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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팔려던 집이 사라졌다"…정책이 만든 ‘매물 잠김’

기한 완화에 집주인 태도 급변…“사실상 연장, 가격 안 낮춘다”
거래는 멈췄는데 가격은 버틴다…전세·매물 감소가 만든 구조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소폭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전혀 다른 신호가 감지된다. 거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매물마저 줄어들며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양도세·토지거래허가 관련 기준 완화가 매도 압박을 낮추면서 시장의 흐름 자체를 바꿨다는 평가도 나온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6년 4월 1주(6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 상승했고, 전세가격은 0.09% 올랐다. 서울은 매매 0.10%, 전세 0.16%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다만 상승 지역은 줄고 하락 지역은 늘어나는 등 시장 전반은 여전히 혼조 양상을 보였다. 가격은 버티고 있지만 거래로 이어지는 흐름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당초 4월 중순까지가 사실상 매도 마지노선으로 작용하면서 중개업소를 중심으로 가격을 낮춰서라도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하지만 기준이 완화되면서 집주인들이 ‘지금 굳이 팔 필요 없다’는 태도로 돌아섰고, 가격 조정에도 응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한이 사실상 연장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매물을 내놓기보다 관망하려는 흐름이 강해졌고, 거래가 더 막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변화는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일정 시점까지 매도해야 한다는 압박이 가격 조정과 거래를 유도하던 흐름이 약해지면서, 매물 출회가 지연되고 거래가 위축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나왔어야 할 매물이 뒤로 밀리면서 가격이 버티는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흐름은 실제 시장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상승폭은 둔화됐고, 부동산원 역시 관망 분위기로 거래가 주춤한 상황을 언급하고 있다. 즉 시장이 살아났다기보다 매물 감소로 인해 가격이 버티는 국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울 내부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강남구(-0.10%)와 서초구(-0.06%)가 하락한 반면, 강서구(0.25%), 구로구(0.23%), 성북구(0.23%), 서대문구(0.22%) 등은 상승했다. 고가 주택 중심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가격대와 실수요가 움직일 수 있는 지역에서만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투자 수요가 시장을 끌어올리는 국면이 아니라, 실수요가 움직일 수 있는 구간에서만 반응하는 구조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세시장은 더 강한 신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전세가격은 0.16% 상승하며 매매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임차 문의 증가와 전세 매물 부족, 학군·역세권 중심 수요 집중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가격 상승과 매물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는 매매가격이 쉽게 하락하기 어렵다. 현재 시장은 거래 회복 국면이라기보다 전세 수급 불균형과 매물 축소가 맞물린 ‘가격 하방 경직’ 구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가 매물 출회를 더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기준이 완화된 만큼 추가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매도를 미루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는 거래 위축과 매물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종합하면 현재 부동산 시장은 거래가 살아나는 흐름이라기보다 공급이 줄어들며 가격이 버티는 구조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정책 완화가 매도 압박을 낮추고 매물 출회를 지연시키면서 전세 상승과 맞물려 시장 하방을 지지하는 흐름이 형성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이어질 경우 거래 위축과 가격 경직이 동시에 나타나는 왜곡된 시장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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