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두 차례 금융중심지 지정 문턱을 넘지 못했던 전북특별자치도가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중심으로 자산운용 기반이 자리 잡은 데다, 대형 금융그룹의 전주 거점과 국제금융센터 건립 계획까지 더해지며 금융 인프라가 이전보다 확충됐다.
관건은 금융회사와 인프라 확대가 실질적인 금융 생태계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단순 기관 유치를 넘어 전문인력 확보와 정주 여건, 핵심 금융 기능이 전북에 얼마나 자리 잡을 수 있는지가 심사의 주요 평가 요소가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9일 오후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제53차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금추위)를 열고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평가방안을 심의한다.
전북은 지난 1월 29일 금융위에 금융중심지 개발계획을 제출했다. 전북혁신도시와 전주 일대를 국민연금 중심의 자산운용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는 이후 별도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지난 5월 연구수행기관을 선정했다. 경제·금융·법률 분야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은 국제 금융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과 금융기관 추가 유치 여력, 경영·교육·생활환경, 전문인력 수급 가능성, 개발계획의 실행 가능성 등 8개 항목을 평가 기준으로 마련했다.
금추위가 이날 평가방안을 확정하면 연구수행기관은 3~4분기 서면평가와 현장실사에 들어간다. 최종 지정 여부는 관련 평가 결과를 토대로 연내 심의될 예정이다.
◇ 세 번째 도전은 다를까
전북의 금융중심지 지정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선 정부에서도 전북 금융중심지 구상은 공약과 국정과제에 포함됐지만 실제 지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금융기관 집적도와 정주 여건, 전문인력 확보 가능성 등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번에는 당시와 비교해 민간 금융회사의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올해 들어 주요 금융그룹이 전주에 잇따라 거점을 구축하거나 기존 기능을 확대했다. KB금융은 국민은행과 KB증권, KB자산운용, KB손해보험 등 주요 계열사를 묶은 금융타운을 열었고, 우리금융도 우리은행과 우리자산운용 등의 기능을 한데 모은 ‘전북 우리WON금융타운’을 가동했다.
신한금융은 자산운용과 자본시장 기능을 결합한 전북혁신도시 금융허브를 출범시켰다. 하나금융은 자산운용·대체투자·증권·은행 수탁 기능을 집약한 센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NH농협금융도 NH-아문디자산운용 전주사무소를 중심으로 계열사 참여형 금융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전북이 오랫동안 추진해온 국제금융센터 사업도 구체화 단계에 들어갔다.
최근 전북도 사업 공모에서는 KB증권과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이 참여한 오라이언자산운용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컨소시엄은 2030년까지 약 6000억원을 들여 31층 규모 국제금융센터와 호텔, 국제회의시설, 금융·창업기업 입주 공간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과거 심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됐던 물리적 인프라와 금융회사 집적 측면에서는 변화가 나타난 셈이다.
◇ 외형은 갖췄다…전문인력 확보는 과제
다만 금융회사가 전주에 사무실을 냈다는 사실만으로 금융중심지 경쟁력이 확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산업은 운용·투자·리스크관리 등 핵심 의사결정 기능과 전문인력, 법률·회계 등 지원 산업이 함께 모일 때 집적 효과가 커지는 산업이다. 전북에 들어선 금융사 조직이 실제 투자와 운용 기능을 얼마나 수행할지, 전문인력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이유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역시 전주 이전 이후 인력 이탈과 충원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국회에 제출된 국민연금 자료 등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 퇴직자는 2014년 9명, 2015년 10명에서 전주 이전이 결정된 2016년 30명으로 늘었다. 이후에도 2017년 27명, 2018년 34명, 2020년 31명, 2021년 26명, 2023년 30명, 2024년 25명이 퇴직했다.
금융위가 이번 평가에서 전문인력 확보 용이성과 경영·생활환경을 별도 항목으로 들여다보는 것도 이런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지역 조직이 본사의 보조 기능이나 국민연금 상대 영업에 머무를 경우 금융회사 수가 늘더라도 독립적인 금융 생태계로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자산운용과 투자 등 핵심 기능과 전문인력, 관련 서비스업까지 뒤따라야 국민연금을 축으로 한 금융 생태계가 실질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
◇ 서울, 부산 이어 전북까지 셋…‘특화 경쟁력’ 시험대
전북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될 경우 서울과 부산에 이어 국내 세 번째 금융중심지가 된다.
서울은 종합금융, 부산은 해양·파생금융을 중심으로 육성돼 왔다. 지난 3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서울은 8위, 부산은 23위를 기록했다.
전북은 서울·부산과 직접 경쟁하기보다 국민연금을 기반으로 자산운용과 농생명, 기후·에너지 금융 등 특화 분야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전북 입장에서는 단순히 금융기관을 추가로 유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울·부산과 차별화된 기능을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하는 셈이다.
이번 심사는 두 차례 고배 이후 달라진 전북의 금융 기반을 다시 평가하는 자리다. 최근 금융그룹의 잇단 전주 진출로 외형은 과거보다 커졌지만, 연말 최종 판단을 가를 변수는 결국 그 안에 어떤 기능과 인력이 자리 잡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국민연금이라는 대형 기관투자가가 있다는 점은 전북의 분명한 강점”이라면서도 “금융회사가 지속적으로 기능을 확대하려면 전문인력 확보와 업무 인프라, 관련 금융회사 간 연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2
3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