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AI 세금 찬반양론 팽팽 지구촌 규제 논의 본궤도

2023.09.29 07:54:45

전문가 “AI에 대한 무지가 공포를 낳고, AI를 공격할 것” 경고
사회영향은 분명…로봇세, AI세 걷어 소득 재분배, 재교육해야
안철수 의원 “신기술 장려하되 잠재적 위험 대비하는 입법 준비”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인공지능(AI)은 사라지지 않으며, 정말 좋은 일을 할 수도 있고, (인류에) 정말 어려운 숙제가 될 수도 있다.”

 

지난 14일(미 현지시간) 미 국회의사당에서 개최한 ‘AI 입법 추진 비공개 포럼’에서 마이크 라운즈(Mike Rounds) 사우스다코타주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한 말이다. 라운즈 상원의원은 같은 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함께 이날 포럼을 준비했다.

 


이기완 창원대 교수(국제관계학과)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주요 선진 국가에서 노동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의 수를 나타내는 로봇 밀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AI·로봇의 기술과 상용화에 따라 이런 추세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AI 낙관론자든 비관론자든 모두 인공지능·로봇에 의해 인간의 일자리 대체 현상이 계속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에어컨과 스피커, 청소 로봇, 식당(카페) 서빙 로봇, 계산대(키오스크) 등 생활밀착형 AI를 비롯해 AI면접관이나 자율주행자동차, 수술 로봇 등 고기능 AI, 드론이나 무인전투기, 지뢰탐지 및 제거 로봇 등 군사 영역에서 활용되는 AI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AI 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도 기업들로 하여금 노동력의 부족과 인건비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로봇(자동화)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하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집권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안철수 의원(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은 “챗GPT 4.0 출시 이후 법률을 통해 무엇을 허용하고 무엇을 허용하지 말아야 할지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이 더욱 시급해졌다”고 말했다.

 

성큼 다가온 AI, 자본시장에서도 최대 화두

 


“그간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미래형 시제로 이야기 됐지만, 지난해 12월 ‘오픈AI’가 생성형 AI 챗GPT를 공개하면서 AI 기술은 어느덧 현재형이 됐다. 당장 우리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줬고, 그 영향은 자본시장까지 확산되고 있다.”

 

 

진승호 한국투자공사 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명동은행회관에서 열린 한 금융투자 포럼에서 한 말이다. 진 사장은 맥킨지 전망을 인용, “AI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19% 성장, 2032년이면 2조 57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 사장은 특히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시장은 10년 간 연 27% 성장할 것”이라며 “AI 시장의 성장은 급격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인데, 골드만삭스는 향후 10년간 AI로 인한 지구촌 전체의 생산성이 매년 13%씩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전기 모터, PC의 등장과 비슷한 수준의 엄청난 생산성 향상”이라며 “PC가 없는 사무실 풍경이 잘 떠오르지 않듯, 앞으로는 AI 없는 생활을 떠올리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의원도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AI가 교통, 의료,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면서 일상생활과 산업계 활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 AI 기술이 적용돼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승호 사장은 “전체 일자리 3분의 2가 자동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넷 중 하나는 AI가 대체할 것”이라면서도 “이 같은 노동비용 절감은 새로운 일자리의 출연과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고 큰 경제성장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낙관했다. AI 관련 하드웨어와 인프라, 모델,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투자 기회가 새로운 일자리를 예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어쩌면 한국에게 더 기회가 있는 분야라는 시각도 눈에 띈다. 문형남 교수는 “AI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베테랑 직원 열 명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초고속 인터넷의 사례처럼, AI는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이 잘 맞는다. 세계 어느 선진국도 인터넷이 한국처럼 빠른 나라는 없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에 따르면, 지금 한국의 지구촌 AI랭킹을 굳이 매겨보자면 6~7위 수준이다.

 

AI 규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ational Information Society Agency, NIA) 원장은 한국법제연구원이 지난 18일 개최한 ‘제 57회 입법정책 조찬 포럼’에서 ‘AI에 대해 근본적이고 철저한 규제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인공지능은 보편적 범용기술이기 때문에, 원자력이나 우주 분야에 준한 거대 규제가 필요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황 원장이 이날 포럼에서 강연한 주제는 ‘인공지능사회 구현을 위한 제도의 역할’이다.

 

 

황 원장은 “AI는 투약 결과는 아는데, 작동 기제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임상을 해야 하는 의약품 산업과 비슷한 분야”라면서 “인간이 만든 기술 중 확률 기반 기술로, 알 수 없는 것을 규제해야 하는 통제불능의 상황이 불가피하다”고 AI 분야 규제 개념을 정의했다.

 

이어 “사전적 규제를 한다면 형식적 규제가 될 것이 자명하고, 본질적 규제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인공지능기본법’을 만들어 통제불능 여지를 최소화 하고, 규제샌드박스 방식으로 장벽을 없애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원장은 “AI를 묘사할 때 의인화를 많이 하고 있는데, 이를 냉정하게 걷어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최초로 고양이를 식별해 냈을 때도 사람들은 ‘AI가 인식(recognization)했다’고 표현했는데, 사실은 인식이 아니라 ‘구별(classification)’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은 사실 인공지능이 아니며, 2차 인지 혁명을 주는 기술일 뿐”이라며 “2차 인지혁명은 1차와 다르게 사람이 똑똑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증유의 새로운 기술에 대해 본질적 규제가 어렵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일자리와 평등 관점에서 규제 필요성은 명백하다는 주장도 눈에 띈다.

 

이원재 시민참여인공지능포럼(AICE) 운영위원장은 18일 기자와 만나 “불평등을 낳는 디지털 격차(Digital Devide)보다 ‘AI 격차(AI Devide)’가 훨씬 심할 것”이라며 “보편적 AI교육권을 줘, 누구나 원하면 AI로 자신의 능력을 신장할 수 있는 기회는 줘야 하고, 그에 장애가 되는 것들은 없애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과 함께 공동체의 경제적 성과를 분배하는 측면, 즉 조세 문제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AI는 좀 성격이 다른 자동화…같이 살아가는 전자인격”

 

한국AI교육협회(KAEA) 회장을 맡고 있는 문형남 교수(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는 기자에게 “생성형 AI 교육을 대중화하고 전 국민 교육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AI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에 따르면, 로봇은 초기단계에 로봇끼리 협동한다. 그 다음 단계가 사람과 협동하는 단계다.

 

문 교수는 그래서 AI나 로봇을 기계가 아닌 협동 파트너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 교수는 “지금은 한 가지 기능만 하는 바리스타, 배달 로봇 수준이지만, 3년 전 대전의 모 카페에서 바리스타와 배달 로봇이 통신을 해서 주문을 받아 커피를 만들어 배달을 실행하는 상황을 실증했다”면서 “따로 기능했던 로봇이 이제 협동한다는 점에서 실로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로봇끼리 협동하다가 이제는 로봇과 인간이 협동하는 로봇, 즉 ‘코봇(cobot)’의 시대가 왔다는 것.

 

기자가 “보다 완벽한 안전보장을 위해 철저하게 설계된 보안시설 자동제어 로봇은 전원을 끄려고 하는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문 교수는 “인간들은 로봇의 자율적 판단, 무한진화, 자기증식 정보와 지식 등에 대해 공포스러워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바로 그 점 때문에 사람과 로봇, AI를 협업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협업하려면 서로 친해져야 하고 평소에 로봇에 대해 학습을 잘 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로봇에게 질문하고 답을 받아서 인간에만 이롭게 활용한다는 생각부터 버리자는 주장이다. 오류를 고쳐주고 학습을 시켜야 한다는 것.

 

소외된 계층을 위해서도 로봇(AI)의 역할이 크다는 지적이다. 문 교수는 “로봇을 반려동물처럼 여기며 함께 지내는 노인들이 일본에 많다”면서 “지속적이고 누적된 학습은 감성적 반려 만족도를 높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인간에 대한 AI의 태도는 결국 인간이 ‘뿌린대로 거두는’ 개념이라는 지적이다. 문 교수는 “인공지능에게 존댓말을 쓸 필요는 없고 반말해도 전혀 상관없지만, 욕을 하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인공지능(로봇)이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학습에 의해 거의 감정이 있는 것처럼 말을 한다. 사실은 그렇게 코딩을 해놓은 것”이라며 “AI에게 ‘바보 같다’는 식의 표현을 반복적으로 쓰면 부정적인 반응을 하게 되고, 그 반응 때문에 인간의 감정이 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1월 12일 유럽연합(EU) 의회는 로봇(AI)에게 ‘특수한 임무와 의무를 지닌 전자인간’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거대AI기업들이 포괄적 경영 책임을 로봇에게 전가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한켠에서는 노동생산성 상승 등 전체적 기업 부의 증가가 아닌 개별적 근로소득 과세의 포석이라고도 본다.

 

AI 개척자 빌게이츠가 AI세 적극 찬성

 

문형남 교수는 “AI의 강·약·기회·위협(SWOT) 분석을 통해 규율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면서 “세금은 그중에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봇세가 아니라 AI세라고 불러야 하는데, 이는 동물권에 준한 AI권을 인정한다는 측면”이라고 덧붙였다.

 

AI세를 걷으려면 AI기업에 포괄적으로 과세하지 말고 개별 인간에 준하는 기계로서, 사람과 협력하는 주체로서 로봇의 전자인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챗GPT를 사실상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창립자 빌게이츠(Bill Gates)는 “로봇·AI 기술의 발달에 비례해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고, 종국적으로는 인간의 노동 및 일자리를 대체해 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로봇세를 도입, 자동화로 실직당한 사람의 재교육과 복지 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동자가 소득세를 내듯, 같은 일을 하는 로봇·AI도 세금을 내야 하며, 로봇이 낸 세금으로 실직당한 사람을 보살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기완 교수는 “로봇세 도입에 찬성하는 사람은 로봇·AI의 상용화에 따라 일자리 대체와 실업·빈곤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면서 “고용불안과 실업이 늘면 경제적 불평등은 한층 심화돼 공동체 존립기반을 뿌리부터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간 일자리 상실 보전과 생존권 보장, 재교육 등을 위한 세수 확보수단으로 로봇·AI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원재 위원장은 “AI가 진화한 것은 인간이 공유한 각종 지식을 무상으로 학습한 결과인데, 이걸 AI기업들이 돈을 받고 팔아 번 돈이라면, 당연히 재분배해야 하고 교육 재원으로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기완 교수도 “AI 기술이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게 아니라 지금까지 인류의 노고와 노력의 결실로 만들어진 결과물(카피레프트)이므로, 그 활용으로 생기는 소득 대부분은 사실 다른 사람의 지식을 활용한 결과”라며 “그 소득에 대한 세금을 걷어 ‘기본소득(Basic Income)’으로 나누는 게 사회정의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인도 국제조세연구분석재단(International Tax Research and Analysis Foundation)의 파르타사라 티 숌(Parthasarathi Shome) 회장은 “로봇에 과세하면 전체 생산성이 감소할 것이라고 추론하거나, 로봇산업이 과세를 피해 저세율 국가로 이전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세원잠식과 이익이전(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BEPS)’ 문제를 본격 제기한 것은 금융자본의 유기적 구성 변화에 따른 것이지, 로봇이나 AI 관련 자본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AI세, 이래서 반대

 

국가는 AI와 로봇이 가져오는 혜택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기술혁명에 따른 갈등과 빈곤, 양극화를 최소화해야 하는 녹록찮은 숙제에 직면했다.

 

새 기술이 불러올 사회적 악영향을 최소화 하려고 도입한 세금과 복지제도까지야 당연히 고민 중이지만, 생존권적 기본권 보장을 위한 ‘기본소득’ 얘기까지 나오면 더럭 겁이 나는 게 공직사회의 특징이다.

 

재계나 과학·기술·산업계에서는 “기본소득 제도 도입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며 지레 펄쩍 뛰고 있다. AI·로봇 상용화로 초래되는 노동 및 일자리 대체, 이에 따른 실업 문제 등을 무조건 ‘죄악’으로 간주할 수 있느냐는 시각이다. 당연히 “실업의 모든 책임을 AI·로봇이나 그 기업에 추궁하는 접근이 과연 옳은 거냐”는 반론이 비등하다.

 

이기완 교수는 “AI·로봇세 도입 반대론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모바일뱅킹, 지하철 자동개찰시스템 등 기계에는 과세하지 않고 AI·로봇에게만 과세하는 것은 ‘조세 형평의 원칙’에 위배되고 기업의 경영 악화로 이어져 자본주의 경제질서의 근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서머스(Lawrence Summers) 하버드대 교수는 “항공기 탑승권 발권 키오스크나 모바일뱅킹 등도 인간의 일자리 활용을 크게 줄였지만, 이런 기술에는 과세하지 않았다”면서 “로봇을 일자리 약탈 주범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국제로봇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 IFR)은 “로봇 산업 및 무인 자 동화 추진 기업에 로봇세를 부과하면 고용과 기술 혁신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증가시켜 국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종성 원장은 “로봇세 과세가 장벽에 부딪혔던 것은 로봇과 로봇 아닌 것을 구분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가령 컴퓨터 자체만 봐도 수많은 에이전트들이 협력해서 만든 기능이고, 우주소년 아톰도 실제로는 어디에나 편제돼 있는 부품들이 스스로를 감추고 아톰의 모습으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물며 AI는 로봇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융합해 기능하는 것이고, 인간이 작동방식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알지 못하는 것을 규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럽은? 미국은?

 

유럽은 미국이 AI 분야에서 뚜렷하게 앞서가기 때문에, AI 규제를 서두르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생성형 AI’ 분야에서 미국이 너무 독보적으로 앞서가고 있고, 유럽에서는 불모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오는 평가다. 이탈리아는 실제 몇 달 동안 챗GPT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2017년 1월 EU 의회는 로봇에 대해 ‘전자인격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EU의 AI법은 AI시스템을 사용하는 모든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되며 이를 최소한의 위험 수준에서 허용할 수 없는 수준까지 4가지 위험 수준에 따라 분류했다.

 

하지만 노동자 재교육과 기본소득 제도를 위한 세수 확보수단으로 로봇세를 도입하는 안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유럽 기업들은 “법안을 재고하라”며 EU 지도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EU 회원국 소재 기업들이 생성형 AI 사용을 규제받으면 미국 등 해외 경쟁업체와 경쟁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반발의 근거다.

 

미국 AI기업들의 활로를 찾아주려는 미국 공화당 의원들도 지난 6월 “EU의 AI법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인 규제”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미국은 AI 규제에 대한 여야 당론 차이가 드러난다. 의원별로도 산업계에 대한 과잉규제를 우려하는 그룹과 잠재적 위험을 더 우려하 는 그룹으로 크게 나뉜다.

 

미 경제 매체 <포브스>의 지난 14일(미 현지시간)치 보도에 따르면, 미 공화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사당에서 인공지능 입법 추진의 일환으로 비공개 포럼을 열었다. 주된 주제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특정 측면을 감독하기 위한 독립 기관이 있어야 하는지 ▲AI 기업들이 어떻게 더 투명해질 수 있는지 ▲미국이 중국 및 다른 국가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뭔지 등 3가지였다.

 

메타(Meta)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최고경영자 빌 게이츠(Bill Gates),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테슬라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등 지구촌 플랫폼기업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미국 기업들은 AI산업에 대한 규제 자체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14일 하루종일 진행된 포럼 휴식시간에 기자들과 만나 “핵심은 심판(referee)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절한 보호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인류가 첨단 AI 시스템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가능성에 대한 공상과학소설 속 심각한 우려가 현실화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는 그동안 신기술 규제가 너무 부진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AI 분야 산업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정부 통제를 받지 않은 채 성장해 왔다고 본다. 많은 미국 국회의원들은 “더 엄격한 개인 정보 보호기준 등 소셜미디어와 관련된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척 슈머 상원의원도 “의회가 AI의 이점(benefits)을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만이 ‘가드레일’을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산업도 다국적 공룡기업들이 독식?

 

“망치를 손에 쥔 사람에게는 못 박을 것만 보인다”는 속담이 있다. AI규제 필요성이 정치인 자신들의 존재이유 그 자체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척 슈머 상원의원과 함께 비공개 AI포럼을 주도한 마이크 라운즈(Mike Rounds) 사우스다코타주 공화당 상원의원은 “의회는 빠르게 움직이는 AI가 긍정적인 측면에서 계속 발전하도록 하는 동시에, 데이터 투명성과 프라이버시 관련 잠재적 문제를 처리하도록 AI보다 더 빠르게 한발 앞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라운즈 의원은 “인공지능에 대한 과대광고는 잠재적인 사회적 피해에 대한 우려를 가속화했으며 신제품 이면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를 불러일으켰다”고 덧붙였다.

 

공화당 소속 조시 홀리(Josh Hawley) 상원의원은 “대형 기술기업을 위한 거대한 칵테일 파티”라며 이날 포럼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왜 우리가 세계 최대의 독점 기업을 초대해 그들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돕고 대중에게 AI정보공개를 폐쇄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보고토록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홀리 의원은 코넥티컷 주 민주당 소속의 리처드 블루먼솔(Richard Blumenthal) 상원의원과 함께 기술회사에게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라이선스를 의무화 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법안에는 특히 라이선스를 부여하기에 앞서 특정 AI 시스템의 피해를 감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정부 감독기관을 만들자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비영리단체인 ‘AI 나우 연구소(AI Now Institute)’의 사라 마이어스 웨스트(Sarah Myers West) 전무이사는 13일(현지시간) “포럼 참석기업들의 순자산 총액이 5500억 달러에 이르는데, 어떤 식으로든 더 넓은 대중의 이익을 의미있게 대표하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포럼에 초대된 유일한 학자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소속 AI전문가인 데보라 라지(Deborah Raji)는 이미 발생하고 있는 실제 피해를 강조하려고 노력했다. 알고리즘 편향 연구로 유명한 라지는 “상원의원들이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어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어떤 우선순위를 높일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AI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김영훈 아마존웹서비스코리아 정책협력실장은 지난 2021년 12월 13일 한국법제연구원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인공지능 윤리와 법’을 주제로 개최한 공동학술대회에서 “해외에서 인공지능 관련 규율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입법이 진행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도 “유럽연합(EU) 의회가 오는 2025년경 ‘AI법’을 세계 최초로 제정할 예정인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AI의 부작용과 위험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인공지능 규제 정책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형남 교수 역시 “유럽에서 규제를 제일 먼저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런 지구촌 움직임을 인지했다면 한국도 당연히 논의를 안 할 수 없다”면서 AI 규제 움직임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문 교수는 다만 “AI 활용 범죄 등 한국에서도 규제 논의 필요성은 분명하고, 필요한 규제 방안을 찾아야 하는 건 맞지만 규제는 최소화 하는 게 맞고, 규제를 대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앞서 대학 등 연구자, 국가정보원, 기업 등이 각각 개별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종합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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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기자 dipsey@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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