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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30년 전, 수도권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자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에 조성된 1기 신도시가 재건축이라는 새 전환점을 맞았다. 1990년대 초 급격한 도시화와 주택난 속에서 중산층의 보금자리로 설계된 이곳은 이제 낡은 아파트와 협소한 주차장, 세월의 흔적으로 변모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7일 13개 선도지구(3만 5897가구)를 발표하며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목표로 변신을 시작했다. 분당 샛별마을과 산본 자이백합을 필두로 재건축이 추진되지만, 경쟁, 비용, 정치적 불확실성이 얽히며 앞길이 순탄치 않다.
◇경쟁의 시작, 갈라진 마음
선도지구 선정은 치열한 경쟁의 장이었다. 162개 구역 중 99곳이 신청하며 경쟁률은 6대 1을 기록했다. 분당은 90%가 넘는 동의율로 단합된 모습을 보였고, 평촌과 일산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탈락한 지역에서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소송을 검토하는 단지가 늘면서 지역 간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선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불신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선정된 곳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탈락 지역은 다음 기회를 기다리며 혼란 속에 놓였다.
◇돈의 함정, 분담금 폭탄?
재건축은 자금 조달의 싸움으로 귀결된다. 선도지구 지정을 위해 공공기여율을 높였지만, 이는 조합원에게 높은 분담금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분당은 사업성이 높아 분담금이 3억 원 안팎으로 추정되지만, 평촌과 산본은 용적률 증가로 5억 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승자의 저주’로 규정하며 “과도한 비용이 사업 지속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를 들어, 산본의 경우 기존 300% 용적률을 400%로 올리면 건축비가 급등해 조합원의 부담이 커진다. 정부는 분담금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자금 문제가 재건축의 핵심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재건축에 미치는 영향은?
정치적 불확실성도 재건축의 큰 변수다. 2024년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논의로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약화됐다. 재건축은 현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지만, 정권 교체 시 ‘초과이익 환수제’와 같은 규제가 부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2000년대 후반 유사한 규제가 재개발 사업을 지연시킨 사례를 떠올리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 상황이 안정되지 않으면 사업 일정이 계속 밀릴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탈락한 단지는 다음 선도지구 지정이 늦어질 경우 재건축 기회를 놓칠까 걱정이다. 2025년 국회 논의가 재건축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얼어붙은 시장, 이주는 어디로?
부동산 시장 침체도 재건축에 부담을 더한다. 집값 하락, 자재비 상승, 건설사 자금난이 겹치며 사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3만 6000가구가 이주하면 전세 수요가 급증해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평촌 샘마을 인근 전세가는 최근 1년간 10% 이상 올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이주 대책으로 임시 주거 지원 확대와 공공임대 활용 방안을 발표했지만,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주 수요를 감당할 공급이 부족하면 착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재건축 일정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주민대표 구성 기준 논란
재건축 과정에서 주민대표단 구성도 갈등의 씨앗이다. 국토부는 세대수 대신 대지 지분 기준(5000㎡당 3명, 1만㎡당 6명)을 제시했지만, 이는 소형 평형 세대를 배제하고 대형 평형에 유리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산본 지역에서는 기존 1인 1표제 조합 구조를 무시한 결정이라며 반발이 거세다. 국토부는 “지분 기준이 사업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인다”고 반박하지만, 소형 평형 비율이 높은 단지에서는 불만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 논란은 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합의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도 희망은 살아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은 남아 있다. 정부는 연내 정비기본계획을 승인하고, 12조 원 규모의 미래도시펀드로 자금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분당 선도지구에는 교통망 확충과 공원 조성에 약 2조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부동산원은 분담금 산정 기준을 표준화하고, 교육부는 노후 학교를 신설‧보수해 교육 환경을 개선한다. 선도지구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나머지 85% 구역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일관성과 자금 지원이 뒷받침되면 재건축은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교통망 확충과 같은 인프라 개선도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대한민국 주거의 미래를 바꿀 중대한 프로젝트다. 갈등과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정부의 추진력과 정책적 뒷받침이 이를 극복할 열쇠로 꼽힌다. 2025년은 선도지구 계획이 구체화 되면 성패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다. 비용과 정치적 장애를 넘는다면, 새집의 꿈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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