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MBK파트너스‧영풍이 고려아연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에 착수한 가운데 미국 에너지 안보 분야 싱크탱크 SAFE(Securing America’s Future Energy)가 이번 공개매수를 ‘적대적 인수 시도(hostile takeover attempt)’로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SAFE는 최근 링크드인 SNS 채널을 통해 “중국의 지원을 받는 사모펀드인 MBK가 세계 최대의 아연 제련 기업이자 배터리 필수 소재를 생산 업체인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 시도를 시작했다”며 “MBK와 중국과의 강력한 유대 관계는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안”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경제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에너지 관련 제반 정책 건의를 담당하는 SAFE는 미국 국무부가 주도하는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위한 다자협력체인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에서 실질적 사무국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는 앞서 지난 6월 27일 MSP 의장국으로 선출돼 지난 7월 1일부터 향후 1년간 의장국을 수임하고 있다. MSP는 미국 주도 공급망 다자협력 파트너십으로 리튬·흑연·니켈·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과 다변화를 위한 협력을 위해 지난 2022년 6월 출범했다.
SAFE는 고려아연을 상대로 한 MBK의 이번 M&A가 현재 중국 제련소들이 직면한 공급 재고 부족으로 인해 중국의 정제 아연 수입이 증가한 시기와 맞물린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아연뿐 아니라 니켈제련 기술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배터리‧반도체 등 첨단산업 소재 생산에 필요한 기타 핵심광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이다. 따라서 SAFE는 이번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 대해 중국이 아연을 포함한 여러 핵심광물의 글로벌 공급망까지 장악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고려아연에 의하면 현재 중국은 전세계 정제 아연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는 중이다. 더불어 이차전지 음극재 생산에 필요한 흑연 공급망도 90%를 점유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인도네시아 투자를 통해 2차전지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니켈 등 원료를 값싸게 들여와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전구체 시장의 90%를 독점하고 있다. 다만 최근 원료국들이 원광수출금지정책 움직임이 강화하자 중국은 장기적 관점에서 값싼 소싱 대신 기술력 확보로 전환하고 있다.
고려아연측은 “당사는 50년간 아연, 연, 동 등 10여 종의 비철금속을 연간 120만톤 생산하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와함께 작년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착공하면서 오는 2026년 니켈 연산 총 6만5000톤을 전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MBK가 고려아연을 중국 등 해외에 매각할 경우 핵심광물 공급망 차원에서 배터리, 반도체 등 국가기간산업이자 미래 산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국내외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크게 우려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정부에 자사가 보유한 이차전지 소재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정을 신청했다. 이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판정된다면 경제안보상 이유로 정부가 외국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게 된다.
한편 지난 24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임직원, 노동조합, 고객사, 협력업체, 주주, 지역사회,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구성원께 올리는 글’이란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 이후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싱크탱크인 SAFE가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적대적 M&A로 정의하고 중국 매각 가능성을 경고함에 따라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오는 10월 11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소환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이슈와 관련해 집중 질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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