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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계산을 할 때는 실질내용이 중요하다

 

(조세금융신문)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비록 그 내용이 불합리하고 부당하더라도 법으로 존재하는 한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세금과 관련해서도 이 말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국민의 재산권이 부당한 세금부과에 의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헌법에서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반대로 불합리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법률에 규정된 세금은 그 법률이 위헌 결정을 통해 무효화되지 않는 한 납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경제 현상들에 대해 일일이 세법에서 규정할 수가 없기 때문에, 법에서 특별히 정하고 있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실질내용을 파악해서 세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을 ‘실질과세원칙’이라고 한다.


즉, 세법에서 달리 정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납세자가 그 내용을 입증할 수 있으면 세금 계산을 할 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세금은 실질내용 대로 내는 것이 원칙이다

 
요즈음 청년 실업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지만, 많은 경우 실제로 일자리가 없어서 실업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 나름대로 대우도 좋고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려다 보니 젊은 실업자가 많이 생겨나는 듯하다.


이렇게 청년들이 힘들고 어려운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기업입장에서는 일할 사람을 못 구해서 애를 태우는 경우도 다반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종에서 일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의 수도 꽤 많은데, 고용허가를 받고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 중에 일부는 고용허가를 받고 일해 온 업체를 무단이탈해서 불법체류자의 신분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처럼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있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는 법인세나 소득세를 계산할 때 세무상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비록 불법체류자가 되어서 관계 당국에 적발되면 벌금을 물거나 국외로 추방될 수는 있겠지만, 업무와 관련해서 실제로 인건비를 지급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만 있으면 불법체류자를 채용하고 인건비를 지급한 회사의 입장에서는 세금 계산을 할 때 관련 지출을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렇게 세법에서 특별히 정하고 있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납세자가 입증할 수만 있다면 실제 내용을 반영해서 세금 계산을 할 수 있는데, 이런 것이 실질과세원칙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납세자는 사업과 관련되는 거래에 대해 거래증빙과 지급규정, 사규 증의 객관적인이 자료에 의해 그것을 해당 납세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질과세원칙의 적용 사례

실질과세 원칙이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들을 몇 가지 살펴보면, 먼저 명의상 사업자등록자와는 별도로 사실상의 사업자가 있는 경우에는 사실상의 사업자를 납세의무자로 보며, 1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2인 이상이 동업하여 그 수익을 분배하는 경우에도 외관상의 사업 명의인이 누구인지와는 관계없이 실질내용대로 동업으로 봐서 세금을 부과한다.


그리고 법인의 경우에도 회사의 주주로 명부상 등재되어 있더라도, 회사의 대표자가 임의로 등재한 것일 뿐 회사의 주주로서 권리 행사를 한 사실이 없는 경우에는 그 명의자인 주주를 세법상의 주주로 보지 않는다.


그 밖에도 공부상의 등기나 등록 등이 다른 사람의 명의로 되어 있더라도 사실상 해당 사업자가 취득해서 그 사업에 사용하였음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이를 그 사실상 사업자의 사업용 자산으로 본다.


즉, 형식상의 기록내용이나 거래명의가 어떻게 되어 있든 간에 상거래 관례, 구체적인 증빙, 거래 당시의 정황 및 사회통념 등을 고려해 판단해서 거래의 실질내용 대로 세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물론 실질귀속자와 명의자가 다른 것에 대한 가산세 등의 불이익이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실질과세 원칙도 조세법률주의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세금계산은 명의나 형식에 상관없이 실질내용대로 해야 한다는 실질과세원칙에도 불구하고, 세법에서 특별히 정하고 있는 것은 세법에 따라서 세금 계산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접대비의 한도 계산, 퇴직급여충당금의 설정, 감가상각비의 계상, 기부금의 한도 계산 등 법인세법이나 소득세법에서 따로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는 설사 그 내용이 불합리하다고 하더라도 해당 세법에 따라서 세금계산을 해야 한다.
 

부가세법에서도 접대비의 지출이나 승용차 관련 매입 등 실제로 부가세 매입세액을 부담하고 세금계산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정책적인 이유로 매입세액을 공제해주지 않는 경우를 정하고 있는데, 이렇게 세법에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는 실질내용을 밝힌다고 하더라도 인정이 되지 않으며 해당 법규정에 따라야 한다. 즉, 세금 계산을 할 때 실질과세 원칙이 매우 중요하지만, 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것들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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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 세무사
세무법인 조이 강남지사 대표
세무사 / 미국회계사
신안산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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