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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주년 기획/국세청 개혁 어디까지 왔나 ②] '공재불사(功在不舍)' 칼 뽑은 국세청, 정치적 세무조사 근절해야 (下)

부당한 상관 지시 거부할 근거 도입해야

국세청은 지난 3월 13일 국세행정 개혁TF가 제시한 50개 과제 중 41개 과제를 완수했다고 발표했다. 부정한 관행과 권한남용, 무사안일주의와 편의주의행정 등 잘못된 과거와의 결별에 대한 개혁이었다. 하지만 모든 과제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 국세청의 개혁과제 중 아직 완료되지 않은 중장기 과제와 그 해결방안을 총 6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전편에 이어>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법으로 특별세무조사 선정과 관련된 외압을 못 막는다 해도 보루는 남아 있다. 국세청 내부 개혁이다.

 

서울청 조사4국의 특별세무조사는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지만, 그 자체로 완벽한 것은 아니다. 각 지방국세청은 서로 독립적 관계이기에 원칙적으로 다른 지방국세청의 관할을 침범할 수 없다.

 

이 족쇄를 깨뜨리는 것이 교차세무조사다.

 

교차세무조사는 관할 지방국세청과 납세자간 유착 우려가 있는 경우, 빨리 조사에 착수해야 하지만 업무량이 과다할 경우 다른 지방국세청에 조사권을 넘기는 일종의 관할조정이다. 국세청은 이 교차세무조사를 서울청 조사4국에 전국의 특별세무조사를 상당수 전담하게 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지난 4월 10일 공개한 감사보고서는 국세청이 이 교차세무조사를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했는지 드러낸다.

 

최근 5년간 유착우려로 신청한 교차세무조사 108건 중 100건은 납세자가 해당 지역에 10년 이상 있었고, 1회 이상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교차세무조사를 승인했다. 이 100건의 교차세무조사에서는 실제 납세자가 청탁하는 등 유착과 관련된 구체적 근거가 전혀 없었다.

 

감사원은 “형식적 요건만으로는 정치적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고, 실제 구체적인 유착 증거를 교차세무조사의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국세청장에게 교차세무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 등 관련 지침을 보완할 것을 통보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보고서 실지감사가 착수되기도 전인 2018년 4월 17일, 주요 매체들은 ‘국세청, 교차세무조사 절차 공개…투명성·공정성 확보’란 제목의 기사를 일제히 보도했다.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은 “그간 ‘비공개’ 내부지침으로만 존재한 교차조사 관련 규정을 훈령에 담아 외부에 공개, 이를 통해 절차를 더욱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밟아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공개라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아래의 표는 2006년 3월 6일 국세청이 처음 공개했던 조사사무처리규정 120개 조문 내 교차세무조사 관련된 규정을 추려 지난해 4월 공개 규정과 비교한 것이다.

 

구분

20063월 공개 규정

20184월 공개 규정

사유

주소상 사업장과 실사업장이 다른 경우

세무관서 여력에 따른 조정

세금탈루혐의 규모

조사 난이도

주소상 사업장과 실사업장이 다른 경우

세무관서 여력에 따른 조정

납세자와 관할 관서와 유착 우려

방법

지방국세청장은 세무서장, 국세청장은 지방국세청장 간 조사관할 조정

 

조정 필요 시 세무서장은 지방국세청장에게, 지방국세청장은 세무서장에게 각각 조사관할의 상향 또는 하향조정을 요청하거나 위임

 

각 절차는 문서로 진행

 

관할 지방국세청장이 국세청장에 신청

 

각 절차는 문서로 진행

 

관련 서류 보관

권한

세무서 간 관할에 한해 지방국세청장에게도 조정 권한 있음

국세청장 일원화

 

2006년 당시 국세청은 시민단체로부터 세무조사 관련 규정을 공개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었고, 법원에서는 일반 원칙은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판결 내렸다. 그리고 이에 세무조사 관련된 규정을 전면 공개했다.

 

2006년 규정에서 교차세무조사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2018년 규정과 거의 동일하다.

 

2018년에 추가된 규정은 교차세무조사 근거로 유착 가능성, 서류 보관이 추가됐다는 것 정도인데, 이것도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국세청 관계자의 말이다.

 

“2006년 교차세무조사 관련 규정에 유착 가능성을 넣지 않은 것은 규정에 넣을 필요도 없는, 너무나 당연하였기 때문이다. 서류보관도 마찬가지다. 공무원은 모두 기록을 남기게 돼 있고, 안 하면 지적받는다. 굳이 규정에 넣을 필요 없는 당연한 내용이다.”

 

오히려 2006년과 비교해 권한이 집중된 대목도 발견된다. 지방국세청장이 갖고 있던 세무서 간 교차세무조사 권한이 국세청장 1인으로만 돼 있다.

 

규정으로 교차세무조사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외부의 의견은 반반이다.

 

한 세무공무원은 규정을 한번 만들어두면 나중에 바뀌더라도 바뀐 규정이 잘못된 것이라면, 기존 규정을 근거로 비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규정이 없어서 못 막은 게 아니다”라며 “정치적 세무조사 문제는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美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부당한 지시 거부 근거로 활용

 

문재인 정부 국세청은 전혀 바뀌지 않았을까. 일단 변화의 조짐은 분명하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관계자 A씨의 말이다.

 

“과거에는 청와대나 민정수석이 개별 세무조사에 대해 암묵적으로 지시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국세청장이나 소관 국장이 청와대에 직접 보고하거나 대통령 독대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민정수석실에 대한 정식 보고체계만 가동된다. 이번 정부 들어 대통령 독대가 거의 없다고 한다. 특히 노영민 비서실장 취임 후 더욱 그렇다고 한다.”

 

다른 정부관계자 B씨는 “서울청 조사4국에 청와대 직보나 하명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이게 정상”이라고 전했다.

 

 

사실, 긍정적인 신호들의 진위를 가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정권의 의지에 종속된 개혁이 얼마나 갈지는 여전히 의문부호다.

 

국세행정개혁위원회의 사례처럼 명확한 법 제도나 규정 개혁 없이는 얼마든지 과거로 회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조직의 논리로는 문제를 풀 수 없기 때문에 부당 세무조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무공무원들이 권력의 지시를 어떻게 거절하겠는가. 조사하고 나중에 무고한 것이 밝혀져도 담당자들은 다 승진하고 부서 이동하고 난 다음의 일이다. 원천적 차단이 필요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면, 국세청 고위직도, 실무자들도 뒷감당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안 교수는 이를 단순한 손해배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무공무원들이 손해배상을 이유로 부당한 지시를 거절할 수 있는 보호수단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무고한 납세자를 세무조사한 것은 국가 공권력에 의한 납세자 권익 침해이기에 국세청과 업무를 수행한 공무원에게 배상책임을 물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감독위원회와 납세자보호위원회 등 각국의 제도를 본 따고 있는데, 미국처럼 공무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만은 도입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세무조사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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