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다가 정신적 억제력이나 인지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 법원이 보험금 지급 대상으로 판단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을 한 보험가입자(피보험자)에게는 사망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으나, 우울증 환자일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과거 판례가 존재한다.
이러한 내용은 보험연구원이 낸 간행물 ‘보험법리뷰’ 14호 중 ‘2021년 보험 관련 중요 판례 분석’ 보고서에 담겼다.
실제 지난 2월 대법원은 우울증 환자의 자살 때 보험사의 면책을 제한하는 등 피보험자에게 유리하게 판시한 바 있다.
해당 재판의 원고는 우울증을 앓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초등학교 교사 A씨의 유족(아버지)이다.
그는 공무원 단체보험에 ‘딸이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했다’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앞서 A씨는 2006년 학부모로부터 폭언을 듣고 우울증 증상을 처음 겪은 뒤 2008년부터 매년 가을 치료를 받았지만 2011년 10월 우울증이 재발한 상태에서 피부·간 질환 등 질병으로 입원을 반복하던 중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A씨가 가입한 보험 약관에 따르면 자살을 보험사의 면책 사유로 규정하나,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또는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는 면책에서 제외한다는 단서가 달려있다.
당초 법원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매우 엄격하게 해석해온 바 있다.
극도의 흥분이나 불안으로 정신적 공황 상태 또는 몸을 가눌 수 없는 만취 상태에서 투신하거나, 정신질환에 따른 망상으로 자해를 하는 경우 등이 이런 상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실제 해당 사건의 1심과 항소심에서는 원고의 요구가 기각됐다.
A씨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사망 당일 행적이나 극단 선택의 시기, 장소, 방법 등을 종합해볼 때 A씨는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끊어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주치의 진단, 우울증과 사망의 관계에 대한 의학적 판단 기준, 유족보상금 사건 판결 등을 고려할 때 A씨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냈다.
다만 해당 사건의 경우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2년 지나 보험금 청구는 최종적으로 기각됐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판례와 최근의 유사 판례는 우울증 심화로 정신적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경우를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해당한다고 봤다”면서 “자살 면책 제한 조항의 문언과 취지를 고려한다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는 자살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가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좁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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