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의 그림자上] 혼돈의 2022년, 금융권 10대 이슈

2022.12.28 17:26:28

코로나에 3高까지, 불안감에 흔들리는 민생
고금리로 물가 잡는 한은, 경제 비관론 팽배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로 K채권 신뢰도 추락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2022년 임인년이 사흘 남짓 남았다.

 

유례없는 글로벌 감염병으로 전 인류가 2년 넘게 고통받고 있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속 민생은 극한으로 내몰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레고랜드 사태, 테라‧루나 폭락 사태, FTX 파산사태로 금융시장 불확실성 역시 증폭되고 있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는 부동산으로 촉발된 리스크가 금융업계로 번지며 시작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떠올리게 한다.

 

경제 불황 속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에이션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인구 절벽 문제는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세계 인구가 크게 늘던 시기 누적됐던 디스토피아(유토피아의 반대어, 현대 사회의 부정적 측면이 극대화된 어두운 미래상)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경우 경제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란 불안감이 스멀스멀 번진다.

 

현재 놓인 상황을 단번에 해결해 줄 현답을 찾진 못할지라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면 대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올 한 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금융권 이슈들을 한자리에 모아봤다.

 

 

◇ 채권시장에 번지는 불신…레고랜드부터 흥국생명까지

 

레고랜드 사태는 2022년 9월 29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지급 보증한 2050억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국고채와 회사채‧단기어음(CP)까지 채권시장 전체가 급속 냉각되고 그 여파가 금융권 전반을 흔든 사건을 말한다.

 

이미 전부터 금리 인상 여파로 시장에 유동성이 줄어든 상태에서 지방 정부의 ABCP 부도가 발생하면서 채권 시장의 연쇄적인 자금 경색이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한국전력공사 등 AAA급 채권마저 유찰됐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도 얼어붙었다.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로 초우량 부동산 PF로 인정받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도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에 애를 먹었다.

 

이런 상황에서 흥국생명이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콜옵션) 기일을 앞두고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한국 채권 신뢰도가 추락하고 채권 시장 경색은 가중됐다. 이후 흥국생명은 사태가 심각해지자 콜옵션 행사를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 수습에 중앙 정부와 금융기관, 태광그룹 계열사 등이 동원됐다. 금융당국은 50조원에 달하는 혈세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채권시장자구안정펀드(채안펀드)’를 해결책으로 동원했다. 중소형 증권사가 보증한 저신용 등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ABCP 지원에는 대형 증권사 등이 출자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흥국생명의 모회사인 태광그룹은 지급여력(RBC)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150%) 이하로 떨어진 흥국생명에 대한 자본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거진 고유가‧고물가

 

2021년 10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집중시키며 전운이 감돌았다. 결국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침공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시작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유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세력 확장에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강력하게 막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쪽이 러시아 서부와 2000km에 가까운 국경선을 맞대고 있어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는 나토 동진을 저지할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재재를 단행하자 석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한 원자재 값이 폭등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에 석유와 천연가스, 곡물을 수출하는 주요 국가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늪에 빠졌다. 특히 유럽국가들은 석유와 천연가스 대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직격타를 맞았다. 우리나라 역시 원유 수입 국가로, 원유 가격이 상승하자 국내 소비자 물가가 치솟았다. 미국과 소비자 물가 지수는 최고 9.1%, 유로존은 9.7%만큼 오르면서 약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으며, 그에 발맞춰 우리나라 역시 ‘물가와의 전쟁’에 놓여있다. 러시아와 미국·유럽연합(EU)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어 유가 불안도 잡히지 않고 있다.

 

◇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닮은꼴인 FTX의 파산

 

세계 3위 가상 화폐 거래소인 FTX가 60조원이 넘는 규모의 빚을 남기고 파산하면서 ‘FTX발 유동성 위기’에 대한 긴장감이 가상자산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FTX는 지난달 중순 미국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FTX 사태가 시작된 시점은 지난달 2일로 이날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가 FTX의 비공개 대차대조표를 공개하며 FTX의 관계사인 가상자산 전문 투자업체 알라메다리서치의 재무 구조가 건전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샘 뱅크먼 프리드(Sam Bankman-Fried) FTX 거래소 최고경영자는 FTX 설립 전 알라메다리서치를 설립했다. 이 회사를 통해 투자금을 조달한 후 FTX를 만들었고 이후 자체 거래소 토큰인 FTT를 발행했는데 알라메다리서치의 전체 자산 146억 달러 중 36억6000만 달러를 FTT로 보유중이며 보유한 FTT를 담보로 잡아 대출받은 액수도 21억600만달러에 달한다는 것이 대차대조표 내용이다.

 

FTX는 자사 고유 코인인 FTT를 발행해 생태계 기반으로 삼은 셈인데, 이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만든 루나‧테라와 그 기능과 역할이 비슷하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투자자들의 뱅크런이 시작됐다. 특히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zhào cháng péng) 최고경영자가 FTT 매도 선언을 하면서 FTX의 몰락이 본격화됐다. FTT투자자들이 일제히 FTT를 매도하기 시작하면서 그 가격이 90% 이상 폭락했다. 이후 바이낸스가 FTX인수를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극적 반전이 이뤄지는 듯했으나 결국 하루 만에 인수 의사가 철회됐다.

 

금융당국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대표들을 불러 모으고 FTX사태를 예의주시하겠단 입장을 표명하는 한편 가상자산 거래 지원 안정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정치권은 가상자산업에 대한 논의를 육성 기조에서 강력 규제로 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 물가냐 경기냐…통화정책 고민 깊은 한국은행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이 예상보다 더욱 강력한 기준금리 인상책을 고수하면서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잇따라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그간 경기둔화 현상을 우려해 기준금리 인상을 자제해왔지만, 결국 지난 7월 사상 최초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0%p 인상)을 단행한데 이어 연속 빅스텝을 단행했다.

 

한국은행이 환율 안정, 고물가 잡기 측면에서 연속 빅스텝을 결정했다고 하지만, 경기 둔화 등 부작용을 피할 수 없는 고육책이 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고강도 기준금리 정책으로 금리를 올리면 향후 경기 둔화를 부추길 수 있고, 이는 원화 가치를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또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책을 통해 한은이 원‧달러 환율과 물가를 얼마나 잡을 수 있을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금융업계에서도 대외 환경을 고려하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나, 동시에 경기 둔화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론스타 소송 선방, 10년 만에 받아낸 판정승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간 국제중재(ISDS) 사건에서 한화 약 2800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당초 배상 금액이 최대 6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던 걸 생각하면 ‘선방했다’ 반응도 나왔다.

 

ISDS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 측 일부 배상 책임을 인정했으나, 사건 규모를 고려하면 사실상 우리 정부 측 손을 들어준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배상액인 2800억원은 최초 론스타가 청구했던 손해배상액인 46억7950만달러(6조1000억원)의 4.6% 수준이다.

 

앞서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5조9000억원대에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글로벌 위기가 발생, 계약이 파기됐고 2012년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3조9157억원에 매각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더 비싼 값을 받고 팔 수 있었는데도 불구, 한국 정부의 매각 승인 지연과 부당과세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결과적으로 이번 결론이 나오기까지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다만 정부는 ICSID가 28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정을 내놓을 것에 대해 불복, 취소 신청을 검토 중이다. 실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ICSID 판정이 나온 직후 “대한민국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단 한푼도 유출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중재판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론스타 측이 취소 신청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2차 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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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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