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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율 인상’ 신중히 검토해야

법인세율의 인상은 재원의 확보방법 중 가장 마지막 수단

(조세금융신문=오문성 한양여자대학교 교수) 최근 한 언론사의 조사에 의하면 20대 국회의원 당선자의 절반 정도가 법인세율 인상에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법인세 인상 주장이 나오고 있어 법인세 인상과 관련한 이슈가 한동안 논란이 될 전망이다.

 

법인세는 증세의 언급이 있을 때마다 정치권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세목이다. 법인세를 통하여 증세를 주장하는 측의 논리는 법인세율이 정권이 교체되어 오는 동안 일관성 있게 인하되어 왔고 그렇게 인하한 효과가 국가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비판적 시각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현재 법인세율을 올리려는 것은 법인세율 인상이 아니고 법인세율의 정상화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법인세율을 올리는 것이 법인세율 인상이든, 정상화이든 법인세율을 올리는 것을 통하여 세원을 확보하는 것이 현재시점에서 필요한가에 대하여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어차피 세수를 증가시키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면, 어느 세목을 통하여 세수를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중요한 문제이다. 이는 세수증대에 적용할 세목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문제이다. 국세를 통하여 세수를 증대한다면 결국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라는 주요세목이 그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최근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법인세율 인상론이 현재의 시점에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통한 증세보다 우선순위 측면에서 합리적인지에 대하여 검토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법인세는 법인의 소득이 그 과세대상이 된다. 법인의 소득은 경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으며 외국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는 경우 외국기업의 국내원천소득에 대하여는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적용되게 된다. 법인세율을 다른 기타의 국가에 비하여 현저히 낮게 유지하거나 원천적으로 면제함으로써 외국기업을 유치하고자 하는 국가나 지역인 조세피난처(tax haven)를 보면 법인세인상이나 인하가 당해 국가의 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외국기업의 당해국가 진출여부에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OECD의 평균법인세율은 198543.4%에서 201523.2%로 총 20.2%p 인하되었고 2000년대의 국가 간 자본유치경쟁으로 세계 각국의 법인세율 인하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도 1990년대 초 30%대에서 2011년에는 22%로 계속 인하해온 것도 법인세 인하의 세계적인 추세와 무관치 않다.

 

그렇다면 OECD에 속해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법인세를 계속 인하해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이러한 법인세 인하의 세계적인 추세는 법인세가 소득세나 부가가치세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그 뿌리에 자리 잡고 있다. 법인이 벌어들인 소득에 대하여 법인세를 부과하고 난 나머지 부분을 법인주주나 개인주주에게 배당을 하는 경우 이중과세조정을 해주는 제도는 법인의 소득이 최종적으로 개인의 소득으로 귀착하기 때문이며 이는 결국 법인세와 소득세의 이중과세를 인정하는 결과이다, 법인세가 차지하는 세수가 막대하므로 법인세를 폐지하지는 당연히 못하지만 거두어들이는 세수가 재정지출에 사용하고도 남는 상황이 된다면 가장 먼저 폐지를 고려해 볼 수 있는 세목이 법인세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법인세를 폐지하고 다른 세목으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이러한 논의는 법인세 인하를 하는 생각의 단초를 제공할지언정 현실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둘째, 법인세는 국내외 기업의 무한경쟁이 이루어지는 작금의 경제상황에서 내국법인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내국법인과 외국법인 모두 해당국가에 입지할 유인을 제공한다. 최근 미국기업들이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을 피하기 위해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겨서 미국 정치권의 맹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해당기업은 기업의 생존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법인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는 내국법인이 해당국가를 떠나는 이유를 제공하고 외국법인이 해당국가에 진출하기를 꺼려하는 이유를 제공하기도 하므로 세계적인 인하추세에 역행하여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의사결정이 아니다.

 

셋째, 법인세율 인상의 결과가 반드시 세수를 증가시킨다는 보장이 없다. 법인세율 인상은 중·장기적으로 내국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원가상승과 이로 인한 가격 경쟁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기업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외국기업의 국내진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미국·독일을 비롯한 비교적 법인세율을 높게 유지하는 국가들은 나름대로 외국기업유치에 어려움이 없는 국가이다. 법인세율 인상으로 인하여 내국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외국기업의 국내진출이 어려워진다면 이는 분명 법인세 세수의 감소를 초래하여, 법인세율 인상이 법인세 세수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대부분의 OECD국가들은 법인세를 유지하거나 인하하고 있으며 법인세를 인상한 국가는 그리스나 포르투갈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이다.

 

법인세율 인상 통하여 세수 달성 신중해야

 

필자는 현재의 늘어나는 재정지출에 대응하는 세수를 법인세율 인상을 통하여 달성하는 것에 대하여는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내국법인의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의 차이가 큰 문제는 조세지출의 혜택을 줄임으로써 시정하는 것은 필요하리라고 생각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인세율 인상이 신중해야 되고 현실적으로 인상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법인세 인상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하해온 법인세를 다시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겠지만 법인세를 제외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소득세나 부가가치세는 그 납세자들이 바로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 사이에는 법인세를 제외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인상에 대한 언급은 그 언급을 한 정치인 본인이나 그 정치인이 속한 정당에 치명적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소득세나 부가가치세는 그 납세자들이 바로 유권자이기 때문에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욱 언급하기 힘들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조세재정연구원, 금융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의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통하여 늘어나는 재정지출에 대한 재원을 확보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특히 부가가치세는 1997년 도입한 이래 한 번도 인상하지 않은 10%의 세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2012년 기준 GDP대비 부가가치세 비율이 4.3%(OECD평균: 6.6%)OECD 34개국 가운데 28, 총 조세 대비로는 17.2%(OECD평균: 19.5%)25위로 모두 낮은 수준이다.

 

세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활용할 세목으로 정치권은 법인세를 주장하고 있고 연구기관들은 법인세보다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이유로 법인세보다 부가가치세가 그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부가가치세가 간접세이기 때문에 소득에 역진적이라는 비판은 거두어진 부가가치세를 소득배분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출함으로써 충분히 그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 부가가치세에 대하여도 세율의 인상 전에 면세부문을 축소하거나 해당재화나 용역의 성격에 따라 차별적인 부가가치세율의 적용 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법인세분야도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의 괴리를 줄이기 위한 재정지출의 축소가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OECD‘2016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GDP성장률을 작년 11월에 전망한 3.1%에서 2.7%로 하향 조정했으며, 국책연구기관인 KDI524일 내놓은 ‘2016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GDP성장률을 작년 12월에 제시한 3.0%에서 2.6%로 내려잡았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16년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작년 12월에 예측한 2.6%에서 2.3%로 내려잡는 등 국내외 연구기관의 성장률 하향조정이 줄을 잇고 있다.

 

향후 한국경제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시기에 법인세율 인상은 어려운 경제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법인세율의 인상은 현재 시점에서 재정지출에 사용할 재원의 확보방법 중 가장 마지막 수단으로 고려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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