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윤석열 정부가 ‘금융원팀’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임 금융위원장에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을 내정한데 이어 금융감독원장으로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를 한국산업은행 회장으로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전 대통령실 경제수석)를 지명했다.
정부가 이처럼 금융당국과 국책은행 수장 인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까닭은 최근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요인으로 대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정권 교체기 인사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감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그만큼 새로 부임하는 금융당국과 국책은행 수장들에게도 맡겨진 과제가 산적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경우 최근 잇따라 금융권에서 불거진 횡령사건에 대한 내부 통제 문제는 물론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등 대규모 금융 사건의 재수사 여부 등을 살펴야 한다.
강석훈 산업은행장의 임기 중 핵심 과제는 산은의 부산 이전이다. 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데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는 사안인데, 산은 노조가 산은 자체의 경쟁력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 사상 첫 검찰출신 금감원장…文정부 금융범죄 재조사할까
앞서 7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를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를 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금감원장과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거친 뒤 대통령이 임명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경우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으나 현재 사의를 표한 상태고,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신임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돼 있다.
먼저 이복현 전 부장검사의 임명으로 지금까진 유례가 없는 사상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 나오게 됐다. 그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논란에 이를 반발하며 사의를 표명했고, 검찰에서 나온 지 2주 만에 금감원장으로 지명됐다. 금융‧경제수사 전문가인 그는 검찰 내부에서 ‘윤석열 사단 막내’로 통한다.
1972년생인 이복현 금감원장은 서울 경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고, 1998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이어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윤 대통령과의 인연은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6년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 1과장으로 있던 시절 현대차 비자금과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수사를 담당했을 때 함께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2013년에도 윤 대통령과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다.
최근 정부가 금융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설치하며 금융범죄에 대한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인 만큼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금융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등 대규모 금융범죄 사건을 재조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검찰 시절 경제‧금융 수사통으로 꼽혔던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실제 이복현 금감원장은 출근 첫날인 8일 취임 인사차 기자실을 방문해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과거 사건을 다시 볼 의향이 있느냐’는 취지의 기자 질문에 “개별 단위 사모펀드 사건들은 다 종결되고 넘어간 것으로 이해한다”면서도 “사회 일각에서 여러 가지 문제 제기가 있는 것도 알고 있으므로 시스템을 통해 볼 여지가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말하며 재조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문재인 정권에서 발생한 펀드 사기 사건이다. 금융권 내부에선 윤 정부가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으로 검찰 출신 원장을 고른 이유는 이와 같은 전 정부의 금융 범죄 재조사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산업은행장, 출근 첫날부터 노조와 갈등…출근 저지돼
다음으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2016~2017년 박근혜 정부 시절 경제수석을 역임했고,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정책 특보로써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함께 새 정부 경제 정책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다.
하지만 출근 첫날부터 노조가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며 정문을 막아서고 출근을 저지해 갈등이 부각됐다. 본격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강석훈 회장은 노조의 강경 반응에 “부산 이전에 대해서 같이 소통하고 의논해보자.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말했으나 결국 노조는 길을 내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노조는 “부산 이전 계획을 철회하도록 윤 대통령을 설득하겠다고 합의하기 전까진 은행 안에 못 들어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의 부산 이전은 강석훈 회장의 임기 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현재 산은 부산 이전을 위한 산은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노조는 인력 유출과 기관 간 정책 공조 차질, 산은 자체의 경쟁력 훼손 등을 주장하며 산은의 부산 이전을 반대하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게다가 산은의 부산 이전 문제로 노조의 반발이 극대화되면서 각종 구조조정 작업이 뒤로 밀리고 있는 점도 문제다. 유럽연합(EU) 반대로 대우조선해양의 현대중공업으로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바 있는데, 당초 산은은 지난 3월말께 대우조선해양 대상 외부컨설팅을 진행하고 매각방안을 찾는 등 플랜B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와 대한항공 간 합병도 EU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있는 만큼 여전히 미완성 상태로 남아있다.
강석훈 회장은 이와 관련 “어려운 시기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산은 전 구성원과 함께 마주하고 있는 당면 과제를 풀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노조 불만을 타진하겠단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냈으나, 부산 이전 이슈가 결정되기 전까진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처럼 노조가 출근 저지 움직임을 계속해서 이어간다면 강석훈 회장의 정상 출근까지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역사상 최장 출근 저지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사례였다. 그는 임기 시작 27일 만에 첫 출근을 할 수 있었다.
한편 윤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보좌하는 역할인 신임 국무조정실장에 경제 관료 출신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임명했다. 당초 내정했던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지난달 말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나자 인선 작업을 다시 진행했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방문규 행장을 강력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규 신임 국조실장은 기획예산처 재정정책과장, 기획재정부 대변인, 예산실장, 2차관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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