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당국이 현행 신용평가 제도가 금융 접근의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는 문제 의식 아래 개인 및 소상공인 신용평가 체계를 전면 재검토한다.
신용점수 상위 구간 쏠림 현상으로 변별력이 약화된 구조를 손질하고, 노년층·청년·주부 등 금융이력이 부족한 계층까지 포용할 수 있는 신용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향의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했다. 이번 TF는 소상공인 신용평가 고도화, 대안정보센터 구축, 신용성장계좌 도입 등 국정과제 및 대통령 업무보고 과제의 후속 조치 성격으로 마련됐다.
권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신용평가시스템이 ‘잔인한 금융’의 높은 장벽이 아니라 ‘포용 금융’의 튼튼한 안전망이 돼야 한다”며 “배제하는 금융에서 포용적인 금융으로 전환하기 위한 신용평가체계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포용금융을 위한 정책들이 형식적 지원에 그치지 않으려면 근본적 신용평가 시스템의 개편이 필요하다”며 “TF에서 신용평가 체계가 금융 대전환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는 종합적 제도개선방안을 도출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회의에서는 개인신용평가 체계의 변별력 약화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종합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개인신용평가 대상자 5030만명 중 1436만명(28.6%)이 신용점수 950점 이상을 부여받았다. 신용점수 900점대 이상 고신용자는 2019년 1723만명에서 2024년 2216만명으로 늘었고, 비중도 같은 기간 36.3%에서 44.3%로 확대됐다.
이에 대해 최척 KCB 부장은 “거시적 금융환경 변화, 신용관리 가점 대상자 증가, 연체정보 공유 제한 등 복합적 영향으로 나온 결과”라며 “개인신용평가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평가기준 조정, 평가모형 재개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금융이력이 부족한 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평가체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2024년 말 기준 신용거래정보부족자(신파일러)는 평균 710점 수준의 신용점수를 받고 있으며, 노년층이 387만명으로 전체의 31.3%를 차지했다. 청년은 331만명(26.8%), 주부 271만명(21.9%), 외국인 123만명(10%) 순이다.
최 부장은 “현재 개인신용평가모형에서 통신·공공요금 납부내역 등 일부 비금융, 마이데이터정보를 제한적으로 수집·활용해 신용평가에 반영하고 있으나 데이터 분석의 한계, 정보 제공기관의 협조 문제 등으로 추가적인 비금융정보의 발굴·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신용평가 체계 역시 개편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현행 평가 방식이 담보와 개인 신용 중심으로 구성돼 영업 안정성이나 성장성 등 사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금융정보와 비금융·비정형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소상공인 데이터 인프라(SDB)를 구축하고, 미래 성장성·영업 안정성을 반영한 소상공인 신용평가모형(SCB)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인공지능(AI)과 마이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활용을 가로막는 경직적인 동의 체계도 손질 대상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소비자에게 유리한 신용평가·관리 목적의 정보 활용에 대해서는 포괄 동의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AI 활용 신용평가 결과에 대한 설명 의무와 외부 검증도 강화할 방침이다.
TF는 향후 ▲개인신용평가체계 개편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고도화 ▲대안신용평가 활성화 ▲AI 활용 신용평가 내실화 등을 과제별로 논의하고 세부 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민간 전문가 중심의 연구용역도 병행해 제도 개선 과제를 구체화하고 정책 실행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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