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점유취득시효의 5원칙

2021.12.23 08:47:28

 

(조세금융신문=임다훈 변호사) 최근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해 토지를 직접 매입해서 내 집 짓기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토지 매입 이후에 경계를 살펴보니 인접 토지의 담이 내 토지 경계를 침범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그때 올바른 경계에 맞게 그 담을 철거하라고 요구하면 상대방은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항변을 해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점유취득시효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민법 제245조 제1항의 법률상 권원이다. 일례로, 내 땅이 아닌데 내 땅인 줄 알고 오랜 기간 사용하면, 남의 땅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법률상 권원이 생기는 것이다. ​

 

언뜻 보면 ‘남의 것을 오랫동안 갖고 있으면 내 것이 되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20년 동안 상대방이 침범 부분에 대하여 전혀 소유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나도 재산세를 납부하는 등, 진짜 소유자로서 할 만한 행동들을 그동안 했어야지 인정된다.

 

점유취득시효의 5원칙

 


우리 법원은 점유취득시효 기간 20년이 완성되었더라도, 실제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다섯 가지 원칙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즉 쉽지 않은 취득시효의 요건을 갖추어서 이제 20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그것이 5원칙이다. 수십 년간의 대법원 판례가 축적되어 성립된 이론으로, 이제는 ‘법리’라고 할 만큼 보편화 되어 있다(이하에서는 점유취득시효 완성한 자를 “나”로, 내가 등기를 가져올 자를 “상대방”으로 표시함).

 

제1원칙 - 점유취득시효기간 완성 후, 나는 상대방에 대하여는 등기 없이도 대항할 수 있다.

가령 상대방은 나에게 ‘나가라’라든지, ‘철거하라’는 등의 요구를 할 수 없다. 나와 상대방 사이에서는 아직 등기를 이전하기 전일지라도 법이 정하는 하나의 ‘관계’가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 둘 사이의 내부관계에서는, 내가 소유자다.

 

제2원칙 -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진행되던 중에 상대방이 제3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한 경우, 나는 그 제3자에게도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있다.

 

왜냐면 소유자 변동이라는 사실이 점유자의 종래의 ‘사실상태의 계속’을 파괴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소유자가 변경된 후 새로운 소유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서 나의 ‘평온, 공연’한 점유가 깨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애초에 점유취득시효의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여기서 다루는 것은 소유자가 변동된 이후에도 점유상태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음을 전제로 한다. ​이는 아래에서 보는 제3원칙과 비교하면 된다.

 

제3원칙 - 점유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되었더라도 등기를 마치지 않는 사이에 상대방이 제3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하여 등기를 마친 경우, 나는 그 제3자에게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없다.

 

점유취득시효를 완성하면, 상대방에 대한 ‘채권적’ 권리가 생길 뿐이다. 따라서 등기를 마치지 않으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여기서 만약 상대방이 나의 취득시효완성 사실을 알고도 제3자에게 매도한 경우에는 이른바 ‘이중매매’와 같은 논리 구조를 갖게 된다. 배임죄 등 형사적 범죄가 성립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 매매를 무효로 돌릴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 상대방이 나의 취득시효완성 사실을 몰랐던 경우에는 위 제3원칙에 따르게 된다.

 

제4원칙 - 나는 언제 점유를 개시했는지, 그 기산점을 임의로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점유기간 동안 계속하여 등기명의자의 변경이 없는 경우에는 임의 선택이 가능하다.

 

제2원칙, 제3원칙에 따르면 점유취득시효의 완성 시점이 언제인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기산점을 임의로 선택함으로써 점유취득시효의 완성 시점을 임의로 선택하는 효과를 누리는 것은 금지된다.

 

제5원칙 - 소유자가 제3자로 변경된 경우에도, 그 시점을 다시 기산점으로 삼아도 다시 나의 점유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제3자로의 소유권 변경시점을 나의 점유취득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을 수 있다.

 

제3원칙 및 제4원칙의 예외로 볼 수 있겠다. 소유자가 변경되어 그에게는 종전 소유자에 대한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대항할 수 없더라도, 새로운 소유자에 대해 다시 또 점유취득시효 기간이 경과하면 그에게는 새로운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필] 임다훈 변호사 법무법인 청현 변호사

• OBS 행복부동산연구소 고정출연
•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
• 사법시험 제55회 합격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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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다훈 변호사 limdh123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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