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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삼성물산이 강남권 정비사업의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2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이번에도 핵심은 조합의 입찰 조건이다. 대안설계와 금융 제안을 사실상 원천 차단하면서, 삼성물산이 준비해온 프리미엄 전략은 꺼내보기도 전에 접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일 조합에 공식 공문을 보내 “조합의 입찰 지침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당사가 준비한 주요 제안들을 제시할 수 없는 구조라는 판단에 이르렀다”며 입찰 불참을 통보했다.
앞서 조합은 대의원회를 통해 입찰 지침을 수정했다. ▲대안설계 범위 축소 ▲금융 조건 CD+가산금리 고정 ▲이주비 LTV 100% 제한 ▲추가 금융 지원 불가 등, 건설사가 제안할 수 있는 주요 영역을 대폭 제한하는 내용이다. 삼성물산이 강점으로 내세운 글로벌 건축 설계와 대형 금융사 협업 패키지도 이 조건에선 적용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통화에서 “노먼 포스터와 함께 혁신적인 설계를 준비했지만, 설계 제안 자체가 봉쇄됐다”며 “금융 조건도 단일화되면서 당사의 강점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팔도 못 뻗고 경기장에 들어가는 격이었다”고 덧붙였다.
잠실, 개포에 이어 압구정까지 연이어 입찰을 철회한 삼성물산의 행보에 대해, 업계에선 ‘선별적 입찰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쟁 강도나 조건이 불리할 경우 무리하게 참여하지 않고, 과도한 출혈 경쟁을 피하는 방식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삼성물산은 앞서 잠실우성1·2·3차, 개포주공6·7단지 입찰에도 불참한 바 있다. 반면 현재 진행 중인 개포7단지 입찰에는 입찰보증금을 선납하고, 글로벌 설계사 아르카디스와 협업하며 정면 승부에 나서고 있다.
압구정 진출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당사 비전에 공감하는 단지와는 언제든 협업할 준비가 돼 있다”며 “압구정 내 다른 구역과도 랜드마크 단지를 만들어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선 삼성물산이 거론한 압구정3구역은 현실적으로 진입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3구역은 현대건설이 수년간 이사회 구성, 조합원 교감, 설계 밑작업 등에서 이미 입지를 다져놓은 곳”이라며 “삼성물산이 실질적으로 노릴 수 있는 구역은 현대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4·5구역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압구정2구역에서의 철수는 단순한 포기가 아니다. 조건과 판세에 따라 참여 여부를 가르는 삼성물산의 선별적 진입 전략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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