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상승랠리 멈춘 금융지주들…충당금 쌓고 ‘9월 리스크’ 대비

2023.06.07 11:13:11

이자이익 줄고 비이자이익 개선세
올해 1분기 리딩금융은 KB금융
대손충당금 2배 확대로 리스크 대비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4대 금융지주의 실적 상승세가 올해 1분기 정체된 흐름을 보였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건전성 우려가 커진 가운데 해당 시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전년 동기 대비 2배 수준으로 늘린 영향이다.

성적표를 살펴보면 이자이익은 다소 줄고 비이자이익이 개선됐다. 은행권에 불거진 이자 장사 논란에 따라 금융당국이 대출금리를 줄이라고 압박한 결과다.

실제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1년 전(4조 5870억원) 대비 6.8% 증가한 4조 8991억원으로 유가증권과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이 증가한 덕을 크게 봤다.


또한 해당 시기 리딩 금융은 KB금융그룹이 차지했다. 손해보험 계열사인 KB손해보험의 기여가 컸다. <편집자주>

 

◇ 실적 열쇠는 비은행 계열사

 

먼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사안은 ‘리딩금융’ 타이틀을 누가 가져가느냐 였고, 그 주인공은 KB금융이었다.

 

KB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1조 4976억원이었다. 신한금융의 경우 KB금융보다 1096억원 모자란 1조 38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두 금융지주의 실적을 가른 지점은 비은행 계열사 성적이었다.

 

은행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같은 9315억원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KB증권이 신한금융투자(1194억원)보다 212억원 많은 14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보험 계열사 성적에선 더욱 격차가 벌어졌다. KB손해보험이 신한라이프(1338억원) 보다 1200억원 더 많은 25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다만 카드 부문의 경우 신한카드(1997억원)가 KB국민은행(557억원)을 앞질렀다.

 

◇ 증시 악화에 증권사 울고 보험사 웃고

 

리딩금융 타이틀을 가져가는데 성공한 KB금융 내 계열사들의 입지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올해 1분기 KB금융 성적표에서 눈에 띄는 점은 비은행 부문 계열사가 엎치락뒤치락 실적 경쟁을 벌인 지점이었다. 그간 KB금융 내 비은행 계열사 중 전통 강자는 KB증권이었으나, 올해 1분기 KB손해보험이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

 

두 계열사의 실적을 비교해서 살펴보면 KB손해보험이 KB증권의 성적을 가뿐하게 눌렀다.

 

올해 1분기 KB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은 KB증권(1406억원) 대비 약 2배 높은 2538억원이었다.

 

다만 KB증권이 수세에 몰린 이유는 지난해 증시 자체가 얼어붙은 영향이다. 그 결과 KB증권은 꾸준히 지켜오던 KB금융 내 비은행 계열사 실적 1위 자리를 KB손보에 넘겨주게 됐다.

 

게다가 KB증권은 또 다른 보험 계열사인 KB라이프생명과도 실적차가 크지 않은 상황이 됐다. 올해 1분기 KB라이프생명의 당기순이익은 KB증권과 불과 468억원 차이인 938억원이었다.

 

업계에선 KB라이프생명의 통합 시너지가 올해 2분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그렇게 되면 KB라이프생명이 더 가깝게 KB증권의 실적을 따라잡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이자이익 축소되고 비이자이익 늘고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 성적표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 이자이익은 줄고 비이자이익은 늘어난 것이라는 점에서 착안해 실적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 4대 금융의 이자이익은 9조 71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로는 7.3% 늘었지만 전 분기보단 8.3% 줄었다.

 

전분기 대비 KB금융은 6.9%, 신한금융은 10%, 하나금융은 10.6%, 우리금융은 5.5% 이자이익이 감소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이자 장사 지적에 주요 계열사인 은행권이 잇따라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등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은 결과다.

 

반면 비이자이익 성장세는 뚜렷했다. 1분기 KB금융의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7.7% 증가한 1조 5745억원이었고, 신한금융은 17% 증가한 1조 329억원이었다. 하나금융은 52.9% 증가한 7788억원의 비이자이익을 달성했다.

 

우리금융의 경우만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13.4% 감소한 비이자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가 없는 것이 반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 오르는 연체율에 역대급 충당금

 

최근 금융당국이 나서서 금융권에 충당금 적립을 늘리라고 권고한 가운데 올해 1분기 4대 금융 모두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1년 전보다 2배 수준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금융지주 현황을 종합한 결과, 대손충당금 적립을 통한 리스크 방어에 분주한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차주들의 대출 상환 부담이 나날이 증가하면서, 연체율 또한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은행권 연체율이 과거와 비교해 높진 않으나, 상승세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건 맞다.

 

그만큼 손실 흡수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융권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충당금을 추가적으로 적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는 전년 동기(7199억원) 대비 2배 이상 많은 수준인 1조 7338억원을 충당금으로 적립했다.

 

가장 많은 충당금을 적립한 곳은 KB금융으로 전년 동기 1439억원과 비교해 무려 364.3%나 늘어난 6682억원을 충당금으로 적립했다.

 

 

신한금융도 같은 기간 89.4% 증가한 461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고, 하나금융은 108.5% 늘어난 3432억원을 우리금융은 57.4% 증가한 2614억원을 충당금으로 적립했다.

 

충당금이란 금융기관이 대출 이후 상환 불이행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자금이다. 충당금은 비용으로 처리돼 많이 쌓아두면 순이익이 축소되는 구조인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충당금을 2배 이상 늘렸다는 것은 금융지주 입장에서 그만큼 잠재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각 금융사들 연체율 증가는 이미 가시화됐다.

 

올해 1분기 KB국민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대비 0.16%에서 0.2%로 올랐고, 신한은행은 0.22%에서 0.28%로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0.2%에서 0.23%로 올랐고 우리은행은 0.22%에서 0.28%로 올랐다.

 

특히 카드사들 연체율이 고공행진이다. 1%에 육박하며 최근 3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증가했다.

 

신한, KB국민, 하나, 우리카드의 올해 1분기 평균 연체율이 지난해 4분기 대비 0.23%p 상승한 1.26%로 집계됐다.

 

카드사별로 살펴봐도 연체율은 모두 1%를 넘어선 상태다. 신한카드 연체율이 지난해 4분기 1.04%에서 올해 1분기 1.37%로 증가하며 카드사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민카드는 0.92%에서 1.19%로, 하나카드는 0.98%에서 1.14%로, 우리카드는 1.21%에서 1.35%로 연체율이 올랐다.

 

통상 카드사들의 경우 연체율이 2%대에 도달하면 위험수준으로 분류되는 만큼 현재와 같은 연체율과 상승세는 위험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카드사들도 충당금 늘리기에 집중하며 리스크에 대비중이다. 4대 금융지주의 카드사 4곳의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전년(3409억원) 동기 대비 65% 증가한 5625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사별 충당금 전입액 규모는 신한카드(1910억원), 국민카드(1782억원), 하나카드(1047억원), 우리카드(1030억원) 순이었다.

 

◇ 관건은 9월…리스크 대비 만전

 

이처럼 지주와 계열사들이 많은 충당금을 쌓으며 선제적 리스크 대응에 착수한 상태지만, 문제는 올해 하반기 연체율 관련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오는 9월 이후 코로나19 대출 만기‧상환 유예가 종료되는 만큼 금융권은 유예 대상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해당 시기 이후 크게 늘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원리금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연체율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회사 대출행태 서베이를 살펴보면, 국내은행이 예상한 올해 2분기 신용위험지수는 1분기(33) 대비 2p 증가한 35였다.

 

신용위험지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차주들의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합해보면, 그간 4대 금융실적이 연달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호실적을 거둬왔지만 올 해 들어 그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이자장사 압박에 이자이익 증가세가 줄었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하느라 대손충다금 적립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9월)를 기점으로 코로나19 대출 만기‧상환 유예가 종료되므로 연체율이 급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금융사들 입장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올해 하반기를 잘 넘기느냐가 관건”이라며 “대손충당금을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이 쌓는 등 리스크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취재진에 “지주는 물론 각 계열사들도 충당금을 좀 더 보수적으로 쌓아야할지 고민 중인 상황”이라며 “리스크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선 충당금 확대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고 연체율 상승이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이런 긴장감은 더욱 커진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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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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