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2022년은 여러모로 대혼돈의 시기였다. 경제 상황을 관망하는 국민 입장에서도 위기를 예측하고 닥친 문제에는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위정자 입장에서도 당혹스러움을 감추기 힘든 한 해였다.
저번 편인 <[디스토피아의 그림자上] 혼돈의 2022년, 금융권 5대 이슈>에 이어 올 한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금융권 이슈들을 한자리에 모아봤다.
◇ 폭탄돌리기 우려에도 ‘코로나 금융지원’ 재연장
정부가 당초 지난 9월 종료 예정이던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재연장했다.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는 1년, 만기연장은 3년 더 연장하는 방향으로, 차주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기한 내 상환 또는 채무조정 프로그램 등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해 안정적인 연착륙을 끌어내겠단 방침이다.
은행권에선 이를 두고 ‘폭탄 돌리기’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간 금융당국은 코로나19 금융지원이 또 한 번 연장되는 일은 없을거라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으나, 결국 또 한 번의 추가 연장 계획이 가시화되면서 건전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해소 목적에서 시행됐으며 지난 2020년 4월 도입 후 6개월 단위로 총 4차례 연장됐다. 지난 1월말 기준 금융지원 조치를 받은 대출 잔액은 총 133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만기 연장이 116조6000억원, 원리금 상환유예가 11조7000억원, 이자 상환유예가 5조원이다.
그간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건전성 저하, 부실을 우려하며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지난 9월 이후 종료하며 연착륙 방안을 검토하는 쪽으로 금융지원책 방향을 정해왔으나, 정치권의 거듭된 재연장 요구에 기류가 바뀌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모두 코로나19 금융지원 재연장을 촉구해왔다.
이를 두고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힘든 한계기업들이 도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런 상황에 코로나19 금융지원 연장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해당 금융지원 혜택을 받은 차주들이 빚을 못 갚을 경우 곧바로 은행 부실과 직결된다. 만기연장이나 상환유예를 통해 시간을 벌 수 있겠으나 결국 은행권의 잠재 부실을 더 키울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 금융권 관치 논란 격화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둔 최고경영자(CEO)를 둔 금융사들이 일제히 새 수장 선임에 돌입했다.
실제 5대 금융지주 중 신한금융, NH농협금융, 우리금융 등 3곳의 CEO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NH농협금융 손병환 회장은 용퇴를 결정한 상태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연임 도전 여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았다.
일각에선 지주회장들의 잇따른 용퇴 결정을 두고 금융당국의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윤석열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 지주 회장 연임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공식석상에서도 꾸준히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권에선 특히 노조를 중심으로 관료 출신 인사가 차기 수장으로 오는 이른마 ‘낙하산 논란’에 대한 반발이 격화된 상태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만해도 연임이 확실시 됐지만, 용퇴 결정 후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로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고려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노조 측 반발을 사기도 했다.
◇ 빚에 신음하는 기업들
국내 기업 부채비율이 지난 3분기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둔화에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기업들의 역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매출 신장이 1년 전보다 떨어졌고 영업이익률도 크게 감소했다. 기업의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이 동시에 모두 악화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2년 3분기 기업경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업 안정성을 보여주는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은 전분기 91.2%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에 1.4%p 상승한 92.6%였다. 이는 2016년 2분기 94.9%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제조업의 부채비율이 70.8%에서 71.3%로 올랐고, 비제조업의 부채비율이 126.7%에서 129.8%로 늘었다.
대기업 매출은 19.0% 증가하면서 지난해 3분기 23.0% 늘었던 것보다 증가율이 큰 폭으로 축소됐다. 반면 중소기업은 11.0%로 작년 10.2%를 기록한 것에 비해 소폭 올랐다.
특히 제조업의 매출 증가율이 1년 전(22.2%)보다 4.0%p 급락한 18.2%를 기록했다. 금속제품업과 기계 및 전기전자업 부진 영향이 컸다.
비제조업 또한 3분기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18.2%) 보다 1.5%p 떨어진 16.7%였다. 운수업과 건설업의 매출 신장이 예전 같은 수준을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익성 지표 악화도 두드러졌다. 매출영업이익률(4.8%)과 세전 순이익률(5.0%) 모두 지난해 3분기보다 3%p 안팎으로 급락했다.
◇ 부실채권 최저에도 못 웃는 은행권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지난 3분기 기준 또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로 실제 부실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데 따른 ‘착시 효과’란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지난 9월 말 부실채권 비율이 전분기말 0.41% 대비 0.03%p 하락한 0.38%를 기록했다. 부실채권이 전분기말 대비 6000억원 감소한 9조7000억원이었으나, 총여신이 무려 65조9000억원 증가한데 따른 결과다.
기업여신이 전체 부실채권의 82.8%에 해당하는 8조원이었고 가계여신과 신용카드 채권이 각각 1조5000억원, 1000억원이었다.
3분기 중 발생한 신규 부실채권은 전분기 대비 1000억원 증가한 2조5000억원이었다. 기업여신 신규 부실이 1조8000억원, 가계여신 신규 부실이 6000억원으로 각각 전분기 대비 1000억원씩 늘었다. 신용카드 신규 부실의 경우 1000억원으로 전분기와 비교해 변화가 없었다.
은행들의 손실흡수능력은 좋아졌다. 올해 3분기 말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전분기 말 205.6% 보다 18.3%p 상승한 223.9%였다. 은행들이 대내외 경제충격에 대비해 꾸준하게 충당금을 쌓아놓은데 따른 결과다.
금융업계는 3분기 부실채권 비율 축소는 당초 9월말 종료 예정이던 정부측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가 한 차례 더 연장된 것에 따른 착시효과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까지 국내 은행의 자산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에 따른 지표 착시가능성,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에 따른 신용손실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금융권 감원한파, 희망퇴직 칼바람
올해 주요 은행은 물론 증권사와 카드사 등도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을 잇따라 단행했다.
사실상 은행권에선 매년 연말게 실시되는 희망퇴직이 정례화되어 가고 있는 분위기다. 비대면 전환과 경기 침체 전망으로 은행 영업점을 축소해 인력 효율화를 추진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은행권에선 차라리 유리한 조건일 때 희망퇴직을 신청하겠단 분위기도 포착되고 있다. 올해 이자 이익으로 호실적을 기록한 만큼 예년보다 더 많은 수준의 특별퇴직금도 기대할 수 있다.
희망퇴직 바람은 은행은 물론 증권사, 카드사 등 금융권 전반에서 포착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에서 시작된 인원 감축이 대형사로도 번지면서 업계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카드사들 역시 악화하는 수익성을 인건비 절감으로 보전하고 중장기적으로 경영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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