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고액상습체납자가 친인척 명의 계좌로 빼돌린 재산에 대해 추적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과세당국에게 부여하는 개정 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관련 개정안이 제출된 지 3년 만의 일이다.
기존에는 체납자의 경우 당사자를 제외한 친인척에 대해 금융조사를 할 수 없어 체납처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1일 고액상습체납자 친인척에 대해 국세청이 금융조사를 할 수 있는 금융실명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 통과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5000만원 이상 고액체납자와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및 4촌 이내 인척이다.
국세청 등은 체납자에게서 재산은닉한 혐의가 있을 경우 당사자들의 금융거래 정보를 명의인의 동의 없이 금융사로부터 제공받아 조사에 사용할 수 있다.
세금은 상속세 등 매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납세자 개인에게만 부과되며, 가족과 친인척에게까지 연대납부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일부 고액상습체납자들은 이를 악용해 가족이나 친인척 명의로 재산을 빼돌려 체납처분을 회피하는 수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세당국은 은닉재산 추적조사를 통해 이같은 체납면탈을 적발하고 있지만, 체납자의 친인척 명의의 계좌로 빼돌린 재산에 대해서는 조사권한이 없었다.
해외 주요국의 입법사정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는데 미국은 과세당국에 체납자 외에 관련인 금융기관을 소환하고, 금융거래조회권과 자료제출권을 주고 있고, 일본은 직접적인 제출권한을 갖고 있지 않지만, 금융정보까지 징수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박 의원은 지난 2016년 11월 1000만원 이상 고액체납자의 배우자나 친척 6촌, 인척 4촌에 금융조사를 할 수 있는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란 이유에서 거센 반대를 받았고, 적용대상을 두고 의원 간 의견 대립으로 5000만원 이상 고액체납자로 대상자를 좁혀지는 등 법안이 일부 후퇴했다.
이마저도 논의가 지지부진했지만, 올해 들어 고액체납자 관리의 중요성이 부쩍 늘어난 데 따라 여야가 법안 통과로 의견을 모으게 됐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1000만원 이상 체납자에서 5000만원 이상 체납자로 적용대상이 다소 줄어든 것은 아쉽지만, 향후 운영 실적에 따라 법안 개선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조세정의 확립을 위한 금융실명법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고액 체납자의 재산 은닉에 따른 조세포탈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체납액을 적극적으로 추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