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교통사고 후유증 환자 중 아침에 더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밤새 쉬었는데도 몸이 두들겨 맞은 듯 무거운 현상은 의문이다. 흔히 사고 후 통증을 죽은 피인 ‘어혈’ 탓으로만 돌리기 쉽다. 하지만 아침 통증의 실체는 기운이 막힌 ‘기체’와 더 깊은 관련이 있다.
한의학에서 기체란 체내 기운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정체된 상태다. 우리 몸의 기혈은 강물처럼 끊임없이 순환해야 건강을 유지한다. 사고로 인한 급격한 긴장과 스트레스는 이 흐름을 꽉 막아버린다. 수면 중에는 활동량이 줄어 기혈의 순환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이때 기체가 있던 부위는 정체가 더 심해져 아침에 극심한 뻣뻣함으로 나타난다.
내 통증이 어혈인지 기체인지 구분하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혈은 송곳으로 찌르는 듯 날카롭고 통증 부위가 고정되어 있다. 반면 기체는 부위가 넓고 뻐근하며 답답한 느낌이 강하다. 가장 큰 특징은 움직이면 통증이 완화된다는 점이다. 아침에는 천근만근 굳어 있다가 활동을 시작하면 점차 풀린다면 기체일 확률이 높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것도 중요한 단서다.
치료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어혈이 피를 소탕하는 것이라면 기체 치료의 핵심은 소통이다. 침 치료로 막힌 경락의 마디를 열고 뜸이나 부항으로 온기를 불어넣는다. 기를 소통시키는 한약 처방은 사고로 예민해진 자율신경을 안정시킨다. 가벼운 스트레칭과 규칙적인 움직임은 기체 환자에게 필수다. 멈춰있는 기운을 물리적으로 흔들어 깨워야 하기 때문이다.
통증은 내 몸의 상태를 정직하게 반영하는 신호등이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통증은 순환 회로가 차단되었다는 중요한 지표다. 진통제에만 의존하기보다 근본적인 정체 원인을 파악해 기운의 통로를 열어야 한다. 기체의 사슬을 끊어낼 때 비로소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프로필] 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現) 대한고금의학회장
•前) 대전한의사회부회장
•前) 대전대 한의예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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