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피 튀기는 윤석열표 재정준칙 '서민은 망하던가, 빚 내던가'

2022.07.07 14:44:29

삼중고 불황에 긴축재정…거꾸로 가는 정부 재정방향
과거 정부들, 경제위기 때 GDP 대비 1~2% 적자 감수하고 재정지출
재정준칙은 GDP대비 0.6%만 허용, 尹 2차 추경조차 2.8% 지출
기업 지원 늘리는데 재정지출 줄이겠다?
타깃은 개인‧공공지출…‘공공서비스 민영화 그림자’ 부상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앞으로 서민들은 어려워도 정부 도움을 기대할 수 없을 듯 하다.

 

경제가 좋지 않으면 정부가 돈 풀어서 취약계층을 돕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올해처럼 60조원 로또 세금수입이라도 생기지 않으면 돈 풀지 않겠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 예고된 건 중장기 경기침체다. 로또 세수는 있을 수 없다.

 

이제 기업을 제외하고 냉혹한 서민 긴축재정이 예고된다.

 

 


◇ 당신이 선택한 통합재정수지 –0.6%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정부는 7일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연간 관리재정수지가 GDP 대비 –3.0%를 넘지 않도록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쓰는 돈의 상한선, 재정준칙의 주 내용이다.

 

관리재정수지 –3.0%로 못 박겠다는 것은 서민이 어려워도 정부는 나몰라 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관리재정수지 –3.0%에서 지출 방어를 치겠다는 말이 무슨 말이냐면, 정부 통합재정수지에서 GDP 대비 –0.6% 정도까지만 돈을 풀겠다는 말이다.

 

통합재정수지 –0.6%는 과거 정부들이 경제위기 때 쓴 돈들의 절반도 안 되며, 아무리 관대하게 봐도 윤석열 대통령이 2차 추경에서 쓴 돈의 4분의 1도 안 된다.

 

 

◇ ‘숫자의 도가니’ 정부 재정수지

 

서민을 돕는 돈은 통합재정수지에서 빼 쓴다.

 

통합재정'수지'는 세금으로 번 돈과 정부 의도대로 쓴 돈이 얼마나 되는지 '수'입과 '지'출만 따져보는 것이다. 타산은 개인이 아니라 공공이다.

 

정부 재정준칙에서 말하는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다가 국민연금 등 4대보험과 기금 쪽 지출을 뺀 것이다. 

 

* 관리재정수지 = 통합재정수지 - 4대보험‧기금 수지 

 

주요국들은 정부 재정수지를 따질 때 통합재정수지를 쓴다. 정부가 벌고 쓴 돈의 합이 통합재정수지다.

 

그런데 주요국 가운데 한국만이 사회보험과 기금 운용 흑자를 통합재정수지에서 빼는 아주 이상한 일을 한다.

 

통합재정수지를 빼고, 사회보험과 기금 운용 쪽에서만 나오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매년 GDP 대비 –2.3~-2.4% 정도다.

 

윤석열 정부와 맥을 같이 하는 보수정부는 연평균 –2.32%. 문재인 정부 5년도 –2.36%로 거의 엇비슷했다.

 

 

재정준칙에서 선 긋고 있는 관리재정수지가 –3.0%인데 연평균 관리재정수지 적자 –2.3~-2.4%를 빼면 정부 의도대로 쓸 수 있는 통합재정수지는 안정적으로 –0.6%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러면 통합재정수지 –0.6%는 가능한가.

 

1995년 세계화 정책 이후 통합재정수지가 –0.6% 이하, 아니 마이너스로 내려간 때는 딱 세 번밖에 없다.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1999년,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9년, 코로나19 위기가 있었던 2019~2021년 뿐이다.

 

이 기간 외 통합재정수지는 모두 흑자였으며, 1995년~2021년까지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7개년도를 제외한 20개년도 평균 통합재정수지 흑자는 1.1%다. 평균이라서 그렇지 경제 성숙기에 한참 들어간 요즘 한국에서 1%만 하더라도 꽤 돈을 잘 쌓은 때에 해당한다.

 

현 정부가 힐난하는 문재인 정부도 2017년, 2018년 코로나 터지기 전에는 각각 1.3%, 1.6% 흑자였다.

 

이것만 보면 통합재정수지 –0.6%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단, 지금이 불황이 아니라면.

 

 

◇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불황일 때 통합재정수지가 흑자를 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수입 증가세는 줄고, 서민 지원으로 쓸 곳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위기 때마다 과거 정부는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냈다.

 

외환위기 3년간 연평균 –2.3%를 썼고, 외환위기 1년 동안에는 –1.5%, 코로나19 3년 동안도 연평균 –1.9%를 썼다.

 

그러면 윤석열 정부가 허용하는 통합재정수지 –0.6%는 얼마냐면, 2022년 기준 13.1조원에 불과하다. 기재부가 전망하는 올해 GDP 전망치 2180조원의 0.6%를 반영한 수치다.

 

물론 정부가 돈을 잘 꾸려서 통합재정수지에서 1%대 흑자를 낸다면, 쓸 돈이 21.8조원 정도 추가될 수는 있다.

 

그런데 그게 불가능한게 지금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중장기 불황이 거의 확정적이다. 당장 올해 무역적자가 우세 전망세다. 이런 시기 취약계층은 반드시 직격타를 받게 되어 있다.

 

그런 불황에 통합재정수지 1% 흑자를 낸다? 이건 어려울 때조차 국민 고혈 쥐어짜겠다는 말이다.

 

재정정책 시늉조차 내기 싫어했던 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조차도 통합재정수지 –3.0%를 제안했었다.

 

코로나 시기에 우리 정부는 이미 정책금융이란 이름으로 자영업자들에게 빚내서 버티라고 시킨 바 있다. 금융위기는 금리 풀고 외환 풀어서 버텼고, 코로나19 때는 저금리 유동성 호황이었지만, 지금은 가계부채 2000조에 고금리 시대다.

 

불황에 정부가 재정을 풀지 않으면 서민은 둘 중 하나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누가 쥐어짜이고, 누가 혜택을 보는가

 

13조원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 올해 2차 추경 스스로가 입증한다.

 

정부가 2차 추경 때 쓴 돈이 62.0조원인데, 13조원씩 5년치를 끌어다 써야 충당이 가능하다.

 

물론 경제가 성장하긴 하겠지만, 2%대 성장률로는 5년 지나가봤자 13조원이 14조 정도 되는 수준이고, 경제 불황 시기에 2%대 성장률을 유지할지도 의문이다.

 

2차 추경의 경우 빚을 안 졌다고 선전하는데, 기재부가 58조원 로또 초과세수(초과 세금수입)를 대선 직전 3개월 동안 묵혔다가 대선 끝나고 집계해서 할 수 있었던 것이고, 이런 로또 초과세수는 앞으로 기대할 수가 없다.

 

로또 초과세수는 세 곳, 기업‧부동산주식 세금에서 나왔는데 올해 기업 쪽은 무역적자 전망, 부동산은 금리인상으로 인한 하락조정, 주식은 최근 수주 간 시총 500조원이 날아갔다.

 

기업에 돈 뿌려서 경제 성장을 추구해봐도 그 효과가 1980년대나 2000년대 초반 같지 않고, 삼중고 글로벌 불황기라서 돈 들인 만큼 정책효과가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재정수지 –0.6%를 관리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증세를 해서 통합재정수지 지갑 자체를 부풀리면 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상위 20%대 기업 세금을 깎고, 각종 조세특례와 대형기업 상속세 등을 깎으려 하고 있다. 대기업 최고세율에 대해서는 강력 반발하는 척 하지만, 지난 5년간 흐름을 보면 조세특례로 깎아주는 데 대해서는 민주당도 그리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뭘 증세하겠다는 말도 없다. 저소득층 소득세 인상, 서민들에게 불리한 부가가치세나 담뱃세를 올린다는 관측이 있긴 하고, 그런 말 했던 사람들이 정부 또는 정부 주변에 있긴 하지만, 명시적인 팩트가 나오진 않았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기업 지원을 늘리겠다는 정부가 증세 없이 통합재정수지 –0.6%대 관리를 하겠다? 그건 개인 지원을 빼겠다는 말이다.

 

지금 정부가 무얼 하고 있는지 보면 올해 시행하는 1205개 사업 중 61개는 폐지하고, 191개를 감축했다.

 

요즘 정부가 말하는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하여 불필요하게 쓰는 돈을 줄이고, 매년 사업타당성평가를 하여 재정효율화를 하여 기업 지원을 강화하여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은 그냥 쉽게 말해 개인 지원금을 빼서 기업에 얹어주고, 매년 또 뭘 뺄 건지 살펴보겠다는 말이다.

 

서민지원을 해도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고 그 윗돌 크기도 기업 지원을 늘릴수록 줄어든다.

 

그나마 국민 대다수가 고용돼 있는 중소기업 지원을 늘리면 모를까 정부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이나 연구개발세액공제, 가업상속공제 등 조세특례제도는 보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에서나 혜택을 볼 수 있는 것만 혜택볼 수 있다.

 

여소야대에서 계획대로 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세율 10% 구간의 중소기업 법인세를 전액 감면하고도 남는 갑절의 돈이. 병사 월급 200만원에 들어가는 5.1조원을 충당하고도 남을 돈이 대형 기업들에 들어가도록 하고 있는 것은 맞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로 5년간 209조원, 연간 42조원을 추가 지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대부분은 지출구조조정으로 마련할 수 밖에 없다.

 

얼마를 확보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사업을 없앴는지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뭘 없애고, 어디에 얼마가 들어가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재정학 교과서를 보면 정부 재정운용은 기업과 정반대로 운용한다고 나와 있다.

 

기업은 어려울 때 씀씀이를 줄여 적자 폭을 줄이고, 잘 될 때는 씀씀이를 늘려 이익 폭을 늘린다.

 

정부는 호황일 때 씀씀이를 늘리지 말고, 불황일 때 빚을 내더라도 어려운 이들을 돕는다.

 

정부의 본명은 특정 사익 추구가 아니라 국민 이익 추구이기 때문이다.

 

 

Propter hanc historiam
역사를 꾸민다하여

Vēritās Nōn Vitiārī
진실에 흠낼 수 없으리라.

 

Vēritās Nōn Vitiārī

진실을 왜곡할 수 없으리라.

(제4공화국 오프닝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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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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