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하락 베팅 늘어난다”…공매도·곱버스로 쏠리는 투자심리

2025.08.08 16:33:40

3100선 갇힌 코스피…하락장 방어에 투자금 몰려
테마주보다 리스크 관리…변동성 확대 우려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박스권에 머무는 코스피를 두고, 시장은 점차 반등보단 하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공매도, 곱버스, 비관론—하방 압력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뚜렷한 반등 동력 없이 한 달째 3100~3200 박스권을 맴돌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매도 잔고가 크게 늘고, 하락에 투자하는 ETF에 자금이 몰리는 등 투자심리가 점차 ‘보수적’에서 ‘비관적’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대차거래 잔고가 97조원을 넘어서며 100조원에 근접하고 있다. 대차거래는 금융기관이 주식을 유상으로 빌려주는 거래로 주로 공매도나 차익거래에 활용된다. 차입자는 주식을 매도한 후 가격이 떨어지면 재매수해 차익을 실현하고, 대여자는 수수료를 수익으로 얻는다. 대차잔고 증가는 공매도 증가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 공매도 순보유 잔고(공매도 후 미상환 물량)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전체 상장 주식 수 대비 공매도 순보유 잔고 비율이 0.39%을 기록하며 올해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공매도 순보유 잔고 증가는 시장이 앞으로 더 하락할 것이라고 관측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 공매도 대기자금 100조 육박…개인은 ‘곱버스’로 대응

 

공매도가 집중되고 있는 종목은 최근 단기간 급등한 반도체, 2차전지, 친환경 테마주다. 한미반도체, SKC, 호텔신라, 신성이엔지, 두산퓨얼셀 등의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순보유 잔고 비율이 3~6%대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공매도가 어려운 개인투자자들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하락장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이어지자 이들 역시 코스피 하향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코스피 곱버스’로 불리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다. 해당 상품은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하락할 경우 수익을 2배로 낸다. 지난 4일 개인투자자들은 해당 상품을 395억원 순매수했고, 다음날인 5일에는 489억원 사들였다.

 

◇ 트럼프發 관세와 국내 증세안…불확실성 고조

 

국내외 증권가 모두 국내 증시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월가의 대표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향후 3~6개월 코스피 예상 밴드를 2850~3300으로 제시하면서, 코스피가 3000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개혁 정책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씨티은행은 최근 한국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증시 활성화가 아닌 증세에 초점을 맞춘 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이 최근 코스피 상승을 견인해 온 만큼 이번 개편안이 지수 추가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최근 투자자들이 하방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먼저 최근 발표된 세제 개편안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안보다 일부 완화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그간 정책 기대감에 의존해온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미국이 66개국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단행된 조치라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이미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와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각종 경기지표가 경기 둔화 신호를 보이고 있다.

 

◇ 테마주보단 리스크 관리…변동성 장세 대비해야

 

다만 공매도 잔고의 절대적인 수치만 보면 위기 수준은 아니다. 지난 5일 기준 시총 대비 공매도 잔고(0.39%)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미중 무역전쟁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했던 당시인 2018년 3월23일 시총 대비 공매도 잔고(0.83%)와 비교해 높은 수준은 아니다.

 

다만 투자 전문가들은 현재의 숫자를 넘어 그 이상의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이상현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시장 상승 탄력이 둔화세로 접어들면 유동성이 약해지고 거래대금이 감소한다”며 “공매도 거래금액이 전체 거래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면 공매도 경계감이 증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공매도 순보유 잔고 금액은 지난 5일 기준 10조70억원으로, 올해 7월 말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증시 거래대금은 줄고 있는 반면 공매도는 늘고 있어, 시장 전반에 하방 압력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가 명확한 반등 동력 없이 외부 변수에 따라 흔들리는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세제 개편안이 일부 완화되거나 미국의 통화정책이 시장 친화적으로 전환될 경우 ‘안도 랠리’가 나타날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 중심으로 경계 심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변동성이 커지는 장세에서는 단기 테마주 추격보단 하방 리스크를 관리하는 접근이 유효하다. 특히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에 대한 경계심은 필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 상승 추세 둔화와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 상승 추세가 지속된다면 개별 종목 측면에서 변동성이 커질 확률이 높다”며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은 종목들에 한해 경계심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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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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