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디파이 영감 줬지만 결국 가상화폐계 사생아”…지구촌이 촉각

2022.05.20 16:00:26

— 정통 가상화폐전문가,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시킨 게 무슨 가상화폐냐”
— 비즈니스 관점 전문가, “스테이블 못한 게 문제”…존재가치 일부 인정
— NYT, “테라 도미노로 암호화폐도 폭락…권대표는 ‘입이 더러운 기업가”
— 초기 투자자 최고 116배 수익, 일찍 손털고 나간 투자자도 100배 수익
— 경제학자들, “화폐수요가 투기적→거래적 전환땐 비트코인이 기축통화”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검찰이 “연리 20%를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해 스테이블코인 형식의 가상화폐 루나·테라USD(UST)를 발행한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에게 사기 혐의와 조세포탈 혐의로 수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지구촌 곳곳에서도 권씨가 뉴스의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통적인 가상화폐 지지자들은 스테이블 코인 자체가 태생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스테이블 코인이 탈중심금융(De-fi)이라는 이윤동기를 불러 다양하고 합리적인 가상화폐 생태계에 기여한 면도 있다는 조건부 옹호론도 나오고 있다.

 

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20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찬반여부를 떠나 금융거래의 기축통화 역할을 했고, 이 때문에 디파이(De-fi) 발달이 가능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디파이’를 꿈꾸게 해준 스테이블코인…스테이블 하지 못한 게 문제


스테이블코인은 말 그대로 ‘안정적인(Stable)’ 가상화폐다. 통상 미국 달러와 같은 안정적 자산에 고정되며 다른 암호화폐처럼 가치가 변동되지 않도록 돼 있다. 거래자들은 종종 더 다른 위험한 자산을 사고 팔기 위해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한다.

 

박 교수는 “다양한 토큰, 코인들 간의 교환들이 연결돼야 거기서 금융(finance)이 나오는 것”이라고 전제, “각기 다른 코인, 토큰을 짝지워 각각의 알고리즘을 통해 연결짓는 방법들이 발달한다”면서 “중심을 잡아주는 가치를 갖고 있어야 교환이 가능했기 때문에 스테이블 코인은 충분히 등장할만 했다”고 설명했다.

 

또 “(스테이블은 물론이고 모든 가상자산의 경우) 부침은 당연히 있는 것”이라고 전제, “(스테이블코인의) 알고리즘을 많이 문제 삼는데, 알고리즘이 이번 사태 촉발의 계기는 아니다”면서 “스테이블 하지 않은데, 스테이블 하게 보이려고 무리하면 고장이 난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아울러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기를 불러들이는 마케팅 이슈들, 가령 이자 20%도 그렇고, 큰 투기 자산을 불러일으키고 공격의 대상이 되는 마케팅 메시지들이 문제였던 것”이라며 “스테이블 코인을 진짜 스테이블 하게 만들려면 추가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동산도 그렇고, 어느 곳이나 투기자본이 없는 곳이 없다”고 전제, “투기는 시장이 작을 때 발생하며, 가상화폐 시장도 결국 생태계가 좀 더 커지고 거기 참여자들이 많아지면 투기요소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가상화폐에 ‘투기’라는 꼬리표를 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잘못된 프레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함께 가상화폐의 원조격인 이더리움 창시자는 이번 테라 사태를 촉발한 권대표에 대해 폰지(다단계)사기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가상화폐 전문가들과 경제학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이 현행 법정통화(Legal Currency)를 기축통화로 설정하고 접근하는 방식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럴 바에야 중앙은행디지털통화(CBDC)와 다를 바 없고, 법정통화에 빌붙어서 탈중앙금융(De-fi)을 꿈꾸는 것은 배고픈 고양이에게 '생선을 아껴뒀다가 나중에 스프를 끓여 먹자'고 하는것과 같다는 것.    

 

익명을 요청한 한 국내 코인전문가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에 대한 투기적 수요보다 거래적 수요가 강해지는 시점이 바로 백가쟁명의 가상화폐들의 기축통화 노릇을 하게 되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가상자산업계, “테라 때문에 우리까지 싸잡아 망할라”

테라 권도형 대표에 대한 검찰의 강한 수사 의지는 한창 가상자산 관련 시장조성과 법제화를 꾀하고 있는 업계 사람들에게 자칫 치명타가 될 수 있어, 업계에서 먼저 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선 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회장 강성후)는 20일 “최근 루나 및 테라USA(UST) 코인 폭락으로 국내 28만여 투자자(700억개 코인 보유)들이 피해를 봤기 때문에, 사법당국이 위법성을 가려내고 피해자 구제에 즉각 나서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강 회장에 따르면, 국내 테라 및 루나 회원 1500명은 권도형 대표와 신현성 공동 창업자에 대한 고발장과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무법인 앨비케이앤파트너스도 권대표 재산 가압류 신청 및 사기 혐의와 유사수신법 위반 등으로 고소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증권관리위원회(SEC)는 지난해 권도형 대표가 내놓은 또 다른 서비스 ‘미러 프로토콜’에 대해 수사를 시작하고 소환장을 발부했다. 증권성이 인정되는데도 증관위에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강성후 회장은 “미러 프로토콜 이용자들은 테라를 담보로 맡기고 넷플릭스·테슬라·애플 등의 주가를 추종하는 합성자산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싱가폴에서도 최소 1000명의 투자자들이 “루나와 테라로 손실을 입었다”며 권도형 대표에 대해 사기 혐의로 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도형씨는 졸지에 지구촌에서 뉴스메이커로 급부상했다.

 

<뉴욕타임즈(NYT)>는 테라 사태가 도미노 효과를 일으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가격까지 폭락시킨 권 대표에게 ‘입이 더러운 기업가(trash-talking entreprreneur)’라고 표현했다.

 

<NYT> 보도에 따르면, 초기 테라 및 루나 투자자들이 상당 수는 높은 수익을 본 봤다. 재빨리 팔아치운 투자자도 결과적으로 엄청난 이득을 봤다. 가령 판테라캐피탈과 같은 헤지펀드는 최근 1년간 루나 지분 80%를 매각한 뒤 초기 투자액의 약 100배에 이르는 수익을 거뒀다. 기관투자자들도 테라와 루나 토큰을 매각을 한 뒤 수익률이 크게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에 이미 “위험한 투자” 우려 나와

미국의 여론은 “미국의 기관투자자들과 금융기관들, 헤지펀드 등이 스탠포드 졸업생이라는 이유로 30대의 권씨를 (면밀한 사업모델 검토나 근거도 없이) 지지한 결과 악몽을 맞았다”고 불평하고 있다.

 

법정화폐인 달러를 디지털기반으로 쓸 수 있게 만들어 안정성을 입증받아온 대표적 스테이블코인인 테더와 달리 테라와 루나는 현금과 국고 또는 다른 전통적 자산들에 의해 뒷받침 되지 않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테라는 루나라는 다른 코인에 연결하는 알고리즘으로 안정성을 보장하려고 했다. 게다가 이런 취약함을 감추려 탈중앙금융(De-Fi)이라는 향료를 발라 투자자들을 꼬드겼다. 어두운 세계에서 좀 더 정교한 대출 및 금융상품프로젝트의 기초가 되는 코인을 지향한 것.

 

NYT 보도에 따르면, 암화화폐 전문가들은 UST가 암호화 기술 기준은 물론 정부 규제 위험까지 태생적 위험을 안고 있다고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다.

 

2018년 스테이블코인의 백서를 처음 분석했던 스칼라캐피털의 사이러스 유네시 분석가는 당시 “기술적 결함은 물론 규제 위험 때문에도 루나 가격 폭락이 예상되며, 결국 UST가 무너지는 '죽음의 소용돌이'에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도형 대표는 이런 우려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엿 먹어라! paxos(뉴욕 소재 블록체인 전문 핀테크회사)”라고 공개적으로 비웃었다.

 

적어도 당시에는 비웃을만 했다. 권씨 생각대로 여수신업을 할 수 있다는 기대에 찬 자금들이 마구 권시 회사로 흘러 들어왔다. 2021년초 1달러 미만이었던 루나는 지난 4월 116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116배 이상 올라 암호화폐 백만장자가 탄생한 것. 투자자들은 권씨를 칭송했고, 권씨는 딸 이름을 ‘루나’로 지었다.

 

발빠르게 뜻밖의 피해를 면한 사람도 일종의 대박을 누렸다. 홍콩에 본사를 둔 CMCC 글로벌의 창립자 마틴 바우만은 지난 3월 보유 루나를 전량 단위당 100달러를 받고 팔아 100배 수익을 냈다. 그는 "기술적 측면 뿐 아니라 규제적 측면에서도 우려가 증가했다면서 폭락 낌새가 있었다고 뉴욕타임즈에 밝혔다.

 

권사장도 일부 암호화폐 벤처기업이 궁극적으로 도산할 수 있다는 농담을 던지며 암호화폐 붕괴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의 장펑 자오(Changpeng Zhao) 대표는 역대 최고 16억 달러까지 올랐던 루나를 300만 달러에 매수했다. 하지만 팔지는 않고 버티고 있다. 차오 대표의 루나 지분 가치는 현재 3000달러 미만아다.

 

권씨가 개발한 암호화폐 인프라를 활용한 스타트업들도 초토화 됐다. 루나 기반 블록체인을 이더리움과 연결하려던 해지펀드가 중단한 사례가 소개됐다.

 

테라 재건을 추구하는 리빌딩 테라(Rebuilding Terra) 텔레그램 그룹은 회원이 200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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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기자 dipsey@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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