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배우자 명의로 아파트 소유권을 이전했더라도 실제 증여가 아니라 부부간 명의신탁으로 볼 수 있다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부 사이 부동산 명의신탁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있고, 설령 부동산실명법상 허용되지 않는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곧바로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은 최근 납세자 A씨가 B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과세당국이 A씨에게 부과한 가산세 포함 증여세 5620만4400원을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판결은 지난 5월 26일 선고됐다.
쟁점은 배우자가 A씨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한 아파트를 실제 증여한 것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부부 사이의 명의신탁으로 볼 것인지였다.
앞서 A씨는 2021년 배우자 C씨로부터 아파트 명의를 이전받았고, 등기 원인은 ‘증여’로 기재됐다.
과세당국은 해당 아파트 시가를 8억5000만원으로 평가한 뒤 A씨가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24년 가산세를 포함한 증여세 5620만4400원을 결정·고지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실제로 아파트를 증여받은 것이 아니라 배우자로부터 명의신탁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C씨는 변호사로 법무법인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구성원 변호사의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아파트 명의를 배우자인 A씨에게 이전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소유권까지 A씨에게 이전한 증여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법원은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우선 부부가 작성한 부동산 명의신탁 약정서의 증명력을 인정했다. 과세당국은 해당 약정서가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 후 작성됐다는 점을 들어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약정서 작성일이 증여세 과세예고통지보다 앞선 점을 주목했다. 소유권이전등기 후 약 50일이 지나 약정서가 작성됐지만 그 기간이 길지 않고, 당사자가 부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약정서에 A씨와 C씨의 인감증명서가 각각 첨부돼 있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법원은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약정서의 증명력을 배척할 만큼 충분한 반증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이 해당 아파트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법원은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와 조세회피 목적 추정을 규정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2가 이 사건과 같은 부동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 C씨가 A씨에게 아파트를 실제 증여할 만한 다른 사정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반면 C씨가 법무법인을 운영하면서 구성원 변호사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배우자에게 아파트를 명의신탁했을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부부간 명의신탁에 관한 부동산실명법 규정도 근거로 제시됐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은 부동산 명의신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부부 사이 명의신탁은 조세포탈이나 강제집행 면탈,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법원은 이 사건 아파트를 C씨가 아닌 A씨 명의로 이전하면서 특별히 세금이 줄어드는 등의 사정이 확인되지 않았고, 소유권이전등기 당시 급박한 강제집행이 예정돼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설령 해당 명의신탁이 조세포탈이나 강제집행 면탈, 법령상 제한 회피를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이 경우 부동산실명법에 따른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사정만으로 명의신탁된 부동산을 실제 증여받은 것으로 봐 증여세를 매길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결국 법원은 C씨가 A씨에게 아파트를 명의신탁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실제 증여가 있었다는 전제에서 이뤄진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했다.
이번 판결은 부부 사이 부동산 소유권이 이전됐다는 외형만으로 증여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등기 원인이 증여로 기재돼 있더라도 명의신탁 약정의 존재와 작성 경위, 당사자 관계, 실질적인 소유권 이전 의사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판결을 모든 부부간 명의신탁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취지로 확대해석하기는 어렵다. 법원은 명의신탁 약정서와 인감증명서, 약정서 작성 시점, 실제 증여로 볼 만한 다른 사정이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이 사건의 증여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명의신탁이 조세포탈이나 강제집행 면탈 등을 목적으로 한 경우 부동산실명법에 따른 별도의 제재 가능성까지 부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러한 위법성이 존재한다는 사정과 증여세 과세 여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
[참고 판례: 의정부지방법원 2025구합1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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