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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3 (목)

[이슈체크] 은행권 ‘대출 곳간’ 넓어진다…가계대출 총량 2배 상향

1.5%→3%로 총량 목표 상향…5대 은행 하반기 대출 여력 확대 기대
연간 한도 조기 소진에 관리목표 조정…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별도 관리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를 1.5%에서 3%로 높였다. 지난 4월 연간 관리 목표를 대폭 낮춘 지 4개월여 만이다. 상반기 중 이미 연간 증가 한도를 소진한 은행이 속출하면서, 실수요자 자금 공급까지 위축되자 당국이 총량 관리 강도를 일부 조정한 것이다.

 

다만 이번 조정의 성격은 대출 규제를 전반적으로 푸는 것과는 다르다. 차주에게 적용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가격별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그대로 둔다. 대신 금융회사에 허용하는 전체 대출 규모를 늘리고 주택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대출을 총량관리에서 예외로 인정해, 제한된 대출 재원을 실수요 쪽으로 돌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13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 따르면 올해 금융권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은 기존 1.5%에서 3% 수준으로 조정된다. 금융위는 추가로 확보되는 대출 여력을 주택공급 촉진과 청년 주거안정, 실수요자의 자금 애로 해소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 4개월 만에 총량 다시 손질…5대 은행은 이미 연간 몫 소진

 

당국은 지난 4월 1일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이내에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1.7%보다 낮고, 당시 정부의 올해 경상성장률 전망치 4.9%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2030년까지 8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조치였다. 전년도 관리 목표를 지키지 못한 금융회사에는 올해 한도를 추가로 줄이는 페널티도 적용했다.

 

문제는 은행권의 대출 증가 속도가 당국이 배정한 한도보다 빨랐다는 점이다.

 

취재 결과 7월 1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책대출 제외 가계대출 잔액은 649조661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4조6851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는 5대 은행에 배정된 연간 증가 한도 4조3363억원을 3488억원 웃도는 수준이다. 연말까지 5개월 이상을 남겨둔 시점에 연간 허용 폭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은행별로도 5곳 중 3곳이 각자 부여받은 관리 목표를 초과했다.

 

애초 은행별로 배정된 폭 자체가 크지 않았다. 올해 5대 은행이 늘릴 수 있도록 배정받은 가계대출은 KB국민 9092억원, 신한 8500억원, 하나 8805억원, 우리 8266억원, NH농협 8700억원이다. 지난해 말 잔액과 비교하면 은행별 허용 증가율은 0.59~0.71%에 불과했다. 금융권 전체 관리 목표인 1.5%보다 주요 은행에 적용된 실제 증가 폭이 훨씬 낮았던 셈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차주의 상환능력과 담보가 충분하더라도 자체 총량이 소진되면 신규 대출을 계속 취급하기 어렵다. 하반기 들어 은행들이 모집인 채널을 제한하거나 비대면 주담대 접수를 줄이고, 일부 대출 한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속도 조절에 나선 이유다.

 

금융위도 이번 대책에서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과 주택시장 안정을 고려해 주담대는 적정 수준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반면 지난해보다 증가 속도가 빠른 신용대출은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관리 등을 통해 증가세를 억제하기로 했다.

 

◇ 총량 확대에 ‘예외 인정’까지…은행 대출 포트폴리오도 재조정

 

총량 목표 상향과 함께 주목되는 부분은 주택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출의 처리 방식이다.

 

지금까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이주비대출이나 신축 아파트의 중도금·잔금대출을 취급하면 해당 금액이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관리 실적에 반영됐다. 대단지 입주 시기에 수천억원 규모의 대출이 한꺼번에 실행될 경우 은행이 다른 주담대에 배분할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줄어드는 구조다.

 

금융위는 이주비대출 등을 총량관리에서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부 방식은 금융권과 협의를 거쳐 하반기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위 추진계획에도 ‘이주비대출 등 총량관리 예외인정’이 별도 과제로 포함됐다.

 

5대 은행에는 총량 목표 상향 자체보다 이 같은 관리 방식 변화가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입주 물량이 집중된 시기에 잔금대출이 대규모로 나가더라도 이로 인해 일반 주담대의 취급 여력이 동시에 줄어드는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연간 총량을 넘어선 일부 은행도 하반기 대출 운용 계획을 다시 짤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다만 금융권 전체 목표가 1.5%에서 3%로 높아졌다고 해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기존 한도의 정확히 두 배가 새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은행마다 상반기 대출 증가 실적과 기존 관리 목표, 남은 기간의 집단대출 수요가 다른 만큼 실제 추가 취급 규모는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달라질 수 있다. 이미 목표를 크게 초과한 은행과 상대적으로 여유가 남은 은행의 하반기 운용 폭에도 차이가 불가피하다.

 

◇ 차주별 규제는 그대로…‘대출 완화’와는 거리

 

실수요자 입장에서도 총량 목표 상향이 개인별 대출 한도 확대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수요관리의 핵심인 LTV와 DSR 규제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규제지역 LTV와 은행권 DSR 규제를 비롯해 주택가격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주담대 한도 역시 손대지 않는다. 주택가격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 한도가 유지된다.

 

반대로 투기성 자금에 대한 관리는 더 세분화한다.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실거주 이력이 없는 일부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고, 고액·고DSR 대출과 고가주택·고LTV 주담대에 대한 자본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당국은 기존 LTV·DSR 등 수요관리의 근간은 유지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결국 이번 대책은 대출의 문턱 자체를 낮추기보다 그동안 총량에 묶여 있던 금융회사의 공급 여력을 일부 복원하는 형태다. 전체 가계대출의 증가 속도에는 여전히 상한을 두되, 주택 착공과 입주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이 은행 총량에 막히는 문제를 줄이는 방식이다.

 

상반기까지 ‘얼마나 적게 빌려줄 것인가’에 무게를 뒀다면 하반기에는 정해진 범위 안에서 ‘어떤 대출을 우선 공급할 것인가’로 관리의 초점이 옮겨가는 셈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총량과 투기적 대출은 흔들림 없이 관리하겠다”며 “착공과 입주 과정에는 이주비와 잔금대출이, 실제로 집이 필요한 국민에게는 실수요 금융이 원활하게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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