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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8 (목)

[양현근 시인의 詩 감상] 살구나무

 

살구나무 / 허갑순

​

 

살구나무 앞에 서서 멀미를 한다

지난 밤

노랗게 낙화한 살구는 멀쩡했다

멀쩡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살구였을까

​

밤새 장맛비는 풀밭위에 웅덩이를

만들고 나는 꿈속에서 살구로 살고

살구가 웅덩이 속에서 노랗게 웃었다

​

비록 떨어져버린 살구였지만 살구는

살구일 수 밖에 없었다

​

살구나무가 위태하게 매달려 있는

살구들을 또 한 차례 세차게 흔든다

​

살구들은 아직도 살아있는 살구들은

떨어지기 전부터 즐거운 낙하를

꿈꾸고 있었을까

 

 

[詩 감상] 양현근 시인

 

노란 낙하

 

장맛비가 지나간 풀밭,

웅덩이 속에 누운 살구 하나가

조용히 웃고 있습니다.

시인은 떨어진 살구를 바라보다가

문득 자신도 살구가 되어

생의 안팎을 함께 건너갑니다.

 

나무에 매달린 시간도 삶이지만,

땅으로 내려오는 순간 또한

생이 끝나는 자리가 아니라

또 하나의 완성이었음을 살구는 말없이 보여줍니다.

가장 오래 마음에 머무는 것은

'즐거운 낙하'라는 역설입니다.

 

결국 이 시는 떨어지는 것을 잃는 일이 아니라

되돌아가는 일로 바라보게 합니다.

꽃이 피고, 열매가 익고,

마침내 땅으로 돌아가는 순환은

모든 생명이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질서입니다.

시인은 노랗게 익은 살구 한 알을 통해

삶과 소멸을 대립시키지 않고,

완성과 귀환이라는 하나의 생명으로 묶어 냅니다.

담담한 언어 속에서 오래 번지는 울림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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