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올리며 긴축의 속도를 높였다. 지난달 3년 6개월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선 데 이어 한 달 만에 다시 0.25%p를 올리면서 기준금리는 연 3.00%에 도달했다.
경기 회복세가 당초 전망을 웃돌면서 금통위는 한 달 만에 추가 인상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크게 끌어올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2.7%로 유지했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고금리를 감내할 경기 여력이 종전 예상보다 커졌다는 판단이 금리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p 인상했다.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은 두 번째 인상이다. 금통위가 두 차례 이상 회의에서 연이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1월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이번 결정은 동결 쪽에 기울었던 시장 전망과도 차이가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채권시장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9%가 8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인상을 전망한 비율은 20%였다.
금통위는 시장의 속도 조절 예상보다 성장과 물가, 금융안정 측면의 위험에 더 무게를 둔 셈이다.
◇ 예상 웃돈 성장세…한은, 올해 성장률 3.3%로 상향
연속 인상의 배경에는 최근 가팔라진 경기 회복세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6% 증가했다. 지난 5월 한은이 예상했던 0.2%를 크게 웃돈 수준이다. 1분기 1.8%의 높은 성장률 이후에도 플러스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연간 성장률 전망을 높일 여지가 커졌다.
성장을 이끈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과 투자다. 7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62.8% 증가하는 등 수출 호조가 이어졌고 내수 지표도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이날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했다. 지난 5월 전망치인 2.6%보다 0.7%p 높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기존 2.1%에서 2.9%로 0.8%p 상향했다.
불과 석 달 사이 올해와 내년 성장 전망을 모두 큰 폭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반도체 경기 호조가 예상보다 길고 강하게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세를 지속할 가능성을 통화정책에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물가 전망에는 변화가 없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7%, 내년은 2.3%로 전망해 5월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최근 물가 흐름만 보면 긴장을 풀기에는 이르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8%로 6월 3.2%보다 낮아졌지만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 식료품과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2.6%까지 올라왔다.
성장률 전망은 크게 높아지고 물가는 목표 수준 위에 머물면서 금리를 동결해 경기 회복을 지원해야 할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셈이다.
◇ 환율 부담 덜었지만…성장·물가에 무게 둔 금통위
최근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추가 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성은 낮아졌다는 시각도 있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00원 아래로 내려온 데 이어 이달에는 1400원선까지 밑돌았다. 지난 24일에는 장중 1376.5원까지 떨어지는 등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그러나 금통위는 환율 안정만으로 긴축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경기 확장에 따른 물가 압력과 함께 가계부채, 주택가격 등 금융안정 측면의 부담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지난달 금리를 올린 직후 한은은 향후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2분기 성장률과 7월 물가 등 이후 발표된 주요 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한 달 만의 추가 인상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기준금리가 3.00%로 올라서면서 한·미 정책금리 격차도 줄었다. 미국 정책금리가 연 3.50~3.75%인 점을 감안하면 상단 기준 격차는 0.75%p다.
반면 가계와 자영업자, 한계기업의 이자 부담은 한층 커지게 됐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사이 기준금리가 총 0.50%p 오른 만큼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에 반영될 경우 취약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확대될 수 있다.
◇ 3% 도달한 기준금리…이제 시장은 ‘다음 인상’ 본다
관심은 기준금리 3.00%가 이번 긴축 사이클의 어느 지점인지로 옮겨갈 전망이다.
한은이 불과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0.50%p 올린 데다 올해 성장률 전망까지 3%대로 크게 높인 만큼 추가 인상 가능성 자체는 열려 있다. 다만 연속 인상에 따른 경기와 가계부채의 반응을 확인할 필요가 커진 만큼 앞으로는 인상 시점과 폭을 둘러싼 셈법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지난 5월 공개된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금리 전망에서는 기준금리 연 3.00%를 예상한 점이 21개 가운데 10개로 가장 많았다. 3.25%는 2개였다. 당시 기준금리가 2.5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는 이미 다수 위원이 예상했던 수준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이날 새로 공개되는 금리 점도표에서 3.25% 이상을 예상하는 점이 얼마나 늘었는지, 이번 인상 결정 과정에서 동결 소수의견이 제시됐는지 여부가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판단할 핵심 단서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시장의 관심은 ‘8월이냐 10월이냐’에 맞춰져 있었다. 금통위가 시장의 동결 예상과 달리 8월 인상을 택하면서 이제 질문은 추가 인상 여부와 최종 금리 수준으로 넘어갔다.
반도체 호황을 등에 업은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해지고 물가가 목표 수준을 웃도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긴축 기조가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두 달 연속 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가 내수와 가계의 부담으로 빠르게 나타날 경우 한은이 다음 회의부터 속도 조절에 나설 여지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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