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주회사인 (주)두산은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8894억원, 영업이익 2590억원, 당기순이익 253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4분기에 3429억원의 영업손실, 1조285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것과는 대조되는 실적이다.
그룹 중추격인 두산중공업도 1분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지난해 4분기 3829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2276억원의 영업이익, 1조2765억원이었던 당기순손실은 897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신입사원 희망퇴직 논란을 빚은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지난해 4분기 각각 영업손실 1939억원, 당기순손실 6130억원이었던 실적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112억원, 당기순이익 796억원의 흑자로 바뀌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957억원, 당기순손실 3754억원을 기록했던 두산건설도 플러스 실적을 냈다. 두산건설은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 245억원, 당기순이익 143억원을 거뒀다.
이처럼 두산그룹 주요계열사들이 일제히 흑자 전환하면서 박정원 회장은 물론 계열사에 두루 포진한 두산 4세들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두산 4세에서는 사촌경영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이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추세다.
두산 4세로는 박정원 회장을 비롯해 박혜원 두산매거진 부사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 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박인원 두산중공업 전무, 박서원 (주)두산 전무,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 등이 있다.
박정원 회장, 박혜원 부사장, 박지원 부회장은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자녀들이고 박석원 부사장은 박용성 전 중앙대학교 이사장의 차남이다. 박태원 사장, 박형원 부사장, 박인원 전무는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 슬하의 삼형제이며 박서원 전무, 박재원 부장은 박용만 회장의 아들들이다.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가 가문에서 제명된 고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 독립해 딴 살림을 차린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의 자녀들은 두산그룹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초 언론 사회면을 뜨겁게 달군 ‘재벌 3세 성관계 동영상 협박 사건’의 주인공인 박진원 전 (주)두산 산업차량BG 사장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경영에서 발을 뺀 케이스다.
존재하지도 않는 섹스동영상을 빌미로 박진원 전 사장에게 30억원을 요구했던 협박범 두 사람은 최근 모두 유죄가 확정됐다. 지난 3월 대법원은 박진원 전 사장을 협박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오모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앞서 오씨의 여자 친구인 김모씨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뒤 항소를 포기했다.
피해자인 박진원 전 사장은 이 사건으로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 지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재벌가 일원인 동시에 두 딸을 둔 유부남인 그가 외도를 일삼다가 협박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여론의 거센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결국 박진원 전 사장은 사표를 제출하고 한창 뛰어야할 나이에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다.
이후 박진원 전 사장의 근황은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지난 7일 별세한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빈소를 조문했다는 정도가 전부다. 사건 발생 이전까지는 매우 상세하게 기록돼있었던 그의 프로필도 주요 포털사이트 인물정보에서 삭제된 상태다. 마치 그룹 차원에서 박진원 전 사장의 흔적을 다 지워버린 듯한 착각마저 든다.
박진원 전 사장은 두산 4세 가운데 가장 경영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아온 인물이다. 2008년 두산인프라코어 산업차량 BG장이 된 그는 그해 독일의 창고전용 물량장비 생산업체인 ATL사 인수를 주도하고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적자에 허덕였던 산업차량 BG를 연매출 5000억원의 캐시카우로 탈바꿈시킨 바 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박진원 전 사장은 2011년 두산 경영대상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성관계 동영상 파문이 없었더라면 박진원 전 사장은 박지원 부회장과 함께 박정원 회장의 뒤를 잇는 차기 회장 후보 1순위로 꼽혔을 가능성이 높다.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박진원 전 사장의 (주)두산 지분율(3.57%)은 여전히 두산 4세 중 박정원 회장(6.29%), 박지원 부회장(4.19%)에 이어 세 번째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박진원 전 사장이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박진원 전 사장은 여자문제가 핵심인 자극적인 사건에 휘말렸다는 점 때문에 죽은 듯이 자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룹 내에서 전략통으로 불렸을 만큼 뛰어난 경영수완을 갖춘 데다 평소 뒤끝 없는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사내에서도 인기가 높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복귀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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