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공유부동산을 절반씩 소유한 남매가 같은 날 지분을 매각하면서 서로 다른 금액을 받았더라도 가격 차이가 다른 공유자와 무관하게 발생했다면 이를 증여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계약서상 매매가격의 차이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거래 과정에서 지분 가격이 어떻게 결정됐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14일 국세법령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A씨가 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A씨에게 부과된 증여세 17억 6480만 5800원을 취소했다.
A씨와 여동생 B씨는 2006년 모친으로부터 대전 소재 토지 3필지와 일부 지상 건물을 각각 2분의 1 지분씩 증여받았다.
두 사람은 2022년 4월 해당 토지와 건물을 시행사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A씨에게는 136억원, B씨에게는 65억원의 매매대금이 각각 배정됐고 두 사람은 이를 양도가액으로 신고해 양도소득세를 납부했다.
과세당국은 두 사람이 동일한 부동산을 각각 절반씩 소유하고 있는데도 매각대금에 차이가 난 점을 문제 삼았다.
과세당국은 전체 양도가액 201억원을 지분율대로 나눠 각자의 양도가액을 100억 5000만원으로 봤다. 이에 A씨가 신고한 136억원과의 차액 35억 5000만원을 B씨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증여세가 부과됐고 조세심판 절차에서 일부 세액이 줄었지만 17억 6480만 5800원의 과세처분은 남았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최종 계약서에 적힌 가격보다 실제 매매대금이 결정된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봤다.
당시 매수인 측은 개발사업에 필요한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일대 부동산을 일괄 취득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했다. 전체 매매금액을 정한 뒤 거래를 주선한 부동산 컨설팅업자에게 필지별 매매가액 배분을 맡겼다.
컨설팅업자는 각 소유자와 개별적으로 가격을 협상했다. 법원이 인정한 거래 경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공동소유 토지·건물의 두 사람 지분에는 당초 각각 135억원이 책정됐다.
가격 차이가 생긴 것은 이후였다. B씨 측은 공동소유 부동산 외에도 일대에 별도의 토지와 건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본계약 체결 과정에서 B씨가 자신의 공동소유 지분에 배정될 매매대금 가운데 상당액을 다른 부동산의 매매대금으로 돌려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B씨의 공동소유 지분 가격은 65억원으로 낮아졌고, B씨 측이 별도로 보유한 토지와 건물에는 각각 224억원과 60억원의 가격이 책정됐다.
법원은 이러한 가격 결정 경위를 고려하면 A씨와 B씨가 가진 공동소유 지분의 실질적인 매매대가는 동등하게 설정됐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의 지분 가격이 달라진 것은 B씨가 보유한 여러 부동산 사이에서 매매대금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표면적으로 발생한 차이라는 것이다.
특히 법원은 지분 가격 차이가 발생한 과정에 A씨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봤다. 실제 계약 협상도 대리인들이 주도했고 B씨 역시 A씨 지분의 매매대금이 얼마인지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두 사람의 인적 관계만으로 명시적·묵시적인 증여 약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B씨가 A씨에게 양도가액 일부를 증여했다는 전제에서 이뤄진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과세당국은 재판 과정에서 B씨가 자신의 지분 매매대금 일부를 다른 방식으로 수령해 조세를 회피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놨다.
그러나 법원은 B씨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B씨의 조세회피 여부를 A씨에 대한 증여세 부과처분에서 다툴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이 사건 부동산의 실질적 매매대가가 두 공유자에게 동등하게 설정됐고, 지분 가격 차이가 A씨와 무관하게 발생한 만큼 이를 증여로 본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참고 판례: 서울행정법원 2024구합93053]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2
3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