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공인회계사 3명 중 1명 이상이 회계법인에서 기업 외부감사 대신 일반 기업 등에 취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공인회계사 2만1444명 중 휴업 회계사는 7472명으로 나타났다.
인원 수는 2009년 9월 말 3774명의 2배 수준으로 비중도 2009년 9월 말 30.5%에서 올해 9월 말 34.8%로 올라갔다.
회계사는 기업 회계감사 등을 본업으로 하는 전문 자격사로 자격증 취득 후 회계법인·감사반에 들어가 기업 회계감사 업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기업 등 일반직장에 취직하는 ‘휴업’을 선택할 수도 있다.
회계사들이 ‘휴업’을 선택하는 것은 회계사 수가 공급과잉 상태이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감사 시장에 회계사가 많다 보니 보수는 줄어들고, 3~5년차 회계사는 업무 압박을 견디다 못해 일반 기업에 취직하는 풍조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기업 취업마저도 지원하는 경력 회계사 수가 많아지면서 5년차 회계사 처우가 과장→대리급으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라는 말도 나온다.
회계사 업계 일각에서는 대형 회계법인들이 넘쳐나는 신입 회계사들을 값싸게 쓰고, 이들이 과도한 업무에 지쳐 퇴직하면 또다시 신입 회계사들을 받아 감사업무를 내보내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회계법인은 신입회계사 공급과잉이 유지되는 한 보수를 올려줄 유인가가 낮으므로 계속 저보수, 과다 업무를 부여하고, 회계사들은 3~5년차가 되면 일반 기업에 취직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멈추려면 공급과잉해소와 회계사 처우 개선이 같이 이뤄져야 하지만, 금융당국은 회계사 공급량을 줄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0년 555명 수준이었던 회계사 선발인원은 2001년 1014명으로 급증한 이후 2006년까지 매년 1000명을 넘겼다.
올해도 금융당국은 1009명의 회계사를 선발하고, 내년에는 1100명을 뽑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측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표준감사시간제 도입 등으로 회계법인의 감사 업무 수요가 늘어난 것을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측은 국내 회계사 휴업 비율이 미국 등 다른 나라보다 높지 않고 비율 증가세도 멈췄다며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춰 최소 선발인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회계법인에서 노동조합 설립, 신입 회계사 처우 개선 정책 등의 사례가 나오지만, 업계 선순환이 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