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세계적인 경제전문지의 MZ기자들은 파월을 어떻게 평가할까? ⓵

2023.07.22 08:23:36

-닉 티미라오스, 《1조 달러 자원배분(Trillion Dollar Triage: How Jay Pawell and The Fed Battled A President And A Pandemic And Prevented Economic Disaster)》(리틀브라운, 2022)
-지나 스미알렉, 《리미트리스(Limitless: The Federal Reserve Takes on A New Age of Crisis)》(크노프, 2023)

 

(조세금융신문=송종운 경제학박사) 최근 경제 분야 베스트셀러는 학자보다는 기자가 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연준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역할을 했다. 통화정책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문제까지 함께 고려하여 통화정책을 마련하다 보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다 더 긴급하고 더 다양한 고려 속에서 중앙은행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전대미문의 길을 걸어갔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어찌 보면, 이 내용들을 추적하고 정리하고 평가하는 것은 경제학자가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기자가 더 적절해 보인다.

 

아무래도 경제학자는 경제학이라는 틀에 갇혀 펜데믹과 같은 전대미문의 사건을 어떻게 경제학적으로 평가하고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러한 논의가 채 시작되기도 전에 대응한 연준에 대해서 무엇이라고 해야 할지 답을 내놓으려면 하세월이 걸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사건을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정리할 적절한 사람이 아니다. 기자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우선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무수한 정보를 갈무리해서 추적해왔던 사람이라면 말이다.

 

두 기자가 쓴 “전대미문의 팬데믹에 연준이 과연 어떻게 대응하였는가”

 


여기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월스트리트 기자고 다른 한 명은 뉴욕타임즈 기자다. 그것도 젊은 기자다. 두 기자의 책이 1년을 사이로 나란히 출간했는데 학계에서도 초청받아 연설과 세미나를 할 정도로 수작이며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티미라오스의 책은 2022년 3월에 출간되었고 스미알렉의 책은 올해 2월에 출간되었지만, 두 사람이 대상으로 삼은 시기는 거의 같다. 두 책 모두 훌륭한 수작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이들 두 책의 공통점이 전대미문의 팬데믹에 연준이 과연 어떻게 대응하였는가를 실루엣을 걷어내고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지만, 갑작스러운 팬데믹 이후, 더 갑작스럽게 찾아온 인플레이션 등 경제적 재난을 허용해버린 연준을 위시한 정책결정당국의 오판은 자세히 언급하지 않는다. <포린 팔러시> 서평에서 데이빗 웨셀의 말차럼 “그들이 지금 집필 중인지도 모르겠으나 아직까지 내놓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스미알렉의 경우는 티미라오스보다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책을 써내려 갔는데, 티미라오스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관련된 인물에만 집중했다면 스미알렉은 규제완화도 챙겼다. 규제완화는 최근 벌어진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와도 관련 있는 것으로 미국의 중대은행들이 왜 그렇게 터무니없이 투자하고 내부 관리해왔는가를 알 수 있는 실마리 중 하나이기 때문에 팬데믹에 대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대응의 신나는 무용담을 듣다 자칫 놓칠 수 있는 정말 중요한 대목이다.

 

두 책의 특징은 당시 대응이 어떻게 결정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인물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잘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 티미라오스는 정말 수많은 인터뷰를 수행하고 이를 기록하였지만, 단연 우리의 관심은 파월 연준 의장이다. 티미라오스는 파월 연준 의장의 입으로 불리는데 이를 증명하듯이 책의 도입부는 파월 의장이 어떤 사람인지 추적하며 시작한다. 파월의 특징은 그가 경제학자가 아니며 변호사라는 점이다.

 

이는 대단히 이례적인 사건이다. 이 때문에 임기 초반에 많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파월 자신도 연준의 경제학 박사들로부터 애완견 골든리트리버 취급을 당했다고 술회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사실 큰 걱정은 아니었던 것이 파월이 연준의 의장직을 수행할 당시 경제 상황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8년 2월 파월이 연준 의장으로 취임할 당시 미국 경제는 실업률 4%대, 인플레이션 2% 근접, 연간 GDP 2.8% 대라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꽃가마는 아닐지라도 사고를 칠 상황은 아니었다. 2019년 겨울이 되면서 정말 상황은 급작스럽게 변했다.

 

티미라오스는 책 첫머리를 사우디 왕자 무하마드 빈 살람이 G20 재무부 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들을 초청해 만찬을 하는 자리를 묘사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당시 파월과 재무부 장관 므누신 등이 참여한 이 파티에는 압둘라지즈 낙타 경연대회가 열렸고 이들은 아이폰으로 사진 찍기에 바빴다. 갑작스러운 위기가 계속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은 것이다.

 

당시 파월은 이주열 한은 총재와 산책하면서 비공개 대화를 나눴었는데 한국 이야기를 듣고 나름 충격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티미라오스에 따르면, 파월은 이주열 총재의 말을 듣고 나서 “Not Good”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필자를 포함해서 파월에 대한 평가는 그가 지명을 받았던 때와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파월에 처리해낸 일들은 상상 이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미 국채시장의 혼란, 트럼프의 해고 위협, 연준 통화정책 구상의 전면적 재편,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의 복귀, 그리고 실리콘밸리은행과 같은 은행위기 등 어느 하나가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난 것이다. 어찌되었던 파월은 이 모든 것을 다 해냈다.

 

티미라오스는 파월이 험난했던 임기 초기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원칙으로 업무수행의 지침으로 삼았다고 한다.

 

첫째, 트럼프에 대해서 말하지 말 것.

둘째, 도발 당해도 반격하지 말 것.

셋째, 정치가 아닌 경제에 집중할 것.

마지막으로 넷째, 집무실 밖에서 동맹을 찾아 맺을 것이었다고 한다.

 

확실히 파월의 업무 스타일은 달랐다. 경제학자들이 통화정책 중심으로 사고했다면, 파월은 현안이 무엇이며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를 좀 더 넓은 차원에서 바라보고 대응했다고 한다. 실제 그렇기도 했다. 파월에 대한 평가는 루스벨트 대통령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전설적인 에클스를 처삼촌으로 둔 자존감 강한 퀼스의 평가가 새겨들을 만하다.

 

퀄스는 “아마도 다른 사람이 의장이었다면 훨씬 더 적게 일했을 것 같고, 훨씬 더 느리게 반응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미 우리는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전례 없는”이라는 수식어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그도 파월과 같은 파격적인 정책 조치는 취하지 못했다. 버냉키가 했던 대차대조표 변화(오퍼레이팅 트위스트)는 기껏 미 재무부 장기국채와 모기지증권의 매입이었다. 사실 이것도 엄청난 파격이었다.

 

버냉키는 연준 의장으로 들어오기 전 1953년 맥체니 주니어 마틴 전 의장에 의해 관행이 된 단기국채매입주의(T-bill doctrine)의 전통을 잇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1961년~1963년 케네디 행정부 당시 이뤄졌던 연준 자산에 미 재무부 장기국채를 더 많이 갖고 있어야 한다는 오퍼레이팅 트위스트를 비난했지만 정작 자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에서 가져다 썼다.

 

그러나 파월은 아예 정크본드, 지방채, 그것도 모자라 시장의 신용상품을 대거 매입하였다. 파격이 아닐 수 없었다. “제한이 있을 수 없다(limitless)”라고 한 것이다. 이 말은 스미알렉이 자신의 책 제목으로 쓴 말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준의 대응을 기록한 데이빗 웨셀이 파월을 인터뷰하면서 나온 말이다.

 

퀼스는 같은 행정 조직 라인에 사람이니, 이젠 의회 쪽에서 파월을 어떻게 평가했는가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노스캐롤라이나 출신 패트릭 맥헨리 공화당 하원의원은 2008년 당시 버냉키의 위기대응을 곱게 보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2020년에는요? A+입니다. 1~10점 척도에서요? 그러면 11점입니다.”

 

파월은 팬데믹에 대한 성공적인 대응 때문에(!) 팬데믹 이후의 상황을 오판했던 것 같다. 티마라오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파월의 오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같다. 파월은 2020년 8월 인플레이션을 2%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선제적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는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이지 않는데 금리를 올리면 실업률에 부정적인 영향이 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사실 이것이 파월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조기 대응을 막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명백한 실기다. 티마라오스는 파월의 대응을 “너무 늦게”라고 평가한다.

 

파월은 2020년 6월 “우리는 금리인상에 대해서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습니다”고 했다. 명백한 오판이었다. 파월은 말수를 아끼는 사람이었지만, 지난 11월 허친스 센터 공개석상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가 다시는 천명하고 싶지 않은 말 중 하나는 고용극대화와 물가안정을 모두 이루기 전에는 제로 금리에서 벗어나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팬데믹 때는 비경제학자가 필요했을지 모르겠으나 인플레이션 대응을 보면 역시 연준 의장은 경제학자였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통화정책 이외에도 규제완화와 사회경제적 대응 등도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이는 스미알렉이 주로 다루고 있는데, 다음 호 서평의 주요주제다.

 

[프로필] 송종운 경제학박사

•(현)금융경제연구소 초빙 연구위원

•(현)지방의정센터 센터장
•(현)한국사회경제학회 이사
•(전)백석예술대 초빙교수
•(전)울산과학기술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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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운 경제학박사 menwchen@ma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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