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감독원이 보험회사 경영진의 성과평가 체계를 손질한다. 단기 수익성과 외형 성장에 치우친 핵심성과지표(KPI)가 과도한 영업 경쟁과 낙관적인 계리가정, 보험금 부지급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중장기 건전성과 소비자보호 지표를 강화하도록 유도한다.
금감원은 9일 생명보험협회 교육문화센터에서 보험회사와 생·손해보험협회, 보험연구원 관계자 등 49명이 참석한 가운데 ‘보험회사 성과평가 관행 개선 워크숍’을 열고 주요 보험사의 경영진 KPI 점검 결과와 개선 방향을 공유했다.
금감원은 최근 주요 보험사의 대표이사와 상품개발·영업·보상 담당 임원의 KPI 운영체계를 점검했다. 그 결과 CEO 성과 평가에서 단기 실적에 대한 비중이 높은 반면, 중장기 건전성과 소비자보호 성과를 반영하는 장치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사례가 확인됐다.
대다수 보험사는 수익성과 성장성을 평가할 때 단기 재무성과를 중심으로 반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잘못된 계리가정으로 향후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해당 경영진의 당기 성과평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이 같은 평가 방식이 낙관적인 계리가정 설정이나 과도한 사업비 집행 등 단기 성과를 높이기 위한 경영 판단을 유도할 수 있다고 봤다.
게다가 중장기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도 부족했다. 실제 실적과 예상치 간 차이를 나타내는 예실차와 기본자본비율,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Gap) 관리 등을 경영진 성과에 반영하는 체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보호 관련 지표 역시 비중이 낮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례가 있었다. 일부 보험사는 정성평가 항목을 활용하고 있었지만 객관적으로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지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설계부터 판매, 보험금 지급까지 각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 평가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확인됐다. 상품 설계·제조 담당 임원의 경우 수익성과 성장성 위주로 평가하면서 소비자보호 성과를 반영하는 지표가 부족했고, 잘못된 상품 설계에 대한 사후 감점이나 불이익 체계도 미흡했다.
영업 담당 임원은 특정 시점까지의 단기 계약 유지율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사례가 있어 이후 장기간 계약을 유지·관리할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상 담당 임원의 KPI에 손해율 관리 항목을 포함한 사례도 문제로 지목됐다. 손해율을 낮추는 실적이 임원 평가와 연결될 경우 보험금 지급을 줄이려는 유인으로 작용해 소비자 이해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경영진 KPI를 설계할 때 소비자보호 지표의 비중을 높이고 보험계약의 장기 유지·관리 성과를 보다 정교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소비자 이익과 충돌할 소지가 있는 지표도 재검토하도록 했다.
아울러 해외 보험사의 성과평가 사례도 공유됐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영국 아비바와 미국 푸르덴셜은 소비자보호 관련 지표의 정의와 목표, 실제 달성 수준을 성과평가 기준에 명시하고 이를 보상에 반영하고 있다. 고객관계와 계약 유지, 고객만족도 등도 중장기 평가 요소로 활용한다.
보수 공시도 국내보다 구체적이다. 푸르덴셜은 KPI 항목과 가중치, 목표와 실제 성과, 조정 항목, 최종 보수액 등을 공시하고 있다. 아비바는 정량평가와 보수위원회 등의 재량평가를 구분하고 재량평가를 적용한 경우 그 사유까지 공개한다.
박지선 금감원 보험담당 부원장은 “회사의 핵심성과지표는 임직원의 인사나 보상 수준만을 측정하는 수단이 아니라 회사의 경영철학과 목표를 조직문화에 안착시키는 기반”이라며 “단기·외형 성장 중심에서 벗어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성장과 재무건전성, 소비자 이익이 균형 있게 설계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 결과와 검사 지적 사례, 해외 사례를 토대로 보험업권의 ‘경영진 보상체계 모범관행’을 보완할 계획이다. 해당 모범관행은 지난해 1월 제6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도입돼 올해 1분기부터 시범 운영되고 있다.
나아가 금감원은 향후 보험사 CEO 간담회 등을 통해 소비자보호와 중장기 경영성과를 경영진 평가에 반영하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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