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 한국씨티은행 노사가 구조조정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씨티은행 노동협동조합이 단계적인 파업에 돌입하기 위해 조합원들을 상대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또 노조는 씨티은행 사측을 상대로 사규에 없는 인사징계 규칙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는 것이 불법이라는 추가적인 소송도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 측과 노조 간 격렬한 공방이 예상되면서 노사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개인정보유출로 징계 위기에 처한데다 구조조정 여부를 놓고 노사간 대립이 점점 극한으로 치닫으면서 금융권 최장수 은행장인 하영구 행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투표 결과에 따라 파업 절차에 들어갈 경우 은행권에서는 파업은 지난 2011년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파업 이후 3년 만이다.
현재 씨티은행 노조는 30일 조합원들의 투표를 통해 파업여부를 결정하고 5월 2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 조정을 기점으로 3단계의 태업과 부분 파업을 거쳐 전면 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파업에 찬성하는 노조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영어사용 거부’ 등 태업과 단계적 파업이 예상된다.
1단계는 점포ㆍ부서별 릴레이 휴가, 내부 보고서 작성 거부, 판촉 활동 중단, 씨티그룹 본사와의 콘퍼런스콜(전화회의) 거부 등이다. `영어사용 전면 거부`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은 2006년 만든 언어사용 지침에 따라 외국인 임직원이 받는 문서에 한글과 영어를 병기하고 있다.
2단계는 예ㆍ적금, 카드, 펀드, 보험 등 신규상품의 판매를 거부하는 조치다. 전면 파업에 앞선 3단계는 부분 파업 또는 영업점별 순회 파업이 이어진다. 노조는 태업을 6개월 간 이어가고 이후 시한부 총파업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씨티은행의 노사 갈등은 사측이 190개 지점 가운데 56개(29.5%)를 없애고 구조조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특히 노조는 지난해부터 마련된 PMP(performance management program)운용안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준비하기 위기 위한 사전작업 일환으로 의심하고 있다.
씨티은행이 운용하고 있는 PMP는 개인별로 실적 달성 포인트를 부여하고 월 500포인트 등 일정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경고→주의→견책→정직→감봉→면직검토 수순으로 징계를 내리는 방안이다.
노조는 56개 점포를 통폐합하면서 사측이 원하는 수준의 구조조정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PMP를 활용,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는 PMP운용이 인사규정, 취업규칙 등 사규 어디에도 없어 사측이 PMP를 운용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하영구 행장에게 인사규정, 취업규칙 어디에도 없는 PMP운용은 위법이라고 따지자 하 행장은 아무 대답도 못했다"면서 "사측도 PMP운용이 사규 어디에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화하지 못하고 암암리에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측이 원하는 수준만큼의 구조조정에 실패한다면 PMP틀에 은행원들을 넣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이미 인사고과가 나쁘면 승진이 안 되거나 지점장을 후선에 배치하는 등의 인사조치가 이뤄지고 있는데 추가적으로 PMP를 운용하고 있는 것은 향후 예정돼 있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수순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 관련 "계속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노조의 태업 및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현재 노조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노사간 대립이 점점 극한으로 치닫자, 조직 안팎의 따가운 시선은 하영구 행장으로 쏠리고 있다. 하행장은 5연임하는 동안 조직안정과 노사간 화합보다는 주주이익 극대화에 골몰하면서 씨티은행의 시장점유율과 순이익은 매년 하락, 노조의 불신과 마찰을 빚었다. 특히 하 행장의 일방통행식 경영은 노조의 불신과 거센 반발을 초래하는 등 조직내 갈등을 봉합하는데 적잖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조는 하 행장의 '주주 중심' 경영방식에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업황 악화로 당기순익은 줄어들고 있지만, 미국 씨티본사로 송금는 용역비는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용역비에는 경영자문료를 포함해 채권추심 업무지원, 전산시설 관리 등이 포함되는데, 용역비 중 대부분이 경영자문 등의 명목으로 본사로 빠져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한 씨티은행은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용역비를 지출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지출된 씨티은행의 용역비는 2011년 1245억원, 2012년 1870억원, 2013년 1830억원 등이다.
노조는 사측이 '실적악화'로 향후 씨티은행의 순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자, 현 수준의 용역비 지출을 위해 점포 폐쇄 등 비용절감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노사간 대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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