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유커' 기다리는 '명동' 한숨만 푹푹…아직도 임대문의 점포 즐비

2023.09.21 14:17:38

면세업계, 명동 상점들…아직까지 큰손 '유커' 활약 없어
황금연휴 기간 모여들까? 정책 따라 '노심초사' 여전
코로나 이후 보다는 해외여행객은 늘어 '수요 급증' 기대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코로나방역 기간동안 이 가게를 문을 닫지 않으려고 쿠팡 잇츠 배달 일을 하면서 버텼어요. 하루 종일 한두 명만 와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 때가 많았죠. 그런데 이제는 정말 장사를 접어야 할 판이네요.”

 

지난 6일 해 질 무렵 서울 명동성당 인근 골목길 초입으로 들어서자 가게 앞에 앉아있는 가방집 사장 A씨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A씨는 코로나 기간 임대료를 내지 못해 배달 아르바이트로 가게 운영을 근근이 버텨왔다며 기자에게 말했다. 담배 연기에는 한숨이 잔뜩 묻어나 있었다.

 

명동 점포 곳곳에 ‘임대문의’ 즐비

 

가방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중국인 단체 관광객 비자가 풀렸지만 아직은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다”면서 “주로 개인들이 와서 쇼핑하고 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또 “코로나 이전에는 일본인들이 많이 가방을 사갔는데, 지금은 거의 단골만 오는 편이다. 코로나 엔데믹을 거치면서 그나마 형편이 나아진 게 이 정도”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몇년전 한국이 미국 무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자 중국이 보복에 나섰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을 거치면서 거리를 찾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커’의 발길이 끊겼다. 이후 서울 명동거리에는 ‘점포 정리’와 ‘임대문의’ 글귀가 빈점포에 하나둘씩 나붙었다.

 

다행히 지난 8월 10일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했다. 유커의 재림을 고대하는 명동 상인들의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이 역시 차일피일, 아직 눈에 띄게 북적이지는 않았다. 정점에 이른 빈 상점들은 유커 발걸음에 비례해 하나씩 채워진다.

 

 

핫도그 노점상을 운영하는 B씨도 역시 표정이 밝을리 없다. “명동에 길거리 음식이 많이 비싸다고 하는데 주변 변두리에 운영하는 길거리 음식은 재룟값 빼면 딱 150만원 남아요. 워낙 원가가 비싸니까요. 딸과 둘이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로 살고 있네요.”

 

B씨는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최근 새로운 품목을 개발해 봤는데, 재료비가 무서워 새로운 상품 출시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씨와 얘기를 나누던 중 핫도그를 주문한 한 일본인 관광객에게 이번 한국 여행 계획이 뭐냐고 물었더니 “가족 모두 K-POP에 관심이 있다”면서 “방탄소년단을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

 

핫도그 노점 사장 B씨는 “명동을 찾는 주요 관광객들은 K-POP이 좋아서 오는 사람이 많다”면서 “요즘은 유커 대신 주로 일본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B씨는 “과거 중국인들은 대부분 보따리상이나 쇼핑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화장품 가게 점원 C씨는 “아직은 중국인들이 명동에 많이 오진 않았다. 코로나보다는 많이 늘긴 했는데,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면서 “추석 명절인 9월말, 10월 초쯤이면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명동 상점 주인들은 그간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동안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겼던 상황에서 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명동 안에서 벌어지는 작은 경제 규모가 곧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거울처럼 비춰준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본지 인터뷰에서 "중국의 방한 단체관광 발표 직후부터 우리 공사는 한중 관광업계와 발빠르게 중국 현지 업계와 소비자 타겟 행사를 준비해, 9월 첫 주 칭다오에서 기업회의 및 인센티브 단체 유치를 위한 마이스 로드쇼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9월 13일 베이징, 9월 15일~17일 상하이와 선양에서 K-관광로드쇼를 연이어 개최했으며, 중국 관광업계와 소비자들에게 K-관광 세일즈의 본격적인 재개를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3대 온라인 여행플랫폼인 씨트립, 취날, 퉁청과 협력해 9월~10월 ‘한국여행의 달’ 판촉 프로모션을 추진하고, 동계 방학 시즌 학생단체의 방한 유치를 위해 중국 교육관계자를 초청하는 등 방한 중국인 유치 마케팅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커 맞이에 들뜬 면세업계 추석맞이 들뜬기대...현실적 대답은 ‘글쎄’

 

면세업계도 현실적으로 ‘유커’로 인한 매출 증대는 아직까지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간 여행객 이동이 제한되면서 면세점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중국이 자국 내 면세점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중국 시내 면세점을 12개에서 2025년에는 52개로 늘릴 전망이다.

 

면세업계 또한 앞으로의 매출 증대에 있어서 얼마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낙관할 수 없는 대목이다.

 

중국 자국내 하이난 면세점 매출액이 2015년도에 8억 4000만 달러 였다면 2021년에는 94억7000만 달러를 기록, 매년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여행사에 주는 송객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면세업계도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면세업계로서는 이러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 마련에 힘쓰고 있는 상황. 특히 명동·동대문 위주의 유커가 쇼핑 위주로 선호하는 반면, 개별 중국 관광객인 싼커(散客)는 가로수길이나 홍대 등 문화 중심의 관광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성향이 다른 이들을 대상으로 각 유통사들은 출점 전략도 다르게 펼치고 있다.

 

면세업계 근무 중인 D씨는 “여행사에서 정해준 스케줄을 따라 단체관광객은 이동하게 되기 때문에 명동, 동대문의 면세점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동선으로 유커들이 선호하는 동선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면세업계는 매출 활성화를 위해 모객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모바일 위쳇페이와 협업으로 스마트 쇼핑의 빗장을 풀었다”면서 중추절과 국경절 맞은 황금연휴 기간 동안 중국 관광객 모시기에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중국여행업협회 대표단 130여명을 초대하고, 가이드를 초청해 설명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유커 수요 잡기에 나서기도 했다.

 

 

롯데 면세점 본점을 찾은 두시엔중(杜宪忠) 중국여행업협회장은 ”중국 아웃바운드 관광업계는 방한 상품 기획 및 여행객 모집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라며 ”한국은 면세점과 로드샵 등 쇼핑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고 맛집과 볼거리 등 콘텐츠가 풍부해 중국 현지에서 손꼽히는 여행지”라고 말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2019년 세계 1위 기내 면세 기업인 ‘쓰리씩스티(3Sixty)’의 지분 44%를 인수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급변하는 환경에 대비해서 이러한 사업 확장 등 다양한 대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단체관광객을 위한 알리페이와 협업해 다양한 할인혜택 및 프로모션을 진행 중에 있다”면서 고객구조 다각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면세점 업계의 이러한 노력이 많은 중국인들을 유치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내심 기대해봤다.

 

 

단체관광 열렸지만, 예전 수준 회복할지는 미지수…상점과 면세업계 ‘노심초사’

 

단체관광 허용으로 중국 정부의 제재의 문턱은 사라졌지만, 그동안 위축된 업계의 매출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중국의 경기 침체는 최근 발표된 중국 경제지표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대비 그쳤다. 수출은 전년 대비 14.5% 줄었다. 2020년 2월 –17.2%를 기록한 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중국 경제위기 우려로 소비력까지 낮아진 만큼 단체관광으로 중국 여행객들이 늘어나더라도 예전만큼의 구매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중국경제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쉽게 회복은 힘들 수 있다”면서 “추석 연휴 만큼은 보다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기대해 본다”고 설명했다.

 

명동의 길거리 상점 뿐만 아니라 면세업계들 또한 정책에 따라 매출 수요가 수시로 바뀔 수 있는 만큼 ‘노심초사’형태의 기대감을 걸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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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명 기자 cma0211@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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