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정부가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중앙부처의 세종 이전을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350여곳에 대해서도 올해 안에 이전 대상을 확정한다.
다만 금융권의 관심이 쏠렸던 금융위원회의 이전 여부는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 정부가 기관별 기능과 업무 연계성 등을 추가로 따져 이전 대상을 정하기로 하면서 금융위의 거취는 당분간 열려 있게 됐다.
정부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2차 중앙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이전 방향과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중앙행정기관은 2027년 상반기부터 이전 규모와 파급효과가 큰 기관을 우선적으로 세종으로 옮긴다. 우선 대상에는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이 포함됐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현행 ‘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기관으로 규정되어 있는 법무부, 성평등부 등 중앙부처의 세종 이전을 위해 해당 기관들을 이전 제외기관에서 삭제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어 “모든 기관을 같은 시기에 일률적으로 옮기기보다는 기관별 업무 여건과 준비 상황을 고려해 행정 공백이 없도록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검찰청(공소청·중수청), 경찰청 등 별도의 청사가 필요한 기관은 청사 신축 이후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수도권에는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를 비롯해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금융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중앙행정기관이 남아 있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의 이전 방침은 구체화했지만 금융위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의 이전 여부는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윤 장관은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관련해 “기관별 기능과 성격, 기관 간 업무 연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향후 정부의 추가 검토 과정에서 이전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총괄하면서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금융회사 등 서울에 집중된 금융기관과 업무 연계가 많은 만큼 다른 중앙부처와는 별도의 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곳 원점 재검토…‘잔류 최소화’
중앙부처와 별도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속도를 낸다.
정부는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350여곳을 대상으로 기존 잔류 기준을 다시 들여다보고, 올해 4분기 중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핵심 원칙은 ‘수도권 잔류 최소화’다.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수도권에 남을 수 있도록 했던 기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수도권에 반드시 위치해야 할 필요성이 낮은 기관은 원칙적으로 이전 대상에 포함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차 이전 당시 적용했던 잔류기준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할 기관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이전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강조했다.
기관을 전국에 분산하기보다는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모으는 방식도 적용한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대통령께서도 강조한 바 있지만, ‘나눠먹기식’ 배분을 지양하고, 지역 성장의 에너지를 모닥불처럼 모아서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집적 배치해 지역 거점의 힘을 극대화하겠다”고 했다.
기관별 배치 지역은 ‘5극 3특’ 성장엔진과 기존 혁신도시의 기능, 지역 산업 및 인프라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한다. 지역인재 채용과 지역 대학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이전기관을 중심으로 산학연 연계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청사 짓기 전부터 옮긴다…2027년 ‘선도 이전’
이번 2차 이전에서는 실제 이전까지 걸리는 기간도 줄인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은 계획 수립 이후 실제 기관 이전까지 7년 이상 걸린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에는 새 청사 건립을 기다리지 않고 민간 건물을 임차해 사용하는 방식 등을 활용해 2027년부터 일부 기관의 선도 이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1차 이전 때와 같이 청사신축을 기다리지 않고 민간건물 임차 등을 활용하여, 내년부터 선도 이전에 즉시 착수하겠다”며 “단기간에 생활 터전을 옮겨야 하는 이전기관 종사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주거지원 방안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전 직원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기존 이주수당과 이사비에 더해 이전 거리에 따라 2년간 최대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원거리 우대수당과 최대 월 50만원의 조기이전 수당을 신설한다. 주거 안정과 자녀 교육·돌봄 공백을 줄이기 위한 추가 지원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관계부처와 공공기관,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뒤 지방시대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올해 4분기 구체적인 이전 기관과 지역을 확정한다.
◇ 공공기관 109곳도 감축…이전과 기능개혁 병행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함께 기관 통폐합을 포함한 기능개혁도 추진된다. 정부는 전체 공공기관의 약 20%에 해당하는 109개 기관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발전 5사를 하나로 통합하고, 지역별로 운영되고 있는 4개 항만공사도 통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공공기관의 해외 거점 역시 물리적·기능적으로 일원화해 수출기업과 교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도록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허장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발전 5사를 하나로 통합하여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을 이루도록 하고,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면서 지역별로 산재하던 4개 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하여 국제 항만 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했다.
기관 통폐합 과정에서는 기존 직원들의 고용과 처우를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허 차관은 “해당 공공기관 직원들의 고용승계 보장과 함께, 통폐합 전·후 보수 등 처우가 저하되지 않도록 하며, 복리후생 강화와 경영평가 인센티브 부여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균형성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생존전략”이라며 “재경부, 행안부, 국토부 주도로 총리실 주관 관계부처 협의체를 통해 막힘없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큰 틀을 제시하면서 이제 관심은 올해 4분기 공개될 구체적인 기관별 이전 계획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빠진 금융위의 경우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의 업무 연계성과 금융산업의 수도권 집중도 등을 정부가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향후 거취를 가를 변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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