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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1 (일)

[이슈체크] 30조 늘렸지만 내 대출은 그대로…집단대출 우선, 체감은 ‘글쎄’

가계대출 총량 1.5%→3% 상향…은행별 추가 한도는 아직 미정
은행권 공급 여력 확대에도 일반 주담대 문턱 완화는 신중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권에 약 30조원의 가계대출 공급 여력이 추가로 생길 전망이지만, 일반 차주가 은행 창구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출 문턱은 당분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 목표를 1.5%에서 3%로 높였으나 늘어난 대출 여력을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주택 공급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과 청년·실수요자 지원에 우선 활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은행들도 추가 한도를 받더라도 일반 주택담보대출 취급 기준을 즉시 완화하기보다는 은행별 추가 배정 규모와 기존 대출 증가 속도를 살펴가며 공급량을 조절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결국 이번 조정은 개인별 대출 한도 확대보다 총량 규제로 묶였던 금융회사의 공급 여력을 일부 복원하고, 이를 집단대출과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배분하는 성격이 강하다.

 

◇ 30조 생긴다지만…5대 은행 몫은 아직 ‘미정’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은행권 가계대출 담당 부서장들과 만나 8·13 부동산 금융대책에 따른 하반기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핵심은 금융권 전체 관리 목표를 3%로 높이면서 생기는 추가 여력을 각 금융회사에 어떻게 배분할지다.

 

금융권 전체로 보면 연간 가계대출 공급 가능 규모가 종전보다 약 30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 숫자가 그대로 시중은행의 신규 대출 재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별 관리 목표는 상반기 대출 실적과 기존 목표 준수 여부, 하반기 입주·집단대출 수요 등을 반영해 다시 정해야 한다. 특히 5대 은행의 기존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는 모두 합쳐 4조3363억원에 불과했다. 7월 중순에는 정책대출을 제외한 증가액이 이미 이 목표를 넘어선 상태였다.

 

전체 금융권 목표가 두 배로 높아졌다고 해서 5대 은행의 기존 한도 역시 일률적으로 두 배가 되는 구조가 아닌 이유다. 은행별 추가 한도가 확정되기 전까지 각 은행이 선제적으로 일반 주담대 취급 기준을 크게 풀기 어려운 배경이기도 하다.

 

◇ 집단대출 ‘별도 트랙’…일반 주담대와 분리

 

이번 후속 조치에서 가장 큰 변화는 집단대출의 관리 방식이다.

 

재건축·재개발 이주비와 신축 아파트 중도금·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은 개별 은행에 부여되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와 별도로 관리하는 방향이 추진된다.

 

집단대출 자체가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빠지는 것은 아니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 3%에는 포함되지만, 개별 금융회사에 배정되는 한도와는 별도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특정 은행이 대규모 입주단지를 맡았다는 이유로 그 은행의 일반 주담대 취급 여력까지 급격히 줄어드는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에는 대규모 입주 시기가 겹칠 경우 수천억원대 잔금대출이 한꺼번에 실행되면서 은행별 총량을 빠르게 소진하는 경우가 있었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미 예정된 집단대출을 감안해 일반 주담대 접수를 미리 줄여야 하는 구조였다.

 

집단대출을 별도 트랙에서 관리하면 이 같은 부담은 일부 줄어든다. 당국이 총량을 늘리면서도 이주비, 중도금, 잔금대출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도 이번 조정의 목적이 일반적인 대출 영업 확대보다 주택 공급 과정의 자금 병목을 해소하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 일반 주담대는 여전히 ‘좁은 문’

 

반면 구축 아파트 매매 등을 위해 일반 주담대를 이용하려는 차주의 상황은 다르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가격별 주담대 한도 등 차주 단위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은행들이 총량 관리를 위해 자체적으로 도입한 규제도 상당 부분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 제한이다. MCI·MCG를 활용하지 못하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소액임차보증금 상당액이 대출 가능 금액에서 빠져 동일한 소득과 담보가치를 가진 차주라도 실제 한도가 줄어든다.

 

일부 은행이 별도로 적용 중인 주담대 최대 한도 축소와 영업점·모집인별 취급 제한 역시 추가 총량 배정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신용대출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이 주담대 가운데 실수요 자금은 원활하게 공급하되 최근 증가세가 빨라진 신용대출은 금융회사 스스로 관리하도록 주문한 만큼 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를 먼저 적극적으로 풀 유인은 크지 않다.

 

은행권에서는 NH농협은행이 먼저 주담대 공급 재개에 나섰다. 농협은행은 지난 6월부터 중단했던 변동금리형 ‘NH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20일부터 다시 시작했다.

 

다만 한 은행의 상품 판매 재개를 은행권 전체의 대출 규제 해제로 보기는 이르다. 다른 주요 은행들은 금융당국과의 총량 재조정 결과를 확인한 뒤 세부 운용 계획을 정하는 분위기다.

 

◇ ‘총량 확대=대출 완화’ 아닌 이유

 

당국 입장에서도 일반 주담대가 일시에 크게 늘어나는 것은 부담이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7월 한 달 동안 6조2000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은 6월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지난해 같은 달보다 큰 수준이다.

 

가계부채의 절대 규모도 다시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총량 목표를 높인 뒤 은행들이 일반 주담대와 신용대출까지 동시에 확대하면 실수요 지원을 위해 마련한 추가 여력이 다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 가계대출 관리의 초점은 총량을 얼마나 늘리느냐보다 추가 여력을 어디에 우선 배분하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결국 실수요자가 체감하는 대출 여건의 변화는 금융권 전체의 30조원 추가 여력보다 은행별 한도가 어떻게 배분되느냐에 달려 있다. 은행별로 얼마가 추가 배정되는지, 그 가운데 집단대출과 일반 주담대에 각각 얼마나 배분하는지에 따라 하반기 대출 창구의 온도차도 달라질 수 있다.

 

8·13 대책으로 금융권의 대출 공급 여력은 확대됐지만, 일반 차주의 대출 문턱까지 일괄적으로 낮아지는 구조는 아닌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본지에 “추가 한도가 어느 정도인지 정해져야 일반 주담대 운용 방침도 정할 수 있다. 집단대출 수요까지 감안하면 총량이 늘었다고 해서 기존 제한을 한꺼번에 풀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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