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금융권 수장 인사가 마무리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융권 수장 인사에서는 ‘최고 경영자 셀프 연임 불가’가 최대 화두로 꼽혔다.
5대 금융 중 신한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 최고 경영자(CEO) 인사가 새 인물 채우기로 이행됐다. 윤석열 정부가 기존 CEO의 우호 세력 중심 이사회로 임기를 연속하는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한 데 따른 결과다.
다만 이 같은 인사를 두고 우려와 기대감이 반반 뒤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기존 CEO가 물러나고 새 인물이 수장으로 오면서 혁신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란 관측과 대내외 경제 환경이 어려운 시기, 자칫 안정감을 잃고 우왕좌왕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특히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차기 회장 내정자 취임이 다음 달로 예정된 가운데 새로운 수장을 맞는 양사의 행보에 금융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진옥동 차기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와 임종룡 차기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 모두 굳건하게 유지되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당면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리딩금융’에 오른 신한금융은 왕좌 지키기에 무게를 둘 것으로 관측되며, 우리금융은 손 회장이 집중했던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금융 수장으로 오는 임종룡 차기 회장 내정자의 경우 전임 금융위원장이었던 만큼 관치 논란을 불식시키고 우리금융 전신인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간 소위 파벌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리딩’ 타이틀 사수…신임 은행장과 시너지 기대
신한금융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5대 금융 수장 인사에서 유일하게 관 출신 회장 내정을 피한 곳이다. 농협금융 회장에는 관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오게 됐고 우리금융 회장으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내정됐다.
신한금융은 조용병 회장의 용퇴와 함께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추대되면서 5대 금융 수장 인사 중 가장 조용하게 회장 인선이 마무리됐다.
진 회장 내정자는 덕수상고와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를 거쳐 중앙대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1980년 IBK기업은행에 입사했고 1986년부터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이후 일본에서 오사카 지점장과 SBJ은행 사장을 역임한 후 신한은행 경영지원그룹장,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거쳤으며 2019년 3월부터 신한은행장에 올랐다.
진 회장 내정자가 올해 임기 첫 해 성과를 가늠할 핵심 요소는 ‘리딩금융’ 타이틀 사수 여부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실적에서 KB금융을 앞지르고 리딩금융 타이틀을 탈환했다. 연간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도기 대비 15.5% 증가한 4조6423억원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4조4133억원으로 신한금융이 이보다 소폭 앞선다.
다만 단순 계산해보면, 신한금융의 연간 당기순이익에서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 이익을 제외(4조1985억원)할 경우 KB금융이 신한금융보다 앞서며 두 금융지주 실적이 비등하다. 올해 두 금융지주 간 실적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게다가 지난해 연간 실적에서의 일회성 비용(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을 제외하고, 올해 하반기 본격적인 금리 인하 기조가 시작될 경우 이자이익이 줄며 은행 실적이 전년 대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비은행 부문과 비이자 부문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실적 성패를 좌우할 핵심 키(Key)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달 초 한용구 전 신한은행장이 건강상 이유로 취임 한 달여 만에 사임하며 신임 신한은행장으로 오게 된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진 회장 내정자 간 시너지도 관심사다. 정 행장은 신한금융 내 진 회장 내정자 최측근으로 통하며, 자본시장 현황과 자산‧부채종합관리(AML) 정책 및 리스크 관리 등 내부 사정에 정통해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현재의 금융환경에서 위기 대응에 적합한 적임자로 평가된다.
◇ 관치 논란 불식하고 파벌 갈등 해소 사활
후보 시절부터 ‘관치 논란’에 휩싸였던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는 내부 조직원과의 화합, 관치 우려 불식, 파벌 갈등 해소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 노조는 임종룡 회장 내정자가 후보이던 시기부터 관치 인사를 비판하며 사실상 임 회장 내정자의 선임을 반대해왔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임 회장 내정자는 최종 후보자로 선임되자마자 우리금융 노조를 찾아 협조를 당부하며, 내부 반발을 해소와 관치 우려를 불식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임 회장 내정자는 지난 9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금융 본사 노조 사무실을 찾아 박봉수 우리금융 노조위원장 등과 30분간 면담을 진행하며 “임기 동안 그 누구보다 우리금융 직원들을 사랑할 것이고 그 누구보다 직원들을 사랑했던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에 박 위원장이 임 회장 내정자에 직원들의 처우 개선과 소통강화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 회장 내정자에게 요구되는 과제는 우리금융 내 소위 파벌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외부 출신인 만큼 우리은행 내 상업은행, 한일은행 출신 간 파벌 갈등에서 자유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임 회장 내정자는 관치 논란, 내부 반발, 파벌 갈등을 빠르게 해소시키고 비은행 계열사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임 회장 내정자는 금융위원장,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역임한 바 있는 만큼 다른 지주 회장들에 비해 금융 및 경제부처 인맥에서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려와 기대 속에서 다음 달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된다.
지난해 금융사 실적을 견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기준금리가 다시 인하 기조로 돌아설 경우를 대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내부 조직을 결속시키고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두 금융사 차기 수장에게 넘겨질 가장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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