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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회계, 추가수당 없이 13시간씩 인턴 일 시켜…정규직 전환 약속 들어줬나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한영회계법인이 최근 1년간 전환형 인턴을 주 70~90시간 일 시키고도 추가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당국으로부터 ‘미지급한 추가수당을 지급하라’라는 시정명령을 부과받은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여전히 회계업계 내 주 52시간 시행 전 악습이 뿌리박혀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한겨레 23일 보도에 따르면 한영회계법인은 인턴에 대해 장시간 추가 근무를 시키고 추가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데 대해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3개월 내 시정하지 않으면 형사처분이 가능하며, 업체 측이 불복하고 소송으로 갈 수도 있다.

 

한영회계법인은 전환형 인턴 채용 근로계약서에 ‘소정 근무시간 주 40시간’,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은 50% 가산’ 등을 명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 70~90시간의 근무를 지시하면서도 기본 급여만 줬다. 일주일 동안 매일 거의 13시간 씩 일을 시키고도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불법적 갑질을 부린 셈이다.

 

한영회계법인 측은 3개월 시정 기간 동안 시정명령을 이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회계업계의 뿌리 깊은 악습이 재현됐다는 반응이다.

 

회계업계에서는 감사시즌 등 일이 몰리는 시기에 수당없이 야근을 시키고, 크런치 모드가 해제되는 시기에 휴가를 주거나 연말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불만을 해소해왔다.

 

주 52시간 시행 후 정당한 추가수당을 지급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불법적 악습이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회계사 자격증 없이 일하는 인턴의 경우 더더욱 약자 위치에 놓여 있는데,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일만 부려먹고,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는 정규직 전환없이 새로운 인턴을 뽑아서 충당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한영과 같은 대형회계법인에까지 부당노동행위가 적발되면서 악습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찬현 청년회계사회 회장은 “주 52시간 시행 후 상당수 회계법인이 근로기준법을 잘 이행하고 있지만, 보수 지급 권한이 팀을 지휘하는 파트너 회계사가 쥐고 있어 같은 회계법인 내에서도 부당노동행위가 벌어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라며 “당국은 민간에 자율에만 맡기지 말고, 위법행위가 벌어지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왜 부당노동행위를 했는지, 피해자가 몇 명인지, 피해자 인턴 가운데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 한영회계법인 측은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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