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국내 카드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오던 신한카드가 반년 만에 다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경기 침체 여파로 카드업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실적 측면에서도 삼성카드에 밀리자 조직 슬림화를 통한 비용 절감을 단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 4일 희망퇴직자 명단을 최종 확정했다. 지난달 19일부터 닷새간 접수를 받았고, 마감 이후에도 일부 직원들이 추가 신청 의사를 밝혀 최종 퇴직자는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희망퇴직 당시 62명보다 70%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번 희망퇴직은 대상 연령을 기존 1968~1974년생에서 1979년생까지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사실상 40대 팀장 및 부서장급도 퇴직 대상에 포함되면서 업계 안팎에선 자발적 퇴직이 아닌 사실상 정리해고 성격의 구조조정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앞서 단행된 대규모 조직 개편과 맞물려 시행됐다. 신한카드는 기존 ‘4그룹 20본부 81팀’ 체제를 ‘4그룹 20본부 58부’로 재편하며 팀장급 자리를 약 30% 줄였는데, 이 과정에서 직책이 사라진 중간 관리자들이 자연스럽게 희망퇴직으로 유도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는 이번 희망퇴직이 단순 인력 조정을 넘어 신한카드 내부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결과로 보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572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삼성카드(6646억원)에 실적 1위를 내줬다. 이는 2014년 이후 처음이며 단순한 일회성 요인보다는 수익 구조의 근본적 차이에서 비롯된 ‘구조적 역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1분기에도 신한카드는 전년 대비 26.3% 감소한 1369억원의 순이익을 낸 반면, 삼성카드는 3.7% 증가한 1844억원을 달성했다.
다만 신한카드 측은 이번 희망퇴직이 단순한 비용 감축 차원이 아니라 노조원들의 의사가 반영된 조치라는 입장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카드 업황이 좋지 않거나 회사가 어려워서라기 보단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 결과”라며 “최대 30개월치 급여와 재취업 프로그램, 시간 선택제 운영 등 회사가 열어주는 퇴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분이 많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한카드는 물론 카드업계 전반이 위기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로 카드론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KB국민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도 잇따라 희망퇴직을 실시하거나 준비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와 구조적 변화 속에서 상위 카드사조차 몸집을 줄이고 있는 만큼 중소형 카드사들도 조직 쇄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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