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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3 (일)

이찬진 1년, 달라진 금감원…키워드는 ‘소비자’

사후구제서 사전예방으로 감독축 이동…민생금융범죄·불공정거래 대응 강화
원장 직속 자문위·특사경·ASAP 가동…남은 과제는 현장 성과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취임 1년 동안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민생금융범죄 대응에 힘을 실었다. 문제가 생긴 뒤 피해를 구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금융상품 판매 단계부터 소비자 피해를 막고 불공정거래를 조기에 적발하는 쪽으로 감독 방향을 넓혔다.

 

지난 1년간 금감원의 변화는 소비자보호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원장 직속 자문기구를 신설하고 잠재 위험을 사전에 점검하는 내부 대응체계도 마련했다.

 

지난 3월 출범한 원장 직속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는 주요 감독·검사와 제도개선 사안을 소비자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역할을 맡았다. 현재까지 세 차례 회의를 열어 32개 안건을 다뤘으며 잠재적인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하는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상품 판매 이후 분쟁 조정에 집중했던 소비자보호 방식도 제조·판매 단계 관리로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금융상품을 만드는 금융회사와 이를 판매하는 회사 모두의 책임을 강화해 피해 발생 가능성 자체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이미 발생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는 분쟁조정을 통한 구제가 병행됐다. 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해 할부거래법상 청약철회권과 할부항변권을 인정하면서 1만1696건, 132억2000만원 규모의 환급 절차가 진행 중이다.

 

민생금융범죄 대응에서는 기존 금융회사 검사 중심의 감독 범위를 현장 단속과 기관 간 정보 공유까지로 넓혔다.

 

현장기동점검반을 통해 휴대폰 렌탈 등 신종·변종 금융범죄를 적발했고, 경기도 특별사법경찰과 불법추심 등에 대한 합동 점검도 실시했다. 금감원이 직접 범죄 혐의를 단속할 수 있도록 민생 분야 특별사법경찰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불법사금융 대응 역시 개별 기관 단속에서 협업 체계로 확장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와 불법금융 정보를 차단하고, 보건복지부와 취약계층 지원을 연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는 관련 공익광고 송출을 추진했다.

 

금융회사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도 손질했다. 신종 피싱과 대포계좌까지 포착할 수 있도록 금융권 공동 탐지 규칙을 마련하고, 범죄 의심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 ‘ASAP’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보험사기와 대형 금융사고 등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대응도 강화됐다.

 

금감원은 비만치료제 제공이나 요양병원 페이백,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의료기록 위·변조 등 새로운 형태의 보험사기를 조사해 관계기관에 관련 내용을 넘겼다. 지난 5월에는 불법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합동수사에 참여했고, 6월에는 요양병원 페이백 혐의와 관련한 실손 비급여 자료를 복지부에 제공했다.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대규모 신용정보 유출, 보험대리점의 유사수신 사기 가담 등 소비자 피해 규모가 큰 위규 행위도 주요 제재 대상에 올랐다.

 

자본시장에서는 불공정거래 수사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사 송출 전 주식을 매매한 기자 등을 검찰에 송치하고,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검찰에 고발했다. 호재성 기사 유포에 앞서 주식을 사들이거나 유튜브에서 종목을 추천하면서 중요 정보를 숨긴 주식 인플루언서 관련 행위도 적발 대상이 됐다.

 

지난 4월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에 인지수사권이 도입된 뒤에는 행정조사 단계에서 중대 혐의가 포착될 경우 곧바로 강제수사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6월 2건이 수사로 전환됐고 7월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일반주주 보호와 관련해서는 기업 공시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졌다. 대규모 유상증자와 계열사 합병 등 기존 주주와의 이해상충 가능성이 큰 증권신고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와 이마트·신세계푸드 포괄적 주식교환에는 정정요구가 내려졌다. 자기주식 처리계획을 공시한 123개사와 취득·처분·소각 이행 현황을 밝힌 234개사의 공시 적정성도 점검했다.

 

금융 취약계층을 겨냥한 제도 손질도 이어졌다.

 

생계비계좌의 잔액이나 한도를 넘는 돈이 들어올 경우 초과분을 사전에 지정한 다른 계좌로 옮길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24일 관련 내용을 담은 민사집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유효기간이 지난 선불 수단의 환불비율을 높이고 최저생계비 입증자료 범위를 간소화하는 방안, 카드포인트 자동사용 서비스 도입 등 비교적 생활과 밀접한 금융 관행 개선도 추진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교육 대상도 군 장병과 자립준비청년, 고령층, 사회초년생 등으로 세분화했다. 불법도박·금융사기 예방 교육과 재무상담을 각각 대상에 맞춰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원장은 취임 이후 금융권과 유관기관, 언론 등을 상대로 모두 83차례 대외 일정을 소화했다.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와 지역 금융기관 방문이 36회, 유관기관 업무협약과 소상공인 현장 간담회 등이 34회였다. 기자간담회와 언론 브리핑은 8회, 사회공헌활동은 5회였다.

 

이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은 소비자보호를 앞세워 감독·검사와 민생금융범죄,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 체계를 잇달아 손질했다. 지난 1년이 제도와 대응체계를 정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남은 과제는 이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일이다. 소비자 피해를 얼마나 사전에 줄이고 불법·불공정 행위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남은 임기의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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