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서울시가 국토교통부의 수도권 6만가구 공급대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공공 부지를 활용한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은 반면,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 없이는 주택 공급 절벽을 해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정책 방향의 온도차를 드러냈다.
서울시는 29일 오후 국토부 대책 발표와 관련한 입장문을 내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 필요성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이번 대책은 서울시가 제시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 배제된 대책”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그간 정부 주택공급 대책 전반에 협조적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이번 대책은 현장의 핵심 문제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서울 주택공급의 90% 이상은 민간의 동력으로 지탱돼 왔다”며 “특히 시민이 선호하는 아파트 공급은 정비사업이 핵심인데, 이를 외면한 채 공공 주도 방식에만 매몰돼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전체 아파트 공급 물량의 64%는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됐다. 그러나 2010년대 정비구역 해제와 신규 지정 중단의 여파로 공급 파이프라인이 끊기면서, 올해부터 향후 4년간 공급량이 급감하는 ‘공급 절벽’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이 서울시의 판단이다.
서울시는 특히 10.15 대책 이후 적용된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과 이주비 대출 규제가 정비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이주가 예정된 사업장 43곳 중 39곳이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이주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업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이번 정부 발표가 이러한 현장 문제를 외면한 채 공공 주도 공급에 치우쳤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발표한 서울 3만2000가구 공급 물량 역시 서울시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포함됐다는 입장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경우 정부는 1만가구 공급을 제시했지만, 서울시는 국제업무 기능 유지와 주거환경 관리를 이유로 최대 8000가구를 상한선으로 제시해 왔다. 태릉CC 부지 역시 과거 주민 반발로 무산된 전례가 있으며, 개발제한구역 해제 대비 공급 효과가 미비하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태릉CC 대신 인근 상계·중계 등 노후 도심 정비사업을 통해 2만7000가구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민간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국공유지와 유휴부지를 활용한 공급 방식도 속도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발표된 부지 대부분은 빨라야 2029년에 착공이 가능하다”며 “지금 당장의 공급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지금 공급을 위해 가장 빠른 길은 10.15 대책으로 인한 규제를 바로잡는 것”이라며 “진행 중인 정비사업의 이주만 정상화해도 정부 대책보다 더 빠르게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책 발표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김영국 국토부 주택공급추진본부장은 “서울시와 별도의 입장 조율은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 부지 공급과 관련해서도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안”이라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입장문 말미에서 “오늘 발표된 정책이 끝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주택시장 불안의 원인을 직시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실효성 있는 후속 정책이 논의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시각차가 공식적으로 드러나면서, 향후 주택공급 정책을 둘러싼 추가 조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급 확대 방식과 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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