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술의 '빈익빈부익부'…줄폐업 내몰린 로컬 위스키‧영세 수제맥주

2021.05.28 16:08:40

회식‧모임 사라지면서 역대급 위기
스마트 오더 시행에도 온 마켓(on-market) 의존 해소 안 돼
OECD 국가 대부분 주류통신판매 허용, 한국에서는 금지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영세 수제맥주 업계‧로컬 위스키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매출 급감에 줄폐업 위기까지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4월 온라인 주문 후 매장에서 찾아가는 ‘스마트 오더’ 방식을 도입했지만, 매출이 업소 판매에 의존하다보니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통신판매 허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거절하면서 업계에서는 경직된 주류판매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줄 폐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희비 엇갈린 홈술시대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로 회사 등 모임이 줄면서 집에서 술마시는 홈술시대가 도래했다.

 

정부가 시행한 스마트 오더도 한몫했다. 모바일 등 앱으로 원하는 주류를 주문하면 집 근처 매장에서 찾아가는 방식이다.

 

주된 혜택은 와인이 가져갔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4월 이마트 전체 와인 매출은 전년 대비 47%, 맥주 매출 13.1% 증가했다. 20‧30대 MZ세대(1980년~2000년대 출생)의 와인 소비는 전년 대비 53% 급증하기도 했다.

 

주류수입협회에서는 올해 1월~3월 와인 수입액을 전년동기대비 25% 증가한 1억 달러 정도로 보고 있다.

 

수제맥주의 경우 곰표밀맥주 등 중견기업 이상 대규모 업체가 추진하는 브랜드들이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교촌치킨이 120억원에 인수한 문베어브루잉, 코스탁에 상장된 제주맥주는 268억원을 공모로 끌어모았다.

 

반면 영세 수제맥주나 로컬 위스키 업계는 고사직전이라며 울상이다.

 

영세 수제맥주 업소는 생산량도 작고, 대형마트 등 대규모 유통망에 오르기 어렵다.

 

임페리얼, 윈저, 골든블루 등 국내에서만 판매되는 로컬 위스키는 회식이나 모임용이란 이미지 탓에 홈술 시대에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낮은 도수를 선호하는 MZ세대 기호와 거리가 멀다.

 

영세 수제맥주‧로컬 위스키의 공통점은 주점 등 업소 매출에 의존한다는 것인데 코로나 19 확산세로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지속되면서 매출 감소를 넘어 업계 고사의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위기는 통계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1억3246만3000달러(약 1480억원)로 2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9년보다 13.9% 감소한 수치로 수입액 규모만 보면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9년(1억1591만9000달러, 약 1296억원) 보다는 높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해보면 역대 최악인 상태다.

 

 

영세 수제맥주의 경우 별도로 수치가 집계되지는 않지만, 업계 쪽에서는 대형 유통망에 편입된 일부 회사를 제외하고 문을 닫아야 하는 신세라는 말이 나온다.

 

대형마트에 들어갈 수 없는 일부 영세 수제맥주 업체들은 당국에 막걸리처럼 통신판매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당국은 청소년들이 편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고, 국민건강 하락, 범죄율 증가 등을 이유로 거절하고 있다.

 

 

판로를 잃은 로컬 위스키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은 방역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감수할 수 있고, 규정 위반시 어떠한 행정조치도 수용할 수 있으니 최소한 주점들의 ‘밤영업’만이라도 허용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간 홍보나 프로모션을 바꾸어봐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은 이상 주요 판매처인 주점의 ‘밤영업’ 허용이라도 풀리지 않으면 뾰족한 방도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로컬 위스키의 통신판매라도 허용되면 다른 방도를 모색해 볼 수 있겠지만, 최근 당국의 영세 수제맥주 업계의 통신판매 요청이 반려되면서 로컬 위스키 업계 분위기는 차갑게 식어가는 분위기다.

 

OECD 국가 가운데 폴란드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 주류 통신판매를 허용하고 있지만, 당국은 주류 판매에 대해 기존의 태도를 유지하면서 바뀔 여지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버텨보자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영세 수제맥주와 로컬 위스키 쪽에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목소리가 다수 나온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영세 수제맥주나 로컬 위스키처럼 주점 매출에 의존하는 업계는 일정 규모가 있는 회사가 아닌 이상 판로가 막히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라며 “경직된 주류판매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줄폐업이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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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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