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치과의사 배우자 돈을 끌어다가 자기가 운영하는 부동산 법인을 통해 서울 고가 상가건물 및 수원시 상가건물을 사들인 행위에 대해 ‘증여’가 맞다는 행정결정이 나왔다.
조세심판원은 최근 청구인 A씨가 제기한 증여세 등 부과처분 취소에 관한 심판청구에 대해서 “쟁점금액은 배우자 명의 계좌에서 청구인 계좌로 이체된 후 청구인을 채권자로 하여 쟁점법인에 가수금으로 계상되었는바, 해당 대여금 채권을 보유한 주체는 청구인이므로 경제적 이익이 청구인에게 이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며 청구 기각 결정했다.
심판원은 “청구인 A씨 회사의 가수금 계정 원장에 청구인이 채권자(거래처)로 기재되어 있고 실제 청구인 명의 계좌를 통하여 쟁점금액이 불입된 이상, 청구인이 쟁점법인에 대한 채권자 지위에서 원리금을 회수할 권리를 보유하여 해당 자금을 자신의 재산으로 귀속시켜 독립적으로 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청구인 A의 배우자는 치과의사로서 독자적 소득활동을 통하여 형성한 자금은 배우자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되는바, 이를 청구인에게 이체하여 청구인의 채권으로 귀속시킨 행위는 부부 공동재산의 관리·처분이 아니라 청구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A는 2020년 6월, 2022년 6월 부동산 법인 둘을 세우고, 2020년 8월 경기도 수원시 상가건물, 2022년 10월 서울 강남구 상가건물을 차례로 사들였다.A 소유 회사들이 건물을 살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출처가 불분명했다.
서울국세청 조사국은 2025년 6월~9월 세무조사에 착수, 건물을 사들이는 시점에서 A가 자신의 회사에 각각 두 차례에 나누어 거액의 돈을 입금(가수금)한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입금한 돈은 회사 장부상으로는 A가 채권자, 회사가 채무자가 된다.
세무조사 결과 A가 자기 회사에 넣은 거액의 돈(가수금)의 출처는 치과의사였던 배우자 계좌에서 나온 돈이었고, 서울국세청 조사국은 A가 배우자 돈으로 부동산을 산 것, ‘증여를 통한 부동산 매입’이라고 보고 A에게 증여세를 부과했다.
◇ 1. 청구인의 주장 : 공동재산 또는 위탁재산
A는 다양한 주장을 펼쳤는데 ① 부부간에 재산을 공동관리한 것뿐이다 ② 나만 돈벌려고 상가 산 게 아니라 가족 공동 재산을 불린 거다 ③ 대법원 판례(2015두41937)를 보니까 단순히 부부간 계좌에 입금한 것만 가지고는 증여가 아니라더라 ④ 배우자한테 차용증 쓰고, 돈 빌려서 건물을 살 수도 있지만, 내 회사 명의로 샀어도 결국 우리 부부 재산 아니냐, 같은 재산주체인데 자기한테 돈 꿔주고 자기가 갚는 게 말이 되냐 등이었다.
이에 이어서 자금원천에 대한 주장도 했는데, ⑤ 배우자가 4년간 번 돈보다 배우자로부터 이체된 금액이 더 큰데 나한테 그 큰 돈을 꿔줄 여유가 없어 보이지 않느냐 ⑥ 그 돈이 어떻게 다 이체된 건지 서울국세청 조사국이 밝혀내지도 못 하지 않았느냐, 근데 뭘 근거로 증여세를 과세하냐 ⑦ 배우자도 꿔서 나한테 이체해준 거다, 배우자가 나한테 증여한다고 했냐, 그런 말 했다는 증거 있냐 ⑧ 그래, 다 좋다, 만일 이게 다 증여라고 해도 배우자가 나한테 이체한 돈, 그거 금융기관에서 꿔서 이체한 거니까 꾼 돈 만큼은 증여에서 빼야 하지 않겠냐 등의 주장을 펼쳤다.
A의 주장은 많았지만 ▲나는 공동재산 운영한 거고, 최소한 배우자 돈 위탁관리한거 밖에 없다 ▲나한테 보낸 돈 준 뭐가 증여인지 서울국세청 조사국이 특정하지 않았고, 배우자가 나에게 증여했다는 명시적 증거가 없다 ▲설령 다 증여라도 해도 배우자가 돈 꿔서 이체한 건 빼달라 등 세 줄로 요약할 수 있다.
◇ 2. 서울국세청의 반박 : 배우자 돈으로 채권자 됐으면 증여 맞다
서울국세청의 반박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 A가 배우자 돈이든 누구 돈이든 받아서 자기 회사에 돈을 입금하면, 가수금 계정에 잡히게 되는데, 그러면 채권자는 A, 채무자는 A의 회사로 법률상 관계가 확정된다. 배우자가 A 회사에 가서 그거 내 돈이라고 따져도 A의 회사는 회사 대표님에게 가서 따지라고 할 뿐 배우자에게 돈을 줄 의무가 전혀 없다. 따라서 공동재산이라는 A의 주장은 맞지 않다.
두 번째, 치과의사 배우자의 소득이 부부 공동재산이라는 주장은 민법상 완전히 틀린 것인데, 혼인 중이라고도 해도 서로 협력없이 각자 개인이 알아서 번 돈은 ‘부부별산제’에 의해 각자 소유로, 혼인 중 서로 협력없이 각자 개인이 알아서 축적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부부 각 개인의 소유를 인정한다.
세 번째, A는 치과의사 배우자 돈을 가져다가 자신에게 이전, 부동산 매입에 사용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데, 대법 2015두41937 사건은 거래 금액이 일상적인 공동생활비 정도고, 배우자 돈이 그저 다른 배우자의 계좌에 들어간 단순히 명의만 바뀐 예금이라서 동일하게 볼 수 없다.
네 번째, A의 말대로 배우자 돈이 공동재산이라는 건 반은 내 거, 반은 배우자 거란 논리인데, 배우자 돈으로 상가를 산 데 대한 지분 반은 내 거라면서, A가 배우자로부터 받은 돈은 위탁관리라고 주장하는데, 자기한테 유리할 때는 공동재산, 불리할 때는 위탁관리라며 말을 바꾸어 주장의 일관성이 없다.
다섯 번째, A 계좌로 이체된 배우자 돈 중 어떤 이체 내역이 A회사 가수금 명목으로 입금했는지 특정하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A가 자기 회사에 입금한 가수금에 대해서만 증여 처분을 했으니 이건 무상이전된 분에 대해서만 과세한 것이라서 증여 추정도 아니다.
여섯 번째, 치과의사 배우자 4년치 소득을 근거로 돈을 이체할 재력이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배우자는 개업을 2006년부터 했고, 조사대상기간(2019~2020)을 보니 A의 소득보다 월등해 배우자의 재력은 충분하다.
◇ 3. 심판원 결정 : 가수금 채권 소유자 A, 배우자가 A 거쳐 대여할 필요성 부재
심판원은 국세청 주장을 그대로 인정했다.
A가 A의 회사에 입금한 가수금의 성격이 A는 채권자, 회사는 채무자로서 너무 명백했기에 A가 공동재산이란 주장은 전혀 맞지 않을뿐더러, 그 가수금의 소유자가 A인 것 역시 명확했다.
A 회사 가수금이 배우자 재산이라면, 배우자가 직접 A 회사에 돈을 꿔주면 됐지(직접 가수금 입금), A를 거쳐서 입금할 필요가 없고, 경제적·법률적 필요성의 입증 또한 없었다. 따라서 배우자 돈을 A에게 넘겨주기 위한 행위, 무상 이전 받은 증여재산이 맞다고 보았다.
A가 제시한 대법 2015두41937 판례 역시 상적인 생활비나 개인 예금 관리에 대한 것이지 거액의 예금이체 및 타인 대여(A의 회사 가수금 입금) 관련 건이 아니라서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국세청 조사국이 정확히 가수금으로 이체된 돈(A가 배우자 돈으로 획득한 채권)에 대해서만 상속세 및 증여세법 상 재산의 무상 이전으로 보아 과세(상증법 제2조 제6호 및 제4조 제1항 제1호)했다면서 증여추정도 아니라고 밝혔다.
심판원은 “‘민법’ 제830조 제1항에 따라 배우자가 치과의사로서 독자적 소득활동을 통하여 형성한 자금은 배우자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되는바, 이를 청구인에게 이체하여 청구인의 채권으로 귀속시킨 행위는 부부 공동재산의 관리·처분이 아니라 청구인에게 경제적 이익이 종국적으로 귀속되는 경제적 가치의 이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라며 “처분청이 쟁점금액을 배우자로부터 무상으로 이전받은 증여재산으로 보아 청구인에게 증여세를 부과한 이 건 처분은 잘못이 없다”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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