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종태 기자) 개인 투자자가 지난달 4조5천억원어치 이상 채권을 순매수하며 채권시장의 전통적 큰손인 보험이나 연기금도 가볍게 제치고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금리 인상 국면 막바지에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 채권시장으로 개인들의 자금이 쏠렸다는 분석이다.
7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4조5천526억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처음 개인 투자자 월별 순매수가 4조원대에 달했다. 또 금리 상승과 증시 부진, 안전자산 선호가 맞물려 개인 채권 투자 열풍이 본격화된 작년 8월 순매수 규모(3조3천441억원)도 뛰어넘었다.
4월 개인 순매수 규모는 은행(19조5천602억원), 외국인(9조1천708억원), 자산운용사(8조6천418억원) 다음으로 컸다. 보험(2조7천948억원)이나 연기금(2조6천53억원)보다 많았다. 일부 기관의 경우 최근 가동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의 사업장 정상화 과정서 각종 리스크 우려로, 관망세로 돌아선 채 채권 매수 시점을 미룬 것이란 관측이다.
개인 투자자는 4%대 은행 정기예금 상품이 사라지고 주식시장도 2차전지 테마 중심의 과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사태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자 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린 상태다. 특히 그간 미국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금리 인상 기조가 막바지에 이르자 현재 채권 금리 수준이 정점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군 가운데 국고채 20년물과 30년물이 차지하는 비중(61.7%)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초장기물에 자금이 몰렸다는 건 그만큼 장기적으로 금리가 하락(채권 가격은 상승)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투자 수요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
삼성증권은 "최근 한국을 비롯, 주요국들이 금리 인상 기조를 종료할 것이란 신호가 나오면서 개인들의 채권투자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며 "낮아진 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은 금리 매력, 또는 중장기적으로 자본차익을 기대하는 개인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다른 한 증권사는 "보통 채권은 고액 자산가들이 절세 목적으로 투자해왔으나 최근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본차익을 얻으려고 투자하는 예가 늘었다"며 "이런 방식의 투자라면 전문가가 아닌 이상 금리 방향을 잘못 예측해 채권 투자로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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