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최주현 기자) 이상 거래로 의심되는 해외송금 사례가 늘면서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검사에 착수했다. 이상 해외송금을 둘러싼 파문 확산에 은행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신한은행을 상대로 한 검사 결과, 파악된 이상 송금 거래 규모가 훨씬 늘어났던 점을 고려할 때 다른 은행들에서도 관련 거래액이 추가로 늘어날 개연성이 큰 상황에서, 검찰도 이상 해외송금 건과 관련해 금감원의 자료 협조를 받으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금감원이 앞서 가상자산 차익거래와 관련한 이상 해외송금 건과 관련해 제재 처분을 내린 전례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다수 시중은행을 상대로 무더기 제재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수상한 해외 송금 거래 조사는 지난 6월 우리·신한은행이 자체 감사에서 비정상적인 외환 거래 사례를 포착해 금감원에 보고하면서 시작했다. 곧바로 현장 검사에 나선 금감원은 해외로 송금된 자금이 대부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거쳐 나온 사실을 확인했다.
형식상 무역거래로 이뤄진 해외송금은 대부분 신용장 없이 송장만으로 이뤄진 사전송금 방식이었고, 상당수 거래에서 특수관계인으로 보이는 법인 간 송금이 이뤄졌다. 이들 해외송금이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거래인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이 지난 19일까지 우리·신한은행에 대해 검사를 벌인 결과, 두 곳의 이상 외환 송금은 당초 보고된 규모(20억2천만달러·2조7천억원)보다 많은 33억9천만달러(4조5천억원)였다. 지난 22일 다른 은행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검사에 착수하면서 수상한 해외송금 거래 정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달 1일 우리·신한은행 외 다른 은행들에도 2021년 이후 유사한 거래가 있는지를 자체 점검해 보고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금감원은 보고 결과를 토대로 지난 22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을 상대로 대대적인 현장 검사에 들어간 상태다.
IBK기업은행과 지방은행 등을 상대로도 서면조사 후 필요하면 현장검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금감원 검사에서 확인된 액수와 나머지 은행들이 보고한 의심 거래까지 합치면 이상 해외 송금 총액은 65억4천만달러(8조8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도 일련의 이상 외환송금 사건 관련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구지검은 지난 11일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외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유령 법인 관계자 3명을 구속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도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감원으로부터 이상 외화거래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수상한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국가정보원도 금감원과 업무협조를 하면서 이상 해외송금 관련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은행들에 대한 검사 자료 등을 이들 기관과 긴밀히 공유하며 실체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단 간담회에서 이상 해외 송금 사태에 관련해 "어쨌든 실물 부문에서 국내에 있는 달러가 그냥 몇조 원이 나간 것"이라면서 "검찰이든 관세청이든 필요하다면 다른 기관이라도 자료를 보냈고 앞으로도 보낼 생각이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전방위적인 검사에서 외국환거래법 등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시중은행에 대한 무더기 제재가 불가피해 보인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5월 하나은행의 외환거래 미신고 및 증빙서류 확인 의무 위반 사례를 적발해 과징금 4천990만979원과 정릉지점의 업무 일부를 4개월 정지하는 제재를 내린 바 있다. 다만, 현 단계에서 제재를 논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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