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 10년 후엔 초음속 여객기 시대?!

2018.09.24 07:00:00

최근 아시안게임과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오가며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던 손흥민 선수의 건강 상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출전 시간도 많았을 뿐더러 잉글랜드, 한국, 인도네시아, 미국 등 여러 나라를 이동하며 오랜 시간 장거리 비행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세 달간 손 선수가 비행기로 이동한 거리는 약 7만6765km라고 한다.

 

그런데 손흥민 선수처럼 오랜 시간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전 세계 항공기업들이 앞다투어 초음속 여객기 개발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초음속 여객기를 탄다면 11~12시간이 걸리는 인천~런던 구간을 불과 3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일반 여객기보다 두 배 빠른 속도

 

미국의 벤처기업 ‘붐 테크놀로지’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초음속 여객기 ‘XB-1’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항공이 1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20대 선주문을 하며 화제를 모은 기업이다. 미국의 또 다른 스타트업인 에어리언 슈퍼소닉도 ‘AS-2’라는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 중이다. 2026년까지 12명의 승객을 태우고 마하 1.4의 속도로 비행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일반 여객기의 속도는 시속 700~800km다. 초음속 여객기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 말 그대로 음속(소리의 속도)인 초속 340m(시속 약 1224km)보다 더 빠른 속도로, 마하 1이 최소 단위다. 붐 테크놀로지의 XB-1은 마하 2.2로 비행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7시간 이상 소요되는 뉴욕과 런던 구간을 3시간 15분 만에 갈 수 있는 속도다.

 

사실 초음속 여객기는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1976년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콩코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콩코드는 마하 2의 속도로 파리와 뉴욕 구간을 3시간 만에 주파했다. 하지만 비효율적인 연비와 비싼 요금, 엄청난 소음 때문에 2003년을 끝으로 운항이 중지됐다.

 

먼저 속력이 빠를수록 공기저항이 커져서 이를 이겨내느라 일반 여객기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연료를 썼다. 가느다란 동체 때문에 일반 여객기에 탑승하는 숫자의 3분의 1밖에 받지 못해 운임도 비쌌다. 일반 여객기의 퍼스트클래스보다 4배나 비싼 금액이었다.

 

소음도 큰 문제였다. 콩코드가 지나간 지역에서는 유리창이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소닉붐’이라는 현상 때문이었다. 음속을 돌파하는 비행기에서는 소리가 퍼져나가는 속도보다 비행기의 속도가 더 빠르다. 그래서 비행기 뒤쪽에서 파동이 겹치면서 음파가 증폭된다. 이 소리가 땅으로 도달해 우리 귀에 굉음으로 들리는 것이다. 실제로 런던과 파리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콩코드는 소닉붐 때문에 인도와 말레이시아 사람들에게 소음 민원이 들어왔고, 결국 운항이 중단됐다.

 

최신 기술로 단점 극복

 

하지만 최근 이런 문제들은 기술 개발로 하나 둘씩 해결되는 추세다. 우선 콩코드에 쓰였던 엔진보다 추력과 연비가 우수한 엔진들이 많이 개발됐다. 공기저항을 이겨낼 수 있는 동체 디자인과 가벼운 소재도 연구 중이다. 붐 테크놀로지의 XB-1은 알루미늄 대신 가벼우면서도 열과 압력에 강한 탄소 섬유 소재를 사용해 기체를 제작했다.

 

이 덕분에 XB-1의 무게는 6만 8000kg으로 보잉 787의 30%에 불과하다. 무게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창문을 없앤 초음속 여객기도 등장했다. 미국의 벤처기업 스파이크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12~18인승의 ‘스파이크 S-512’는 창문 대신 실시간으로 바깥풍경을 보거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했다.

 

이렇게 연비가 줄면 그만큼 비용을 줄여 항공 요금도 낮출 수 있다. 붐 테크놀로지의 블레이크 숄 CEO는 “뉴욕에서 런던을 왕복하는 항공 요금을 5000달러(약 560만원) 정도에 맞출 것”이라며 “승객들은 일반 여객기의 비즈니스석과 비슷한 요금으로 이동 시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닉붐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항공기업들은 이동 중 생기는 충격파를 지상이 아닌 대기 중으로 퍼질 수 있는 디자인으로 비행기를 제작하고 있다. 그 결과, 붐 테크놀로지의 XB-1은 소닉붐 크기가 85dB(데시벨)로 110dB 이상이었던 콩코드의 77% 수준이다.

 

미국 최대 군수업체 록히드 마틴과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조용한 초음속 기술(QueSST)을 개발 중이다. 소음이 적은 1인용 초음속 경비행기 ‘X-플레인’을 만들기 위해서다. X-플레인은 앞부분이 얇고 긴 모양으로 생겨 충격파를 줄여준다.

 

또 보조 날개를 달아 비행기 뒷부분에서 파원이 흩어지도록 만들었다. NASA는 “X-플레인의 소음은 75dB 이하”라고 발표하며, “이는 자동차 문 닫는 소리 정도”라고 말했다. X-플레인은 2021년 말까지 제작을 완료해 2022년 중반에 미국 내 4~6개 도시에서 시험 비행을 하는 것이 목표다.

 

초음속을 넘은 극초음속 여객기도 연구 중

 

최근에는 초음속 여객기를 넘어 마하 5인 시속 6000km 이상의 극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려는 노력도 시작됐다. 미국 항공기업 보잉은 2013년 극초음속 비행기 X-51A 웨이브라이더를 마하 5.1의 속도로 6분간 시험 비행한 바 있다. 이 비행기의 이론상 최고속도는 마하 15에 달한다. 서울에서 LA까지 50분밖에 걸리지 않는 빠르기다. 초음속 비행기 개발 경쟁이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기대해 보자.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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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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