을 직접 매입하면 공식 금 보유량 자체가 늘어난다. 2분기 ETF로 먼저 금 익스포저를 확보한 한은이 향후 실제 금 보유량 확대까지 이어갈지가 외환보유액 운용 전략 변화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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