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돋보기] 신탁 ‘수탁고 1000조’ 시대, 새 먹거리 부상한 이유는?

2020.11.05 18:54:50

매년 수탁고 증가…초저금리 시대 안정적 자산관리 수단 주목

국내 신탁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올해 수탁고만 1000조원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일반 대중에게 신탁은 여전히 거리감 있는 자산관리 방법으로 받아들여진다.

수억원 또는 수백억원 이상의 융통 가능한 재산을 소유한 일부 자산가의 ‘전유물’ 같다. 하지만 신탁의 정확한 정의와 구성 방법, 목적을 이해하면 그간의 오해와 억측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자산가는 물론 일반 대중, 나아가 저소득층에게도 ‘미래 먹거리’가 되어 줄 신탁의 제대로 된 이해를 돕고자 현재 신탁시장에 대한 분석과 전망, 제도 개선이 필요한 지점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편집자주>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신탁은 재산소유자인 위탁자가 전문가인 수탁자에게 재산을 위임하고, 자신이 지정한 수익자를 위해 재산을 관리‧운영하도록 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1대1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인 셈인데, 정부도 이러한 시스템이 국민생활 안정과 노후 대비 수단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고 오랫동안 신탁을 ‘종합 자산관리서비스’로 육성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도 제도적 미비점은 남아있는 상태지만, 위탁자에게는 새로운 자산 관리 수단이 되어주고 수탁자에게는 신규비즈니스를 확보 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현재 신탁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 증권, 보험 등에 맡겨진 신탁 수탁고가 역대 사상 최대치인 96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1년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했을 당시 수탁고가 408조90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9년 새 두 배를 넘어선 수준이다.

 

◇ 초저금리 시대 블루오션?…GDP 50% 차지

 

신탁업 정식 인가를 받은 금융업종은 은행, 증권사, 보험사, 부동산 신탁사 등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은행의 경우 KEB하나, SC제일, 경남, 광주, 국민, 기업, 농협, 대구, 부산, 산업, 수협, 신한, 씨티, 우리, 전북, 제주 은행 등 국내은행 16곳과 뉴욕멜론, 도이치, 홍콩상하이 등 외국은행 국내지점 3곳으로 총 19곳이다.

 

증권사는 DB금융투자, IBK투자, KB, NH투자, SK, 교보, 대신, 메리츠종금, 미래에셋대우, 삼성, 신영, 신한금융투자, 유안타, 유진투자, 키움,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 한화투자, 현대차, 하이투자, 한국포스 등 21곳이다.

 

보험사는 미래에셋생명, 삼성생명, 한화생명, 흥국생명, 교보생명, 삼성화재 등 6곳이다. 추가로 KB손해보험이 올해 신탁업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부동산 신탁사는 KB부동산, 교보자산, 대신자산, 대한토지, 무궁화, 신영부동산, 아시아, 우리자산, 코람코자산, 코리아, 하나자산, 한국자산, 한국토지, 한국투자부동산 등 14곳이다.

 

업권별 점유율은 은행이 49.6%로 가장 높다. 이어 증권사 24.5%, 부동산신탁사 23.8%, 보험사 2.1% 순이다.

 

이들 업종은 신탁 수탁고를 늘리기 위해 무한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은행의 수탁고 증감 현황이 눈에 띈다. 은행권 신탁 수탁고는 지난 8월 말 기준 509조6996억원으로 전년 동기 472조1766억원 대비 8% 올랐다.

 

은행이 신탁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초저금리 기조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정부 측 강력한 대출규제 등으로 비이자 부문 수익 확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은행 포함 전체 신탁회사들의 신탁 보수 역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신탁회사들이 받은 신탁보수는 총 2조3245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1831억원 보다 6.5% 증가했다.

 

◇ 고유영역 활용한 상품 나와야

 

국내 신탁시장 상황을 종합 요약해보면, 지난해 말 금융사가 보유한 신탁 수탁고 968조6000억원은 국내총생산(GDP)의 50% 수준으로 펀드 수탁고 보다 많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저출산과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경우 지난해 신탁 수탁고가 GDP의 2배 이상인 1250조엔으로 한화 기준 약 1경원을 넘었다. 국내  역시 초고령화, 저출산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신탁 수탁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은행권에서의 신탁이 주가연계신탁(ELT)으로 치우친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ELT는 증권사가 발행하는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은행이 특정금전신탁 계좌에 편입 시켜 판매하는 신탁상품이다.

 

ELT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주요국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 (DLF) 사태가 발생하자 ‘고난도 금융상품’에 포함하려고 했던 상품이기도 하다. 다만 업계 반발로 무산되긴 했다.

 

시중은행은 ELS를 직접 판매할 수 없으니 이를 신탁이란 ‘상자’에 담아 판매하는데, 이를 두고 신탁이 원래 추구하던 ‘1대1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라는 취지와 달리 고위험 상품을 담는 도구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 신탁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은행 고유 영역인 예금, 대출을 활용한 신탁상품이 개발돼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증권사의 신탁 역시 자금조달, M&A, 모험자금조달 등 증권업 고유의 영역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신탁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보험사의 경우 아직 신탁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보험금청구권신탁, 가족신탁 등 보험사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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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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