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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8 (목)

[전문가 칼럼] “우리 집도 상속세를 내나요?”…법 바뀌기 전 준비해야

서울 아파트 한 채도 상속세 현실화…18억5000만원 재산에 세금 약 3억6500만원
유산취득세 2028년 시행은 아직 ‘목표’…확정되지 않은 제도만 기다려선 안 돼
절세보다 중요한 자산목록·10년 증여내역·납부재원…가족 간 대화도 미리 시작해야

(조세금융신문=박소영 고려세무법인 용인점 대표세무사)

 

“우리 집도 상속세를 내나요?”

세무사로 일하며 자주 듣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대개 같은 생각이 깔려 있다. 상속세는 수십억, 수백억 원의 재산을 가진 자산가들만의 세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배우자가 이미 사망한 어머니가 자녀들에게 재산을 남기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아버지가 시가 18억원의 서울 아파트와 예금 5천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자. 설명의 편의를 위해 채무, 장례비용, 사전증여재산 등 다른 변수는 반영하지 않은 단순화된 가상 사례다.

 

전체 재산은 18억5000만원이다.

배우자가 없으므로 배우자상속공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일괄공제 5억원과 예금 5000만원에 대한 금융재산 상속공제 1000만원을 적용하면 과세표준은 13억4000만원이 된다.

 

현행 상속세율을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약 3억7600만원이다. 기한 내 신고에 따른 3% 신고세액공제를 제외하더라도 3억6472만원이다. 서울 아파트 한 채와 예금 5천만원을 물려받았는데 약 3억6500만원의 상속세 납부 문제와 마주하는 셈이다.

 

상속세는 원칙적으로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신고하고 납부해야 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분납이나 연부연납을 활용할 수 있고, 일반 상속재산의 경우 연부연납은 최대 10년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납부가 나눠질 뿐 세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속세를 어떤 돈으로 낼 것인가”다.

 

이제 상속세는 극소수 자산가들만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2025년 상속세 과세인원은 2만2524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1만181명과 비교하면 5년 사이 약 2.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주택을 비롯한 자산가치가 오르면서 과거에는 상속세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가정도 상속세를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하게 됐다.

 

“곧 법이 바뀐다던데요”

최근 상속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도 자주 받는다. “곧 유산취득세로 바뀐다는데, 조금 기다려 보면 되지 않을까요?”

 

정부는 2025년 3월 상속세 과세방식을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행 유산세 방식은 피상속인이 남긴 전체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세액을 계산한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 각자가 실제로 취득한 재산을 기준으로 각각 세금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2025년 발표한 개편안은 일괄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상속인별 공제를 적용하고, 직계존비속 공제를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정부는 당시 국회 입법과 과세시스템 정비를 거쳐 2028년부터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2028년은 확정된 시행일이 아니라 정부가 제시한 목표 시점이다. 정부는 관련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2025년 5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2026년 9월 현재 해당 유산취득세 전환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다. 현재도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지금 상속이 발생한다면 유산취득세가 아니라 현행 유산세 방식에 따라 상속세를 계산해야 한다.

 

2028년 시행 목표 역시 법안 통과와 후속 입법, 과세시스템 구축을 전제로 제시됐던 일정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시행 시기나 공제 방식, 세부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와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여기서 상속을 준비하는 가족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원칙이 있다.

상속세는 상속이 개시될 당시 시행되는 법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사망일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다. 법이 바뀔 가능성만을 믿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 가족의 상속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제도에 맡기는 셈이 된다.

 

더 중요한 이유도 있다. 상속 준비에서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시간이기 때문이다.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미리 증여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분이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된다.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증여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5년 이내분이 합산된다.

 

일부 특례재산은 예외가 있으므로 개별 검토가 필요하다. 10년이라는 시간은 필요할 때 돈을 주고 살 수 없다. 오늘 시작해야 비로소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빨리 증여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사전증여가 항상 절세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증여세만 볼 것이 아니라 부동산 취득세와 향후 양도소득세, 부모에게 필요한 생활비와 의료비, 자녀들의 자산 상황, 가족별 재산 취득 구조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서두르는 것이 아니다. 시간을 확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미리 설계하는 것이다.

 

세금보다 큰 문제는 사람이다.

상속 상담을 하다 보면 세금보다 더 어려운 문제가 있다. 바로 가족이다.

 

상속세는 숫자로 계산할 수 있지만 가족 간의 불신과 갈등은 계산기로 해결할 수 없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도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상속을 맞은 가족과 부모가 건강할 때부터 준비한 가족은 상속 이후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사례 1 : 준비하지 못한 가족]

수도권 아파트와 금융자산을 합쳐 약 25억원의 재산을 보유했던 A씨 가족은 자산목록과 과거 증여 내역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상속을 맞았다. 계산된 상속세는 약 4억2000만원이었지만 가족이 바로 마련할 수 있는 금융자산은 1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상속인들은 부동산을 매각할 것인지, 대출을 받을 것인지, 누가 어떤 재산을 상속받을 것인지를 두고 6개월 동안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시세보다 20% 낮게 급매로 처분했다. 세금은 납부하면 끝나지만 가족 사이에 생긴 감정은 그보다 오래 남았다.

 

[사례 2 : 미리 준비한 가족]

반면 비슷한 규모인 약 28억원의 자산을 보유했던 B씨 가족은 부모가 건강할 때부터 상속 준비를 시작했다. 상속이 발생하기 15년 전부터 부모 명의의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정리하고, 최근 10년간 자녀에게 이전한 자금도 확인했다. 부모에게 필요한 노후 생활비와 의료비를 충분히 남긴 뒤, 함께 살고 있는 딸에게는 시가 10억 원의 아파트를, 아들에게는 시가 10억 원의 상가를 이전했다. 필요한 증여 신고도 미리 마쳤다. 예상 상속세는 계산해두고, 납부 재원은 보험으로 준비해뒀다.

 

상속이 발생했을 때 가족들은 부동산을 급하게 처분할 필요가 없었다. 재산분할의 기본 원칙과 세금을 낼 방법이 이미 가족 사이에 공유돼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규모의 재산이라도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재산의 크기만이 아니다.

 

준비할 시간이 있었는지, 세금을 낼 현금이 있었는지, 그리고 부모와 자녀가 미리 이야기했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2014년부터 상속·증여 상담과 신고 업무를 수행하며 수많은 건의 관련 사례를 상담하거나 신고 대리했다. 그 과정에서 준비 없이 상속을 맞은 가족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자산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한눈에 정리돼 있지 않았다.

 

과거에 자녀에게 얼마를 이전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예상 상속세를 낼 현금을 준비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부모의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가족이 미리 대화해 본 적이 없었다.

 

 

부모가 살아 있을 때만 할 수 있는 일

 

상속세는 부모가 사망한 이후 계산한다. 하지만 그 세금의 크기와 가족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상당 부분 그 이전에 결정된다. 부모가 어떤 자산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형태로 보유하는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자녀에게 이전하는지, 부모의 노후생활비를 얼마나 남기는지, 상속세를 낼 자금은 준비돼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무엇보다 부모가 살아 있을 때는 가족끼리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세무사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다. 쌍둥이를 낳은 뒤 상속과 증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상속과 증여를 생각할 때 ‘얼마나 세금을 줄일 수 있는가’를 먼저 봤다면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각의 순서가 바뀌었다.지금은 절세보다 시간과 구조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우리 집은 아이들이 태어난 날부터 증여를 시작했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미성년 공제 한도 안에서 소액씩, 꾸준히했다. 부모의 증여뿐 아니라 친인척에게 받은 용돈까지 날짜별로 기록했다. 증여세 공제 한도를 관리하고, 이를 신고 근거로도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 자금은 아이들 명의의 증권계좌에서 관리한다. 단순히 돈을 모아두는 것이 아니라, 투자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하기 위해서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하나다. 아이들에게 미리 이전할 돈과 부모가 노후에 끝까지 가지고 있어야 할 돈을 구분하는 것이다. 상속 준비가 자녀에게 최대한 많은 돈을 최대한 빨리 넘기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모가 자신의 생활과 의료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자산을 먼저 확보한 뒤 나머지 자산을 언제,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이전할지를 검토해야 한다. 절세를 위해 부모의 노후가 불안해진다면 그것은 좋은 상속 설계라고 보기 어렵다.

 

오늘 할 수 있는 세 가지

그렇다면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까.

 

첫째, 부모 명의의 자산이 현재 얼마인지 확인해야 한다. 아파트와 상가, 토지뿐 아니라 예금, 주식, 보험, 사업체 지분까지 한 번에 정리해 보는 것이 시작이다. 특히 부동산은 공시가격만으로 예상 상속세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현재 시점에서는 최근 실거래가와 유사자산의 거래가격 등을 통해 대략적인 시가를 점검하고, 실제 상속이 발생하면 상속개시일을 기준으로 세법상 인정되는 매매사례가액과 감정가액 등 평가자료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상속 준비의 첫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우리 부모님의 재산은 지금 얼마인가?”

 

둘째, 최근 10년간 가족 간에 오간 돈을 정리해야 한다. 기억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가능하다면 계좌를 확인해야 한다. 결혼할 때 준 돈, 주택 구입자금, 사업자금, 전세보증금, 자녀에게 반복적으로 송금한 돈 등 가족끼리는 자연스럽게 도와준 돈이라고 생각했더라도 세무상으로는 증여 여부를 따져봐야 하는 경우가 있다.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10년,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증여한 재산은 5년이라는 기준부터 점검해야 한다.

 

셋째, 상속세를 낼 현금이 있는지 계산해야 한다. 재산이 많다고 현금도 많은 것은 아니다.

서울 아파트가 15억원이어도 통장에 5000만원밖에 없다면, 수억원의 상속세가 나오는 순간 세금 문제는 부동산 매각이나 대출 문제로 바뀐다. 그리고 다시 재산분할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예상 상속세를 계산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그 세금을 어떤 돈으로 낼 것인가”를 계산하는 것이다.

 

상속은 죽음 이후에 갑자기 시작되는 사건이 아니다. 부모가 살아 있는 지금부터 시작되는 일이다. 법이 어떻게 바뀔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없다.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2028년에 유산취득세가 실제로 시행될지, 시행된다면 최종적인 공제와 과세방식이 어떻게 확정될지도 국회의 입법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부모의 자산을 정리하고, 과거 증여 내역을 확인하고, 예상 세금을 계산하고, 납부할 현금을 마련하고, 가족끼리 이야기를 시작하는 일은 오늘 할 수 있다.

 

상속 준비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날은 법이 바뀌는 언젠가가 아니라 오늘이다.

 

 

[프로필] 박소영 고려세무법인 용인점 대표세무사
•現) Rich Divine FP/컨설턴트

•前) 삼성세무서 국세심사위원회 위원

•前) 한국여성세무사회 제20대 홍보이사

•前) ㈜대교홀딩스 투자전략실, 경영지원실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석사 (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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